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천안함 도박'에 한국 경제 '흔들'

한반도 긴장 고조, 외국인 떠나고 개인들 "누가 경제 망가뜨리나"

등록 2010.05.25 17:19수정 2010.05.25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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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 여의도 한 증권사 영업장에서 관계자가 증시 모니터를 살펴보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44.10포인트(2.75%) 내린 1,560.83에 마감했다. 지난 2월 8일 1,552.79 이후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 연합뉴스

25일 서울 여의도 한 증권사 영업장에서 관계자가 증시 모니터를 살펴보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44.10포인트(2.75%) 내린 1,560.83에 마감했다. 지난 2월 8일 1,552.79 이후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 연합뉴스

"공포와 불안이 시장을 지배했다."

 

25일 국내 대형증권사 한 임원의 말이다. 회복기미를 보이던 한국경제가 '천안함 리스크'라는 대형 악재에 흔들리고 있다. 정부의 강도 높은 대북 제재 움직임에 대해 북한이 '전쟁불사'를 외치며 강하게 반발하면서, 남북 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남유럽발 재정위기가 확산될 기미까지 보이면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제전반에 불안심리가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25일 국내 외환과 주식 등 금융시장은 말 그대로 '패닉' 양상을 보였다. 원-달러 환율은 천안함 발표 이후 80원 이상 폭등했고, 외국인들은 국내 주식시장을 떠나고 있다. 주가 역시 이날 한때 심리적 지지선인 1550선까지 무너지기도 했다.

 

연이은 대북제재 움직임과 북한 반발 소식에 금융시장 '패닉'

 

25일 금융시장은 '패닉' 상태였다. 물론 전날(24일) 미국 뉴욕 주식시장은 스페인 중앙은행이 최대저축은행인 카하수르를 국유화한다는 소식에 큰 폭으로 하락한 상태였다. 남유럽발 재정위기가 정부에서 민간으로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 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주식시장 역시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다.

 

이 같은 불안심리를 공황상태로 몰고 간 것은 천안함 리스크였다. 정부의 '북한=주적' 개념 부활과 개성공단 상주인원 할당 소식이 이어졌다. 물론 미국, 일본의 대북 강경발언도 계속됐다. 여기에 김정일 위원장이 전군에 대남 전투태세 강화 지시를 내리는 등 북한 쪽이 전투 태세에 들어갔다는 뉴스까지 전해지자, 금융시장은 요동을 쳤다.

 

우선 서울 외환시장. 이날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35.5원이나 오른 1250.00 에 마감됐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한때 50원 이상 폭등하면서 1270원선을 넘어서기까지 했다. 환율은 지난 4월 26일 1104.10원으로 19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한 이후 1개월이 채 안 돼 145.90원이나 상승했다. 특히 천안함 조사 결과가 발표된 지난 20일 이후 사흘 동안 무려 80원 이상 폭등했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외국인은 연일 국내 주식을 내다 팔고 있다. 이날도 외국인은 5875억원어치 주식을 팔아 치웠다. 북한의 전투 태세 돌입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그동안 주식시장 하락을 가까스로 막아왔던 개인 투자자들마저 '투매' 대열에 합류했다. 이 때문에 장중 한때 코스피지수는 1550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오후 들면서, 연기금을 중심으로 기관투자자들이 주식을 사들이면서 추가 하락을 막아 간신히 1560선을 지켰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44.10포인트(2.75%) 하락한 1560.83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 2월 8일 1552.79를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코스닥 지수는 코스피보다 타격이 더 컸다. 장중 한때 8%대의 폭락 장세를 보이면서 26.37포인트(5.54%) 하락한 449.96을 기록해 450선이 무너졌다.

 

"누가 경제를 흔드나"... 대북강경기조, 지방선거까지 유지될 듯

 

문제는 천안함 리스크가 앞으로 국내 경제에 얼마나 악영향을 끼칠 것인지다. 특히 그동안 대북제재에 따른 한반도 리스크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던 정부도 뒤늦게 금융시장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등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또 국내 주식과 펀드 등에 투자했던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천안함 발표 이후 주식이 폭락하면서 증폭된 불안감이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바뀌고 있다. 이들은 개인소셜네트워크인 트위터를 중심으로 "경제에 큰 영향 없을 것이란 정부의 천안함 발표 이후 수천억원이 날아갔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중소기업을 운영한다는 KOR119씨는 "증시에서 60포인트 빠지면서 날아가는 돈은 천문학적인 액수, 과연 누가 고통받고 있는 것일까"라고 반문하면서 "안타깝다"고 트위터에 글을 남겼다.

 

박형중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원-달러 환율 폭등 수준은 현재 한국 경제의 체력을 봤을 때 좀 과도하게 진행된 측면이 있다"면서 "천안함 사태로 인한 한반도 리스크가 어느정도 안정될 때까지는 환율 불안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리는 민간경제연구소의 한 연구위원은 "정부와 미국, 일본 등의 대북제재 수위와 발표 등은 그동안 예상했던 수준"이라며 "하지만 북한 쪽에서 '전쟁 불사'를 천명하는 등 당초 생각보다 반발이 거세지면서 외국인 등을 중심으로 한반도 불안심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제는 이 같은 남북 대결구도의 출구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다음달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정부와 여당으로선 당분간 이러한 대북 강경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만큼 경제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0.05.25 17:19 ⓒ 2010 OhmyNews
#천안함?사건 #이명박 대통령 #금융시장 #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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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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