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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은 엄마가 둘, 그래도 불만 없어요"

[리뷰] <에브리바디 올라잇>, 레즈비언 가족 이야기

10.09.07 11:30최종업데이트10.09.08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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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브리바디 올라잇 스틸컷 ⓒ (주)코리아 코어 콘텐츠


지난 2일 개봉한 <에브리바디 올라잇>은 레즈비언 감독 리사 촐로덴코가 연출한 작품이에요. 서두에 '레즈비언'이란 단어를 명확하게 꺼내니 혹시 리뷰어가 '레즈비언'에게 혐오증을 가지고 있단 생각을 할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아요. 첫 문장에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바로 영화 줄거리와 연관이 있기 때문이에요. 이 작품은 리사 촐로덴코 감독의 자전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 영화이기 때문이죠. 자신이 직접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만큼 현실성이 제법 잘 살아 있어요.

줄스(줄리안 무어)와 닉(아네트 베닝)은 커플이에요. 두 사람 모두 여자죠. 가족을 이루고 싶어 하던 그녀들은 정자를 기증 받아서 아이들을 가지게 되죠. 바로 아들 레이저(조쉬 허처슨)과 딸 조니(미아 바쉬이코브스카)예요. 이렇게 가족을 이루고 살던 어느 날 드디어 일이 발생해요. 사건의 발단은 대학생이 될 조니가 정자를 기증한 사람을 찾자고 이야기하면서 시작되어요. 정자 기증자인 폴(마크 러팔로)은 사람과 쉽게 친해지는 성격을 가지고 있죠.

그는 얼마 되지 않아서 닉, 줄스 등과도 친해져요. 하지만 큰 문제가 발생하죠. 폴과 줄스 사이에 생각지도 못했던 감정과 일이 생기는 것이에요. 레즈비언 커플로 오랫동안 잘 지내왔던 닉과 줄스 역시 서로에게 상처 주는 일들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죠.

유쾌하고 좋은 사람인 폴이지만 닉과 줄스의 가정에서 보면 이방인일 뿐이에요. 물론 생물학적으로 보자면 조니에게는 아버지이겠지만 말이에요. 이건 단지 정말 생물학적인 관점일 뿐이죠. 조니와 가족을 이루고 살아온 사람들은 바로 닉과 줄스예요.

여전히 동성애에 대한 시선이 좋지 않은 한국적인 상황에서 보자면 <에브리바디 올라잇>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이야기들이에요. 우리가 생각하는 가족은 엄마, 아빠가 있고 딸과 아들이 있는 구조죠.

그런데 이 영화에서 보여준 가족은 엄마만 있을 뿐이에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가치에서 생각한다면 이들은 가족이라고 부를 수 없는 존재들이죠. 하지만 영화에서 보여주는 레즈비언 커플의 가족들 역시 우리와 똑같아요. 그들 역시 보통의 가족들이 겪는 여러 가지 일들이 발생하고 가족 사이에 고민거리도 생긴다는 것이죠.

폴과 닉, 가족의 역할을 되묻다

▲ 에브리바디 올라잇 스틸컷 ⓒ (주)코리아 코어 콘텐츠


이 작품에서 가장 극적 갈등을 일으키는 인물은 다름 아닌 폴과 닉이에요. 폴의 시선으로 보면 닉과 줄스의 가족 구성은 상당한 문제점이 있죠. 바로 아빠가 없단 것이에요. 그는 자신이 아이들의 아빠 노릇을 하고자 하지만 그것은 정말 도를 넘어선 행동이었어요.

보통 사람들이 보기에 이 가족 구성원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에요. 두 여자만 존재하는 가족에서 아빠의 부재가 느껴질 것이라 상상하기 쉽죠. 하지만 이런 판단은 단지 우리들의 시선으로 보기에 발생해요.

이 가족들 역시 아빠의 역할을 하던 닉이 있어요. 폴은 닉이 아빠 역할을 하고 있음을 제대로 간파하지도 않고 가족들 일에 끼어들죠. 그런데 폴의 시선은 대부분 보통 사람들이라면 오해하고 곡해할 수밖에 없는 시선이기도 하죠. 굳이 폴이 아닌 누가 그 위치에 있게 된다하더라도 이런 편견은 가질 가능성이 높아요. 이 모든 것은 우리들이 바라보는 편견어린 시선 속에서 발생하는 것이죠.

가족이란 서로가 얼마나 사랑하고 그리고 그 구성원으로서 동질감을 느끼고 있는가의 문제가 제일 중요하죠. 영화에 등장하는 닉과 줄스 역시 그래요. 두 사람 모두 딸 조니와 아들 레이저에게 큰 애정과 사랑을 가지고 있어요. 단지 한 순간 즐거움을 주는 폴의 애정과 그 깊이가 다르단 것이죠.

오랜 시간 가족으로 지내오면서 그들이 겪은 수많은 편견과 가족구성원으로서의 고민 등은 왜 이들이 진정한 가족일 수밖에 없는지 보여주고 있어요. 서로에 대한 진심과 사랑이 없다면 이미 가족이란 구성원들이 같은 곳에 거주한다해도 그곳은 진정한 가족들이 사는 집은 아니겠죠.

<에브리바디 올라잇>은 이런 부분이 상당히 신선하게 다가오는 작품이에요. 처음엔 단순히 레즈비언 커플의 가족 이야기를 자극적으로 풀어내려는 영화가 아닌지 의심을 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아요.

담담하면서도 차분하게 조금 특이한 구성이지만 가족으로 살아가는 한 집을 그려내고 있어요. 진정한 가족이 어떤 것임을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것이죠. 이 작품은 400만불 제작비로 북미에서 1914만불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준수한 흥행기록을 남겼어요.

덧붙이는 글 국내개봉 2010년 9월2일

이기사는 영화리뷰전문사이트 무비조이(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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