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경복, 김상곤, 그리고 곽노현

등록 2010.05.07 14:32수정 2010.05.07 14:34
0
원고료로 응원
건국대의 주경복 교수와 한신대의 김상곤 교수, 그리고 한국방송통신대의 곽노현 교수는 개개인의 개성과 창의성을 중시하는 교육개혁을 통하여 21세기 대한민국을 새롭게 만들고자 꿈꾸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진보민주진영의 단일후보로 서울과 경기도의 교육감 선거 후보로 합의되어 선거를 치렀거나 치를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2008년 7월 30일에 있었던 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에서 주경복 교수는 한나라당이 지지하는 공정택 후보에게 아깝게 져서 아직까지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는 곤욕을 치르고 있다.

재판정에 가서 패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절도 없는 검찰에게 수모를 당하고 있는 주경복 교수와 주 교수를 지지했던 이십여 명의 교사와 시민들을 보면 그냥 눈물만 흐른다. 국민을 위하여 만든 법이 국민을 윽박지르고, 국민의 권리를 앗아가고 있는 현실 속에서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묵묵히 지켜봐야만 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그 당시에 강남 지역의 몰표로 서울시 교육감으로 당선돼 'MB 교육'에 앞장선 공정택 전 교육감은 명백한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서울시 교육청 비리사건에 연루되어 교육감 직위에서 쫓겨나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이와 반대로 2008년의 서울시 교육감 선거를 기반으로 경기도 진보단체와 시민단체들이 합의하여 경기희망교육 도민 후보로 2009년 4월 8일 경기도 교육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김상곤 교수는 무상급식과 혁신학교, 청소년 인권선언 등등의 참신한 교육정책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의 관료주의와 억압에 대항하여 경기도 교육의 희망을 창출하였다.

서울과 경기도의 진보민주 단일후보 교육감의 당락이 서울 교육의 교육청 비리와 경기도 교육의 희망이라는 대차대조표로 드러난 것이 2008년 7월 30일 이후의 서울과 경기도 교육감 보궐선거 현장에서 드러난 명백한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을 언론 그리고 교육현장에서 목격하였던 진보시민 교육단체들이 70여 개의 진보단체들과 협력하여 서울 진보ㆍ민주 교육감 후보 추대위원회를 만들자고 결의한 것은 2009년 12월이었다. 2008년 단일진보진영의 후보라는 오해 속에서 진보민주 진영이 모두 하나가 되어 선거에 임하지 못했던 서울 주경복 교육감 후보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2009년 단일화의 노력으로 선거의 마지막 날까지 노심초사했던 경기도 김상곤 교육감 후보의 아픔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진보적이고 민주적인 교육운동의 모든 진영이 한마음이 되어 단일후보를 만들자고 약속했던 것이다.


교육운동의 모든 진영과 진보운동의 모든 진영이 합의하여 2010년 6월 2일 지방선거의 교육감 단일후보를 만들고자 한 노력은 지난 1월 중순 투표권이 없는 청소년 단체들까지 포함하여 24개 운영위원회 단체와 70여 개 전원회의 단체를 회원으로 '2010 서울시 민주ㆍ진보 교육감 교육의원 범시민추대위원회(이하 추대위원회)' 발족으로 이어졌다. 추대위원회를 발족하던 당시에 물망에 올랐던 후보들은 박명기, 이부영, 최홍의 3인이었다.

이와 더불어 다양한 민주ㆍ진보 진영의 단체와 개인들이 새로운 후보들을 물색하였고, 민주ㆍ진보 진영의 교수단체를 대표하는 민교협과 교수노조도 집행부가 함께 논의하여 합의한 결과 곽노현 교수를 민주ㆍ진보 진영 단일후보로 추천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숭실대 이삼열 교수가 후보로 추천되었다. 이 다섯 명의 민주ㆍ진보 진영 단일후보 후보자들은 추대위원회가 제시하는 후보단일화의 일정과 규칙에 승복하겠다는 서약서에 모두 서명하였다.

그러나 선거 경험이 없고 정당이나 관료적인 조직적 결솔력이 없는 추대위원회의 일정과 단일화 규칙은 끊임없이 바뀌었다. 각 후보들의 개별적인 요구들, 새롭게 추대위원회에 가입하는 진보ㆍ민주 단체들의 민주적이고 대중적인 규칙들에 대한 제언 등등은 애초에 3월 4일로 예정되었던 민주ㆍ진보 진영의 단일후보 추대를 한 달 열흘이나 미루었고, 그 결과 4월 14일에야 비로소 곽노현 교수를 민주ㆍ진보 진영 단일후보로 추대하였다.

이 과정에서 추대위원회 전원회의 단체들은 애초의 70여 개 단체에서 200여 개 단체로 증가하였고, 5인의 후보추천위원은 새롭게 가입한 시민단체를 포함하여 6인으로 증가하였다. 아픔도 많았다. 한동안 서로 다른 의견으로 운영위원회와 전원회의에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고, 단일화의 일정·규칙의 연기나 변경, 혹은 또 다른 의견 등으로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그런 싸움의 과정에서 울기도 하고 지치기도 하였지만, 2008년 서울 교육감 보궐선거에서 눈물을 흘려야만 했던 주경복 교수와 서울 시민, 그리고 교육당자자인 청소년의 아픔을 치유하고, 2009년 경기도 교육감 보궐선거에서 당당히 이긴 김상곤 교수가 만든 경기도 교육희망을 6월 2일 서울에서도 반드시 계승해야만 한다는 일념으로 운영위원들은 운영위원들대로, 후보추천위원들은 후보추천위원들대로 지치고 힘들더라도 함께 가자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경선 규칙과 일정을 변경하면서 5명의 후보들과 6인의 후보추천위원들은 일요일 밤 10시에 만나서 최종 합의 및 경선에 승복하겠다는 구두 서약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교육운동을 함께했던 박명기 후보가 추대위원회의 후보를 사퇴하였고, 경선 당일 오전에 이삼열 후보도 사퇴하였다. 두 후보들이 사퇴한 것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은 본인을 포함하여 추대위원회가 진행하였던 미숙한 절차의 잘못 때문임을 절감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추대위원회를 함께했던 민주ㆍ진보 진영의 가슴 속에 아쉬움은 남아 있다. 진보를 위하여, 민주를 위하여, 혹은 교육개혁을 위하여 개인을 희생해야 한다는 거짓말을 하려는 것도 아니다. 민주와 진보, 그리고 교육개혁과 더불어 두 분의 고상한 마음과 미래에 대한 열정이 함께 더불어 살아야만 한다는 것이 필자의 마음이다. 나는 같은 인문학 연구의 선배로 이삼열 교수를 존경하고 누구보다도 먼저 교육운동의 전선에서 활동한 선구자로 박명기 교수를 존중한다. 그래서 민주와 진보, 그리고 교육개혁과 더불어 그분들의 고상한 마음과 미래에 대한 열정이 추대위원회의 모든 분들과 함께 오래 지속되기를 바랄 뿐이다.

필자와 더불어 나머지 5인의 후보추천위원들과 추대위원회 회원 단체들은 이삼열 교수나 박명기 교수가 민주ㆍ진보 진영의 단일후보가 되었더라면 그들과 더불어 개개인의 개성과 창의성을 토대로 하는 다양성의 교육개혁을 위하여 함께했을 것이다.

필자는 추대위원회의 모든 분들이 비록 서로 의견이 조금씩 달라서 우왕좌왕했을지라도 우리의 교육문제는 개인이 아니라, 혹은 개개인이 속한 교육단체나 시민단체들의 이익이 아니라 모든 이의 문제이고, 우리 아들과 딸의 문제이고, 이 나라 미래의 문제이기 때문에 지난 4개월 동안 묵묵히 민주ㆍ진보 진영의 단일후보를 만들려고 노력했다는 것을 굳게 믿는다. 그래서 이삼열 교수와 박명기 교수도 우리와 함께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것이 개인도 살고 우리의 미래도 함께 사는 것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 필자는 동국대 영문과 교수이며, 민교협 상임의장입니다.


덧붙이는 글 필자는 동국대 영문과 교수이며, 민교협 상임의장입니다.
#장시기 #주경복 #김상곤 #곽노현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의 뉴스 아이디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2. 2 재판부 질문에 당황한 군인...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퍼즐
  3. 3 [단독] 윤석열 장모 "100억 잔고증명 위조, 또 있다" 법정 증언
  4. 4 "명품백 가짜" "파 뿌리 875원" 이수정님 왜 이러세요
  5. 5 김종인 "윤 대통령 경제에 문외한...민생 파탄나면 정권은 붕괴"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