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문화해석자다?

[우리 다문화 가정 이야기 32] 2011년 다문화 교육강사(문화해석자)연구모임 현장

등록 2011.11.07 14:27수정 2011.11.07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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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학부모 대상의 강의중에서 사전 조사부족으로 제대로 대상자 위한 준비를 못했던 것이 아쉬웠다. ⓒ 정은홍

나는 2009년쯤부터 다문화강사 활동을 해왔다. 내가 다문화강사를 하게 된 계기는 2007년에 큰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 때 학교에서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언어)교육'을 받게 되면서부터다. 우리 아이는 자신이 왜 '다문화가정의 아이라는 이유로 다른 친구들과 달리 방과 후 언어교육과정에 참여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당시 아들은 한국어가 뒤떨어져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등의 문제를 갖고 있진 않았다. 게다가 친한 친구가 함께 교육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방과 후 학습에 가지 않겠다고 떼를 썼다.

 

다문화 교육, 왜 외국인 엄마 둔 아이에게만 하나

 

나는 다문화 자녀 지원교육이 다문화가정의 아이들, 즉 외국인 엄마를 둔 아이들만을 대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다문화교육은 모든 아이들에게 실시돼야 한다고 생각했고, 학교에도 그러한 의견을 전하고 싶었다. 하지만 누구와 의논해야할지 모른체 교육청에 직접 이야기해 학교에서 오해를 받게 됐고 마음에 상처만 남았다. 그래서 엄마로서 학교의 교육현장에 들어가 '외모나 문화가 달라도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모든 아이들에게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 다문화강사를 시작하게 됐다.

 

물론 처음에는 '목소리도 크지 않은 내가 잘 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도 있었다. 그러나 유카타(일본의 여름용 전통옷)를 입고 교실에 들어갔을 때 '저 엄마가 도대체 뭘 할 거지?'라는 아이들의 기대어린 표정을 보면, 의무감에 힘이 솟아나 목이 아파도 열심히 수업을 하게됐다.

 

사진자료들과 물건 등을 가지고 교실에 들어가 일본의 문화적 전통과 일본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수업을 진행하면 아이들은 눈을 반짝이며 호기심을 가졌다.

 

간혹 "독도는 우리 땅이에요!"라고 나에게 외치고 도망가는 아이들도 있었다. 일본과 한국의 오랜 갈등인 독도 문제는 아이들에게도 '일본이 독도 문제로 시비를 걸어온다'는 좋지 않은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돼 당혹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스스로에게는 더욱 힘을 내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사실 '독도와 다케시마'로 불리우는 영토분쟁은 한국과 일본의 중요한 정치적 이슈다. 또한 일본과의 관계에서 한국은 과거의 상처가 있었기 때문에 현재 한국에서 살고 있는 일본사람들에게는 아주 조심스러운 주제이기도 하다.

 

국가 간의 관계가 일상적으로 생활을 하고 있는 시민들에게까지 어려움을 안겨주고 있는 현실을 일개 개인인 내가 해결하긴 어렵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평화'를 지키기 위한 노력은 꼭 필요할 것이다.

 

어렵사리 수업을 마친 후에 "일본 사람들도 나쁜 사람들은 아닌 걸 알았다"는 학생들의 소감을 들으면 마음이 복잡하지만 보람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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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다마을 나라문화 체험반에서 학교에서의 수업보다는 소규모인 아동센터는 가족적인 분위기라서 강의하기 좋았다. ⓒ 인천 여성의 전화

마음에 닿게 전달하는 것은 어려워

 

이렇게 무턱대고 뛰어든 다문화 강사 활동은 주로 나의 한국 생활이나 다문화강사 경험을 소개하고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되는 차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 이주민과 선주민(한국 국민)들이 다 같이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어떻게 차이가 발생하는가' '그 차이가 어떻게 차별이 되는가'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떠한 실천이 필요한가'에 대한 고민은 내가 앞으로 '문화해석자'로서 생각 중인 테마이기도 하다. 문화해석자란 양국의 문화적 차이를 해석하고, 두 문화를 잇는 중재자이며 문화통역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강사로서 또 한 가지 힘든 점은 '머릿속에 있는 내 생각을 어떻게 전달하느냐'라는 것이다. 이야기 전달 방법과 지식을 배우기 위해 지난 7월에는 문화관광부에서 지원을 받아 인천여성의전화에서 진행하는 문화해석자 양성과정을 수료했고, 8월 말부터 문화해석자 연구모임을 시작했다. 하지만 하면 할수록 나의 전달력에 부족함을 느끼고 자신감이 떨어지기도 한다.

 

지난번에 개인적으로 알게 된 어떤 선생님의 부탁으로 경기도 안양시의 초등학교 선생님들과 학부모들의 학습 모임에서 '다문화 가정 학부모로서의 제안'을 강의할 기회가 있었다. 나는 내가 사는 인천지역과 비슷하게 생각해 나의 모교인 일본 초등학교의 다문화 공생 사례를 발표했다.

 

아이들에게 강의할 때보다 어른들을 대상으로 강의할 때 더 힘들다. 마이크가 있는데도 목소리가 작게 나왔고, 내 생각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것이 꽤 많아 아쉬웠다.

 

게다가 강의에 참여한 학부모들 중에 일본 문화나 언어에 관심이 많은 분이 있어 '한국에서 어떻게 하면 일본책을 찾을 수 있느냐'는 예상치 못한 질문을 했는데, 제대로 답하지 못하고 당황했다. 강의가 끝나고 나서 좋은 답이 떠올라 너무 아쉬웠다. 대상에 맞게 다양한 질문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며 세심한 내용의 강의를 준비해야 했다고 자책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를 초청한 그 선생님에 대해서 잘 알게 된 성과는 있었다. 그 선생님은 학교에서 예산 외의 지원을 얻어내 일본에 있는 나의 모교에서처럼 학교 내에 다문화 전시공간까지 마련하는 활동을 해온 것이다. 이렇게 지역 곳곳에서 묵묵히 다문화를 올바르게 알리려고 노력하는 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돼서 마음이 뿌듯했다.

 

나만의 색깔 있는 강의를 찾아

 

나는 다문화 강사뿐만 아니라 한국사회를 제대로 알자는 활동을 하다 보니 무척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그 중 하나로 올해 5월부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인천지역통신원 활동하게 됐다. 이를 계기로 문화예술교육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다. 또한 인천지역의 문화예술교육에 대해서 배우고 현장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서 인천에서 '2011 문화예술교육 아카데미'를 수강했다.

 

첫 번째 강의는 서울 하자센터 전효관 관장의 '문화예술교육, 시작과 현재의 거리'라는 주제였다. 요즘 청소년들에게 친밀성이 없다는 게 걱정이었는데, 직접 청소년 교육에 종사하는 전효관 관장의 경험담을 담은 강의는 이해하기 쉬었고 마음에 와 닿았다.

 

강의 후에 강사와 수강생들이 간단한 식사를 하면서 토론하는 시간이 있었다. 인천지역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활약하는 사람들의 과제에 대해 알게 됐고, 앞으로 지역에서 한·일간 학생 교류 등을 구상 중인 나에게 좋은 경험이 됐다. 이런 좋은 경험들을 어떻게 내 것으로 소화해서 강의를 해 낼 수 있을까, 그것이 나에겐 큰 과제다.

 

공부를 아무리 많이 해도 그것을 내 것으로, 내 언어로 소화해 내고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안다. 이제 문화해석자 연구모임의 강사활동에 대한 피드백을 받으면서, 또 내가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을 배우고 가르치면서 나만의 색깔이 있는 강의 내용들을 개발할 수 있도록 조금씩 라도 노력해나갈 것이다. 내가 실천하는 평등과 평화를 만들어가는 방법의 하나가 문화해석자로서의 강사 활동이기도 하니까.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내가 직접 강의에 나가는 것보다 연구모임에서 함께 연구하면서 강의에도 나가는 문화해석자 동료들을 소개하고 홍보하는 것에 더 큰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온라인이프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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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이주민영화제(MWFF) 프로그래머 참여 2015~ 인천시민명예외교관협회운영위원 2016~ 이주민영화제 실행위원 2017.3월~ 이주민방송(MWTV)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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