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조선시대인 1400년대에 그려진, 현존하는 동양 최고의 세계 지도다. 어떤 방송을 통해서도 만나볼 수 없었던 이 지도를 드디어 브라운관에서 보게 됐다.
▲ 2012 KBS 1TV 다큐멘터리 연출을 맡은 이호경 PD, 김형운 PD, 송웅달 PD, 정현모 PD(왼쪽부터) ⓒ KBS
<차마고도> <누들로드>를 만든 KBS가 2012년 새 다큐멘터리를 선보인다.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신관공개홀 5층 국제회의실에서 K-DOC (KBS 다큐멘터리) 2012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평균 제작 기간 2년, 40억 원 들여 만든 다큐 첫 선
오는 3월부터 전파를 타는 다큐멘터리는 총 4편. 지도의 발전을 통해 인류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문명의 기억-지도>와 패러 글라이딩을 이용해 히말라야를 횡단한 <이카로스의 꿈>, 물고기잡이와 인간의 삶을 연관지어 되새겨보는 <슈퍼 피쉬>, 각 문화권의 '최고의 공부'를 담은 <공부하는 인간-호모 아카데미쿠스>가 그 주인공이다.
평균 제작 기간은 2년. 총 제작비는 40억 원에 달한다. 전용길 KBS 콘텐츠본부장은 "종편 개국 이후 여러 콘텐츠가 나오고 있다"며 달라진 방송 환경을 인정하면서도 "KBS 다큐멘터리를 따라올 수는 없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 KBS 1TV 다큐멘터리 <문명의 기억-지도>편 중 ⓒ KBS
<문명의 지도> 연출을 맡은 이호경 PD는 "일본에서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를 10년째 연구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한 장의 지도에 얼마나 많은 것이 담겼길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지도를 통해 인류의 역사를 담아보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세계 각국에 보존된 고지도는 접근 자체도 쉽지 않았다고. 특히 동양의 지도는 펼칠 때마다 염료가 떨어져 일반에 흔히 공개되지 않는다.
이 PD는 "일반에 공개가 금지되어 있는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를 세계 최초로 촬영했다. 이는 일본 NHK도 못한 것"이라며 "기획 단계에서 '원본을 촬영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망설였지만 관련 학자들도 큰 관심을 나타내더라"고 전했다.
손가락 8개 절단된 원정대장, 2400km 히말라야를 날다
▲ KBS 1TV 다큐멘터리 <이카로스의 꿈>편 중. ⓒ KBS
입사 때부터 히말라야 관련 프로그램을 꿈꿨던 김형운 PD는 <이카로스의 꿈>을 통해 자신의 꿈도 이뤘다. "출국 당시 다시는 히말라야 프로그램을 만들지 않으려고 했다"면서도 "5개월 동안 잘 놀다 왔다. 아름다운 동화를 쓰고 싶다는 생각으로 출발했다"고 밝혔다.
<이카로스의 꿈> 박정헌 원정대장은 1994년 한국인 최초로 안나푸르나를 등정한 인물로, 손가락이 8개 절단됐지만 장애를 딛고 하늘을 날았다. 김 PD는 "바람의 방향이 조금이라도 바뀌면 비행을 할 수 없어 발을 동동 굴렀다"면서 "160여일의 긴 촬영 기간 동안 우리의 일과는 예측불허였다"고 했다.
▲ KBS 1TV 다큐멘터리 <슈퍼 피쉬>편 중 ⓒ KBS
<문명의 지도>를 보며 인문학적 소양을 쌓는데 즐거움을 느끼고, <이카로스의 꿈>을 보고 도전을 꿈꿨다면 7월 방송되는 <슈퍼 피쉬>는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보는 '생선'을 재발견 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다. 연출을 맡은 송웅달 PD는 "배멀미, 비린내, 오버차지와의 싸움이었다"면서 "찰나의 순간을 담아내야 했던 터라 가지고 다니는 장비의 양이 정말 많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 KBS 1TV 다큐멘터리 <공부하는 인간-호모 아카데미쿠스>편 중 ⓒ KBS
11월 전파를 타는 <공부하는 인간-호모 아카데미쿠스>는 다양한 문화권에서 공부한 4명의 하버드 대학생들의 삶을 담아낸다.
정현모 PD는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 할 수 있는지를 전달하는 얄팍한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공부법과 문화의 관련성을 따져보는 프로그램"이라며 "전 세계 어느 민족보다 공부에 '환장한' 한국의 방송사가 나름의 철학으로 독특한 스토리 텔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KBS는 2012년을 시작으로 K-DOC에 K-POP 못지않은 관심과 노력을 쏟아부을 예정이다. K-DOC 2012의 첫 포문을 여는 <문명의 기억-지도> 제1편 <달의 산>은 오는 3월 3일 오후 8시 KBS 1TV에서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