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토가 늘어나면 살림하는 아빠는 바빠질까?

[신난다~ 매주 '놀토' ④] 아이들과 단순하고 즐겁게 놀기

등록 2012.03.04 16:10수정 2012.03.04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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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부터 전국 초·중·고교가 주5일제 수업을 전면 실시한다. 매주 '노는 토요일(이하 놀토)'이 되는 것이다. 매주 '놀토'가 되면 어떨까. '놀토'를 맞이하게 될 학생들은 신나기만 할까, 학부모는 아이들과 놀토를 보내는 남다른 '스킬'을 가지고 있을까, 선생님은 과연 놀 수 있을까? 지역 공동체는 노는 아이들을 위해 '특별히' 뭐 하는 거 없나?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궁금증을 그들의 목소리로 들어 보자. 매주 '놀토', 과연 누가 가장 좋을까.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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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 눈썰매장에 데려간다 약속했다 문 닫은 눈썰매장을 찾아간 아빠에게 불만이 가득한 둘째. ⓒ 조경국


위 사진을 어떤 상황에서 촬영했는지부터 설명하고 가야겠다. 지난 겨울방학 눈썰매장에 꼭 데려가겠다 둘째 아이에게 약속했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눈썰매장을 검색하고선 길을 떠났는데, 웬 걸 눈썰매장은 문 닫은 지 오래고 을씨년스럽게 변해버린 건물만 있었다. '아뿔싸 이런 실수를….' 아빠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눈썰매장에서 맛있게 먹었어야할 김밥을 침울한 분위기 속에 차 안에서 먹었다. 집에 돌아와 차에서 내리는 순간 아이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바로 그때 셔터를 눌렀다.


눈썰매장에 데려가는 것이 방학 동안 아이에게 한 유일한 약속이었는데 그것을 지키지 못했으니, 기대만큼 아이의 실망도 컸다. 분명히 인터넷으로 눈썰매를 타는 사진을 봤었는데 돌아와서 확인해보니 5년 전 사진이었다. 사진만 보고 당연히 문을 열었으리라 생각했던 나의 실수였다. 눈썰매장 사진을 분명히 봤다는 아빠의 해명에 초등학교 1학년인 작은 아이는 이렇게 대꾸(?)했다.

"아빠는 사진을 다 믿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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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방학 때 관람한 트릭아트 전시회. 지방에선 아이들과 함께 전시나 공연을 볼 기회가 많지 않다. ⓒ 조경국


매주 '놀토', 약속 따윈 없다

아이들과 약속을 잘 하지 않는 편이다. 약속이란 건 꽤나 골치 아픈 일이다. 지키지 못하면 서로 마음이 아프다. "공부 잘하면...", "말 잘 들으면...", "동생과 사이좋게 지내면..." 반대로 "뭐 해주면...", "놀러가면..." 등등의 조건을 내건 약속은 서로 하지 않는다. 겨울방학 동안 약속했던 단 한 가지도 제대로 지키지 못했는데 서로 조건까지 내걸면 더더욱 지키기가 힘들어진다.

올해부터 전면 5일제 수업이 시작되면 고민이 깊어질 부모님들이 많을 것이다. 어떻게 아이들과 함께 주말을 보낼 것인가. 조금이라도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놀이나 나들이를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기 위해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하지만 절대 아이들과 미리 약속을 하지 마시라. 무엇을 하든, 어디를 가든 미리 알려주는 것보단 깜짝 실행에 옮기는 쪽이 훨씬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약 1년 8개월이 걸렸다.


8년 동안 기러기 아빠로 지내다 오롯이 아이들과 함께 지내기 시작한 지가 1년 8개월째(살림도 맡아서 하고 있다)인데, 그동안 못했던 것을 만회하기 위해 복귀(?) 초반엔 약속을 남발했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아빠가 지킨 약속보다 어긴 약속을 더 잘 기억했다. 그래서 비용과 노력, 시간이 들어가는 약속은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곤 웬만하면 입 밖으로 내지 않게 됐다.

'놀토'가 늘어나도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상 나와 아내가 먼저 나서서 '제안'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이 기사를 쓰고 있는 18일 토요일(봄방학 중)에도 뒷산에 산책하러 가자는 제안을 했지만 두 아이 모두 집에서 놀기를 원했다. 집안에 있는 것보단 나을 것이라고 설득을 하긴 했지만 같이 가자 강요는 하지 않았다. 뒷산 산책 정도는 아이들에겐 썩 매력 있는 제안이 아니었던 게 확실하다. 주5일제 수업이 시행되어도 우리 집 토요일 풍경은 현재 상황에서 별로 달라질 것이 없다.

이미 집 주변에 있는 대부분의 박물관, 수목원, 동물원, 공원, 문화유적뿐 아니라 멀리 부산에 있는 수족관까지 최소 한 번 이상은 다녀왔다. 지방 소도시에서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갈만한 곳은 거의 정해져 있다. 놀이공원이 아닌 단순히 구경하는 곳이라면 한 번 이상 가본 곳은 아이들이 지루해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더 이상 아이들에게도 억지로 어디 가자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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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좋아하는 아이들. 엄마와의 약속 때문에 토요일에만 게임을 할 수 있다. 토요일이 되면 촌음을 아껴가며 게임에 열중한다. ⓒ 조경국


아이들이 가장 재밌어 하는 놀이는, 불장난

그래도 학교 갈 부담 없이 온전히 주말을 놀 수 있게 되었으니 아이들이 재밌어 했던 것이 뭘까 이번 기회에 딱 10가지만 생각해봤다. 무작위로 뽑았지만 가장 재밌어 하는 것은 역시 불장난이랄까.

① 시골 할머니 집 아궁이에서 불장난
② 남강 둔치에서 2인용 자전거 타기(1시간에 5천 원)
③ 남강에서 오리배 타기(추억이 많았는데 아쉽게도 사라져 버렸다)
④ 온종일 게임(컴퓨터, 닌텐도, 스마트폰 상관없이 토요일만 게임을 할 수 있다)
⑤ 만화영화 보기
⑥ 요리(집에서 호떡이나 컵케이크, 김밥 만들어 먹기)
⑦ 물놀이(여름에만 가능)
⑧ 불꽃놀이(1년에 두 번 정도 볼 수 있다)
⑨ 스쿠터 타기(최근 재미를 붙였다)
⑩ 롯데월드 아이스링크에서 스케이트 타기(서울에 가야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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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음식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미리 재료를 사놓고 주말에 만들어 함께 먹으면 일석삼조(?). ⓒ 조경국


위에 나열한 것은 아이들이 생각나면 하자고 조르는 것들이다. 계절과 거리 문제를 고려해 몇 가지만 제외한다면 그리 어렵지 않게 실행에 옮길 수 있다. 물론 게임이나 만화영화 보는 것은 엄마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게임도 만화영화도 아빠는 무조건 언제나 '오케이'기 때문에 '오케이'에 권위가 없다.

한 주에 한 가지씩만이라도 정해 함께 놀면 아이들도 아빠가 노력하고 있구나 생각할 듯싶다. 여기다 부담이 덜한 몇 가지 놀이만 추가하고 학교나 시민단체 등에서 운영하는 주말 프로그램을 알뜰하게 이용하면 아이들에게 점수도 따고 문제없이 늘어나는 '놀토'를 즐겁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부모님 모두 주말에도 바쁘게 일해야 하거나 형편이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주말 프로그램이 많이 늘면 좋겠다. 단 학교 공부의 연장인 프로그램은 빼자.

지금까지 아이들과 노는 것에 대해선 별다른 고민을 해보지 않았다. 주 5일제 수업 전면 시행을 놓고 워낙 의견이 분분한 것을 보고 한편으론 꽤 놀랐다. 아이들이 노는 시간이 늘어나면 참 좋은데 정작 어른들이 나서서 너무 이것저것 따지고 계산하는 것이 무슨 소용인가. 아이들이 즐거우면 그만이지. 솔직히 살림하는 아빠 입장에선 토요일 아침밥 걱정하지 않고 늦잠 자도 되니 주5일제 수업 전면시행 꽤 괜찮은 듯싶다. 참 단순한 생각이다.
#주5일 수업 #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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