한국불교와 승가집단은 이 책에 답하라

[서평] 한국 불교의 문제 꼬집은 <이게 도무지 뭣 하자는 소린지 모르겠고>

등록 2012.05.11 14:25수정 2012.05.12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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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도무지 뭣 하자는 소린지 모르겠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 임윤수


화두(話頭)를 들고 선방으로 드는 대신 화투(花鬪, 카드)를 들고 고급호텔방으로 든 몇 몇 일탈 승들로 대한불교 조계종단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올 것이 왔다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종정 스님의 말씀처럼 시줏밥(施主)을 먹을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염불보다는 천도재 등을 지내며 거둬들인 과분한 시주에 익숙해 지다보니 시줏병(尸疰, 죽은 사람의 넋으로 말미암아 생긴다는 병)에라도 걸린 게 아닌 가 염려됩니다.

정치학자가 한국불교계에 던지는 '이 뭣고'


충언은 쓰고 간언은 달다고 합니다. 듣기 거북한 입바른 소리보다는 입에 발린 소리를 좋아하는 것 또한 보편적인 사실입니다. 깐족깐족 따지는 것보다 대충대충 넘어가는 게 더 편할 수도 있습니다.

간언, 입에 발린 소리, 대충대충 넘어 가는 게 우선 당장은 편할 수 있지만 미래지향적일 수는 없습니다. 쓴 충언, 듣기 거북한 입바른 소리, 깐족깐족 따지고 대드는 문제나 현안을 잘 해결하거나 극복해 나가려고 노력하는 자세라야 미래지향적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정치학자인 한림대학교 김영명 교수 지음, 개마고원 출판의 <이게 도무지 뭣 하자는 소린지 모르겠고>는 한국불교의 현실을 정말 깐족깐족하게 따지며 입바르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품고 있지만 '감히 어디서'라는 자포자기, 논리적 주장의 결여와 게으름으로 책으로는 제시된 적이 없을 것 같은 문제들을 '한국불교 이것이 문제다'라는 꾸러미로 암팡지게 꾸렸습니다. 

저자가 지적한 한국불교의 문제는 한국불교(경전 또는 가르침)는 논리적이지도 않고, 간결하지도 않다는 것입니다. 에두르고, 퉁치고, 뭉뚱그리며 뻥까지 치고 있다는 현실들을 조목조목 들어 깐족깐족 따지고 있습니다. 


'그것도 몰라?' 할까봐 물어보지 못한 궁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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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불교, 이것이 문제다 <이게 도무지 뭣 하자는 소린지 모르겠고> 표지 ⓒ 개마고원

조목조목, 깐족깐족 따지고 있으니 대충대충 넘어가길 좋아하는 입장이라면 읽기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으련만 그렇지 않습니다. 공감이 갑니다.

동안 가졌던 궁금증, 물었다가는 '그것도 몰라?'하고 핀잔이라도 받을 까봐 감히 물어보지 못했던 이런 궁금증, 저런 모순들이 적나라하게 제시되어 있습니다.

내가 여기서 우리 학자나 전문가들의 실력 부족을 고발하거나 한탄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쉽고 정확한 한글 불교 입문서가 앞으로 많이 나와 주었으면 하는 것이고, 내가 그동안 겼었던 혼란을 다른 사람들은 덜 겪었으면 하는 바람을 피력할 뿐이다.

한글 책을 읽으면서 내가 품었던 문제들 중 상당 부분을 영어 입문서들이 해결해주었다. 내가 품었던 문제들을 얇은 그 책들이 상당이 많이 다루고 있었다. 이에 비해 두꺼운 한글 책들은 그런 의문들을 다루지 않았다. -본문 24쪽-

언뜻 보면 영어 예찬론자로 보일 수 있지만 저자인 김영명 교수는 영어 광풍에 맞서고 있는 <한글문화연대>, '한글운동권'에서 10여 년째 활동하고 있는 한글옹호론자입니다.

참으로 아이로니컬합니다. 불교역사가 1600년이나 되는 한국, 한글로 된 책에서 얻을 수 없던 답을 불교역사가 100여년 밖에 되지 않은 영미 사람들이 영어로 쓴 책에서 얻을 수 있었다고 하니, 1600년이라는 세월과 역사가 곤두서는 느낌입니다.

저자가 제시하는 문제들은 들어도 무슨 말이지 모르겠는 법문, 읽어도 무슨 뜻인지를 간추려 정의 할 수 없는 미로 같은 경전이나 가르침을 지적하는 외침이며 일침입니다. 재가불자들만이 가졌을 문제들이 아닐 겁니다.

도대체 무슨 소린지도 모르고 알아들을 수 없는 '이 뭣고'나 '마삼근' 같은 화두, 이런 공안을 끌어안고 끙끙거려야만 하는 출가 수행자들까지도 공통분모처럼 공유했을 법한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지적하며 꼼꼼하게 따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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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법대로 살자 ⓒ 임윤수


저자는 문제만 제시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따지듯이 제시하였던 문제들에 대한 답도 예문처럼 제시하고 있습니다. 불교의 핵심, 불교의 고유한 가르침은 '3 법인'과 '4성제'로 아주 간락하게 정리해 보입니다. 불교는 행복의 종교, 괴로움을 쫓아내고 행복을 맞이하는 종교로 가장 인간 중심이고, 가장 자연 중심으로 가장 고매한 형태의 종교, 가장 평화롭고 행복의 길을 중시하는 종교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대한불교와 승가집단은 이 책에 답해야

대한불교와 승가집단은 저자가 던진 이뭣고(이게 도무지 뭣 하자는 소린지 모르겠고)에 답해야 합니다. 얕잡아 보듯이 무시하거나 윽박지르듯이 설명해서는 안 됩니다. 인쇄 돼 나오는 수많은 책 중의 한권이려니 하고 그냥 넘기지는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조목조목 제시하는 문제는 조곤조곤 설명해주고, 깐족깐족 따지는 문제는 시시콜콜 할 정도로 자세하게 설명하며 답해야 합니다. 법문으로, 편찬하는 경전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 한국불교계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디딤돌이며 왕도입니다. 1600년 된 한국불교에서 찾을 수 없던 답을 100여 년 밖에 안 된 영어 입문서가 갖출 수 있었던 논리적 노하우를 축적하는 시작이 될 것입니다.    

독자의 깐족깐족, 가려져 못 보는 것도 있을 수 있어 

저자는 홍콩 영화 중 보검을 만드는 비법을 알기위해 한 제자가 스승의 허락 없이 달군 쇳물(?)에 손을 집어넣었다 손목을 단칼에 잘리는 상황을 설명하였습니다.

여기서 제자가 손을 넣었던 곳은 쇳물(?)이 아니라 달군 쇠를 식히기 위한 냉매(물 또는 기름)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여기서 손을 담군 곳이 쇳물이냐 냉매냐 보다 더 중요 한 것은 손을 넣거나 손을 자른 행위 뒤에 담겨있거나 가려진 이유(기술적 정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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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탁소리는 헛갈릴 것도 달리 해석할 것도 없지만 보이지 않는 공간이 있기에 가능합니다. ⓒ 임윤수


누군가가 '얼음, 물, 수증기는 본질적으로 같다'라는 말을 했을 때 '본질'이라는 말을 '분자(이들의 분자는 H2O)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아무런 이의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삼태(고체, 액체, 기체)만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도대체 무슨 말인지가 이해되지 않을 것입니다.

영화에 나오는 한 장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하나의 단어에 조차 이렇듯 눈에 보이는 것이 있고 가려지거나 내포하고 있는 뜻이 있으니 경전 또한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저자가 제시한 문제나 해석 중에도 혹시 이와 같은 한계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를 의문해봅니다

'무'나 '이뭣고' 같은 화두가 도대체 뭔지를 몰라 화두 대신 화투를 들었을지도 모르는 게 한국불교에 현존하는 일탈승들의 현주소라면 '이뭣고', 정치학자인 한림대학교 김영명 교수가 쓰고 개마고원에서 출판한 <이게 도무지 뭣 하자는 소린지 모르겠고>를 한 철 화두로 권해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게 도무지 뭣 하자는 소린지 모르겠고>┃지은이 김영명┃펴낸곳 개마고원┃2012. 4. 26┃값 15,000원┃


덧붙이는 글 <이게 도무지 뭣 하자는 소린지 모르겠고>┃지은이 김영명┃펴낸곳 개마고원┃2012. 4. 26┃값 15,000원┃

이게 도무지 뭣하자는 소린지 모르겠고 - 한국 불교, 이것이 문제다

김영명 지음,
개마고원, 2012


#<이게 도무지 뭣 하자는 소린지 모르겠고> #김영명 #개마고원 #이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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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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