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시인의 긴급호소 "'겨레말큰사전' 무산위기"

정부 지원액 절반으로 줄어... "동서독은 분단 중에 '괴테사전' 편찬"

등록 2010.10.05 09:52수정 2010.10.05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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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시인. ⓒ 한국문학평화포럼

고은 시인. ⓒ 한국문학평화포럼

남북한이 함께 6년간 추진해온 '겨레말 큰 사전' 편찬사업이 위기에 빠졌다.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이사장 고은 시인은 4일 '국민여러분께 드리는 호소문'을 내고 "50%의 공정을 넘긴 겨레말큰사전 사업이 작년에 국회에서 의결되고 배정받은 기금 중에서 편찬사업비를 지원받지 못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며 "연구용역자들은 편찬사업에서 손을 떼고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 떠나고 말았다"고 밝혔다.

 

남북한 언어이질성을 극복하기 위한 남북통합국어사전을 만들자는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은 2004년 10월 남북사회문화협력사업으로 승인을 받았고,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20여 회의 남북합동편찬회의를 해왔다.

 

2007년 4월에는 국회에서 관련법이 제정돼, 남북협력기금의 사회문화협력사업 지원금으로 매년 30억 원 정도의 예산이 지원돼왔고, 2014년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그러나 올해는 통일부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 위원장 현인택 통일부 장관)에서 기관운영비 16억6천만 원만 승인하고 집필사업비와 북측편찬사업보조비 등 13억7천여만 원은 승인되지 않았다.

 

통일부 관계자는 "남북협력기금에서 지원되는 것이기 때문에 해마다 교추협에서 판단을 해왔다"면서 "올해는 전반적인 남북관계 악화로 교류가 막히면서 북한과의 편찬회의 사업부분이 줄었기 때문에 지원금을 줄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는 북한과의 공동편찬사업보다 남측 내부적으로 하는 사업예산을 편성하는 쪽으로 결정한 것"이라며 "그러나 사업의 지속성은 유지한다는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정치적으로 접근하지 말아달라" 호소

 

고은 시인은 "독일은 분단 상황에서도 동서독이 힘을 합쳐 <괴테사전>을 만들었고 중국과 대만은 <양안사전>을 만들어 말의 길을 열어가면서 통일의 순간을 기다렸다"며 "일제가 우리를 식민지로 만들었던 시절, 온갖 탄압에도 불구하고 조선어학회가 우리말과 글을 지켜내지 않았더라면 해방되자마자 우리 민족은 맞춤법조차 변변하게 갖지 못한 야만적인 민족이 되고 말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당장에는 실효성이 없어보이지만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 편찬사업은 콩나물을 키우는 일과 비슷하다"며 "이념적이며 정치적인 접근이 이뤄지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호소했다.

2010.10.05 09:52 ⓒ 2010 OhmyNews
#겨레말큰사전 #고은 #현인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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