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한 사람의 사형집행을 어떻게 막을까

[리뷰] 존 그리샴 <고백>

등록 2011.07.26 09:07수정 2011.07.26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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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겉표지 ⓒ 문학수첩

사형제도에 반대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그중에서 하나는 바로 '사형은 한번 집행하면 돌이킬 수 없다'는 점이다.

물론 억울한 누명을 쓰고 몇 년간 징역살이를 한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번 지나간 세월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법이니까. 하지만 억울한 징역을 산 사람은 풀려난 이후에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할 수도 있다.


소송에서 이긴다고 해서 지나간 세월이 돌아오지는 않겠지만, 국가에서는 그 세월을 돈의 형태로 보상해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결백이 입증되면 그만큼 주위 사람들에게도 당당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사형은 그렇지가 않다. 진범이 따로있는데도 엉뚱한 사람을 사형시키고 나면 이후에 진범을 잡더라도 억울한 사형수에게 보상해줄 방법이 없다.

사형수의 유가족들이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겠지만, 이긴다고해서 죽은 사람이 살아돌아오는 것도 아니다. 무덤 속에 있는 사형수는 자신의 명예가 회복되었다는 사실 조차도 모른다.

무고한 흑인 미식축구 선수의 사형선고

존 그리샴의 2010년 작품 <고백>에서는 이렇게 억울한 누명을 쓴 채로 사형장으로 끌려갈 운명에 놓인 사람이 나온다. 그는 돈테 드럼이라는 이름을 가진 27세의 흑인이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에 미식축구 선수로 활약했고 이후로도 훌륭한 선수로 성장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 가능성은 그가 고등학교 졸업반이 되면서 없어지고 만다. 같은 학교에 다니던 백인 여학생 니콜 야버가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대규모 수색작전을 벌이지만 니콜의 행방은 알 수 없고 시체도 발견되지 않는다. 그러던 도중에 형사들은 니콜에 대한 살인과 강간 혐의로 돈테 드럼을 체포한다.

시체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몇 가지 정황만으로 드럼을 살인죄로 기소한 것이다. 형사들이 조성하는 공포 분위기에 못이겨서 드럼은 허위자백을 하고 재판에서는 사형을 선고받는다. 니콜의 시체는 그 이후에도 발견되지 않았고 드럼은 교도소에 갇힌 채 사형집행일만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다.

그로부터 9년 후에 이야기가 시작된다. 캐자스 주의 루터교회 목사인 키이스 슈로더에게 부랑자처럼 보이는 남자 트래비스 보이엇이 찾아온다. 보이엇은 강간과 성추행으로 오랫동안 교도소 생활을 했고 현재는 가석방 상태다. 보이엇은 돈테 드럼의 이야기를 꺼내면서 니콜을 죽인 사람은 자신이라고 털어놓는다.

보이엇은 악성 뇌종양을 가지고 있다. 치료는 불가능하고 얼마 후면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 전에 자신의 죄를 고백한 것이다. 키이스는 보이엇의 이야기를 듣고 반신반의 한다. 교도소에 있는 돈테 드럼의 사형일은 며칠 뒤로 다가온 상태다. 보이엇의 고백으로 돈테 드럼의 사형이 연기되거나 취소될 수 있을까?

사형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

<고백>에서는 사형수와 관계된 많은 사람들이 등장해서 그들만의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 돈테 드럼의 변호인은 드럼의 사형판결을 번복시키기 위해서 9년 동안 미친듯이 싸워왔다. 외롭고 힘들었지만 어떤 국가도 사람을 죽일 권리가 없다는 신념이 있었기에 그동안 싸워올 수 있었다.

반면에 니콜 야버의 어머니는 드럼을 '괴물'이라고 부르면서 하루라도 빨리 사형을 집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요일마다 교회에 나가는 착실한 신자인 그녀는 사형판결에 대해 하느님께 감사하는 기도를 올린다.

같은 신을 섬기는 사람이지만 키이스 슈로더는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예수가 죄를 지은 자들을 죽음으로 응징하는 것을 허락할까. 십계명 중에는 '살인하지 말라'라는 계명이 있다. 국가라고해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 키이스의 믿음이다.

그의 믿음처럼 사형제도는 없어지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최대한 신중하게 판결하고 집행해야 할 것이다. 하긴 한 사람의 목숨이 걸린 일이니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고백>을 읽다보면 국가에 의한 살인, 사형제도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덧붙이는 글 | <고백> 존 그리샴 지음 / 신윤경 옮김. 문학수첩 펴냄.


덧붙이는 글 <고백> 존 그리샴 지음 / 신윤경 옮김. 문학수첩 펴냄.

고백 - 존 그리샴

존 그리샴 지음, 신윤경 옮김,
문학수첩, 2011


#고백 #존 그리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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