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정에 빠진 살인청부업자, 그의 운명은?

[리뷰] 빈스 플린 <제3의 선택>

등록 2011.07.15 13:37수정 2011.07.15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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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선택> 겉표지 ⓒ 랜덤하우스

▲ <제3의 선택> 겉표지 ⓒ 랜덤하우스

작품의 제목인 '제3의 선택'은 미국의 대테러정책 중 하나를 가리킨다. 1980년대 초부터 미국은 베이루트의 해병기지와 미 대사관 폭발 사건 같은 수많은 테러 공격에 시달렸다.

 

그 후에 테러에 맞서기 위해서 수백만 달러의 자금과 물자를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좋아지지 않았다. 80년대 말에는 팬암의 103항공기가 추락해서 수백 명의 무고한 시민들이 목숨을 잃은 사건도 생겨났다.

 

그래서 워싱턴의 영향력 있는 인물들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기에 이른다. 첫번째로 택할 수 있는 방법인 외교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두번째 방법인 군대를 동원해서 테러리스트들을 상대할 수도 없다.

 

여기서 세번째 방법이 나온다. 의회나 언론이 전혀 알지 못하는, 알아서도 안되는 비밀조직을 만들어서 테러리스트들을 각개격파하는 것이다. <제3의 선택>에서 이런 조직은 '오리온 팀'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오리온 팀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미국에서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CIA 소속의 이 오리온 팀은 중동과 유럽을 오가면서 테러리스트들과 테러조직에 자금을 지원하는 사람들을 찾아서 조용히 제거하는 일을 해왔다. 이들의 존재는 절대로 세상에 알려져서는 안 된다. 그랬다가는 대통령을 포함한 미국의 내각이 와르르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

 

테러리스트들을 제거하는 비밀조직

 

<제3의 선택>의 주인공인 미치 랩도 오리온 팀에 속한 인물이다. 서른두 살인 랩은 십 년 전부터 이 일을 해오면서 미국을 위험에 처하게 할 만한 사람들을 수도없이 죽였다. 랩의 공식적인 직업은 컴퓨터 컨설턴트다. 그는 주위 사람들에게 직업의 특성상 해외출장이 많다고 말한다. 실제로는 사람을 죽이러 외국으로 나가면서.

 

간단하게 말해서 미치 랩은 정부에서 승인한, 그리고 비밀리에 움직이는 살인청부업자인 것이다. <제3의 선택>에서 랩은 또다른 살인을 위해서 독일로 파견된다. 리비아의 독재자가 생화학 무기 및 원자력 무기 생산시설을 건설하려고 하는데, 한 독일인이 그 사업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치 랩은 이번 임무에 대해서 뭔가 좋지 않은 느낌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어떤 임무든지 확신을 갖는 경우가 거의 없었지만, 이번은 특히 평소와는 다른 무언가가 그를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느낌은 현실로 다가온다. 독일의 범죄수사국 요원으로 신분을 위장해서 저택에 들어가고, 목표물인 독일인을 제거하는 데 성공하지만 그 순간에 그는 자신이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깨닫는다. 여기는 미국에서 한참 떨어진 유럽의 한복판, 자신을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미치 랩은 자신의 능력만으로 유럽을 탈출해야 하고 동시에 자신을 함정에 빠뜨린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내야 한다. 그러기 전에는 단 하루라도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을 것이다. 누가, 왜 미치 랩을 상대로 음모를 꾸몄을까?

 

고뇌하는 전사 미치 랩 시리즈

 

<제3의 선택>은 '미치 랩 시리즈'의 두번째 편이다. 전편인 <권력의 이동>에서 중동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백악관에 감금된 대통령을 구해내며 화려하게 데뷔한 미치 랩은 이번 편에서도 그에 못지않은 활약을 보여준다. 전편의 무대는 백악관에 한정되어 있었지만, 이번 편에서는 유럽과 미국을 넘나들고 있다.

 

잘나가는 정부의 비밀요원이지만, 미치 랩에게도 고민이 있다. 사람을 죽이는 일은 이제 그만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에게도 결혼을 약속한 애인이 있다. 그녀와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조용히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십 년 동안 랩은 국가에 기여할 만큼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이번 임무를 마지막으로 은퇴하겠다고 결심한다. 하지만 대통령이나 CIA 국장은 그를 설득하려고 노력한다. 랩만큼 용감하고 능력있는 요원은 다시 나오기 힘들다는 것이 CIA 국장의 의견이다.

 

국장은 랩을 설득한다. 자네는 사람을 죽여왔지만, 그 대가로 더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했다는 사실에서 위로를 얻으라고 말한다. 그 말이 사실이더라도 살인청부업자로 계속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다. 랩이 어떤 고민을 하건간에, 미치 랩 시리즈를 읽는 독자들도 그의 은퇴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제3의 선택> 빈스 플린 지음 / 이훈 옮김. 랜덤하우스 펴냄.

제3의 선택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7-3

빈스 플린 지음, 이훈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2011


#제3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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