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택에서 살해당한 시체, 선로에서 발견된 이유는?

[리뷰] 아야츠지 유키토 <살인방정식>를 읽고

등록 2011.08.08 11:48수정 2011.08.08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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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방정식> 겉표지 ⓒ 은행나무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트릭이 강조된 추리소설을 읽다 보면 트릭에 가장 많은 관심이 가게 된다. 누가 범인인지 범행의 동기가 무엇인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어떻게 이런 범행이 가능했을까?'하는 의문이 먼저 떠오르는 것이다.

범행에 사용된 트릭이 비현실적이라면 더욱 그렇다. 시체가 스스로 움직여서 어디론가 이동한 것처럼 보인다든가, 드나든 사람이 없는 장소에서 난데없이 머리없는 시체가 발견된다거나 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이런 작품을 읽다 보면 작가가 어떻게 이런 현상을 논리적으로, 그리고 현실적인 방법으로 설명할지가 궁금해진다. 시체가 정말 스스로 움직인다면 그것은 공포소설이지 추리소설이 아니다.

때문에 추리소설 독자들에게는 납득할 만한 설명이 필요하다. 범인은 왜 힘들여가면서 시체의 머리를 잘라야했는지, 어떻게 외부인의 출입이 봉쇄된 장소로 시체를 옮길 수 있었는지 등.

연속해서 벌어지는 기괴한 살인사건

아야츠지 유키토의 1989년 작품인 <살인방정식>에서도 이렇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기묘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제목에서 연상되는 것처럼 이 작품에서도 범인은 쉽지않은 트릭을 동원한다.

2차 방정식의 해를 구하는 것처럼 공식을 대입해서 이런 트릭을 해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식의 사건해결은 현실에서도, 소설 속에서도 일어나지 않는다. 반면에 범인이 형사를 속이고 작가가 독자를 속이는 방법 몇 가지는 마치 공식처럼 알려져 있다.


그중 하나는 시체의 신원을 알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지문을 태워없애고 머리를 통채로 잘라버린다. 그렇게하면 희생자는 '신원미상의 변사체'가 되고 만다. 또다른 방법은 불가능범죄에 가깝게 현장을 꾸미는 것이다. 완벽한 밀실, 또는 밀실은 아니지만 다른 이유로 인해서 봉쇄된 장소로 시체를 옮겨 놓는다.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형사들은 혼란에 빠진다. 독자들은 혼란보다도 호기심을 더 강하게 느낀다. <살인방정식>에서는 자택에서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체가 그곳에서 약간 떨어진 기차선로에서 발견된다.

또 다른 시체는 머리가 잘린 채로 한 건물의 옥상에서 발견된다. 시체가 옮겨졌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시간에, 그 건물의 유일한 출입구는 형사들에 의해서 철저하게 감시되고 있었다. 범인은 어떻게 시체를 옮길 수 있었을까, 아니 그 이전에 왜 이렇게 범죄현장을 조작할 필요가 있었을까?

어두운 살인과 밝은 캐릭터의 조합

아무리 독특한 트릭이 사용되었다고는 하지만, 트릭에만 집중해서는 작품이 재미없어질 수가 있다. 그래서 작가는 트릭만큼이나 흥미로운 인물을 등장시키고 있다. 그 인물은 바로 경시청 수사과에 근무하는 형사 '아스카이 교'다. 키 165cm에서 몸무게 52kg인 그는 아무리 좋게 봐주더라도 형사처럼 보이지 않는다.

삿포로에서 태어난 교는 애초에 별을 바라보는 천문학자가 꿈이었다. 그런 꿈을 송두리채 바꾸어버린 사람이 바로 현재의 부인 미유키다. 미유키는 어떤 이유인지 몰라도 형사라는 직업에 반한 모양이다. 그리고 교는 미유키에게 반했다. 교가 미유키에게 프로포즈 했을때 미유키는 한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당신이 형사가 된다면.

이렇게 해서 별을 꿈꾸던 소년 교는 형사가 되었다. 미유키는 입버릇처럼 '나는 당신의 순직도 각오하고 있어'라고 말한다. 미유키는 또 사건과 관련해서 온갖 추측과 추리를 늘어놓기도 한다.

작품 속의 연속살인은 심각하고 잔인하지만, 그 사건을 추적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가볍고 때로는 우스꽝스럽다. 이렇게 가벼운 것과 묵직한 것이 적당히 뒤섞여야 사건수사도 순조롭게 진행되어 갈테고, 독자들도 덜 힘들게 작품을 읽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양면을 능숙하게 뒤섞어 가는 방법이 작가 아야츠지 유키토가 가지고 있는 방정식의 공식이다.

덧붙이는 글 | <살인방정식>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 한희선 옮김. 은행나무 펴냄.


덧붙이는 글 <살인방정식>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 한희선 옮김. 은행나무 펴냄.

살인방정식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한희선 옮김,
은행나무, 2011


#살인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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