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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속 세상 가장 두려운 것은 인간의 광기!!

영화 <미스트>..상상하기 곤란한 끔찍한 가혹한 선택들

09.11.21 15:44최종업데이트09.11.21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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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스트> ⓒ 네이버 영화

공포를 소재로 한 영화는 즐겨보지 않는다. 잔인하고 끔찍한 공포영화를 보면서 스릴과 쾌감을 얻는다는 말도 잘 납득이 가질 않는다.

어렸을 적 컴컴한 여름밤마다 TV에서 흘러나온 귀신들의 곡소리에 두려워, 할머니 등뒤로 숨어버렸던 나약함이 아직도 남아있어 그런지 모른다. 죽을 고비를 몇 번 넘기고 살아남아 그랬는지, 오랜동안 귀신 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밤마다 쫓겨다녔던 기억 때문이지도.

그런데 납량특집 드라마도 공포영화 시즌도 훌쩍 지난 뒤, 충격적인 영화 한 편을 보게 되었다. 영화 <쇼생크 탈출> <미저리> <드림캐쳐> <그린 마일> <샤이닝> <킹덤> 등의 원작자인 스티븐 킹의 소설을 영화화 한 <미스트, The Mist>가 바로 그것인데, 네티즌 관객들의 평가는 짠 편이지만 겁많은 내게는 공포 그 자체였다.

그리고 공포소설의 대가로 일컬어지며 금세기 최고의 흥행 작가, 발표하는 소설마다 베스트셀러가 되고 대부분 영화화 및 드라마화 될 만큼 작품성과 흥행성이 뛰어난 스티븐 킹의 놀라운 상상력과 세계관, 가치관은 공포와 또 다른 매력에 빠지게 했다. 오죽했으면 간절히 살아남길 바랐던 주인공 일행이 총알 수를 세며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난 후 찾아온 허무한 결말은 오랜동안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정말 만약에 내가 저 상황에 처한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괜한 질문에 답을 찾지 못해 고뇌케 했다. 여하튼 영화는 그렇게 답이 없는 철학적 문제와 같이 앞이 보이지 않는 짙은 안개가 갑자기 평화로운 호숫가 마을을 덮치면서 시작된다.

영화 포스터를 손수 그리던 주인공과 아내, 어린 아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을 순식간에 공포-불안에 밀어넣은 안개의 정체는, 호수 건너편 군사시설에서 과학자들의 실수??로 괴생명체가 3차원 밖에서 현실세계로 넘어오면서 나타난 현상이었다. 오만하고 어리석은 인간이 또다시 열어서는 안되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결국 무고한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간 재앙을 낳게 한 거다.

두려움으로 가득찬 슈퍼마켓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사람들이 정체를 알지 못하는 안개 속 불길한 기운은 결국 실체를 점점 드러내고 작은 마을과 사람들을 공격하고 집어삼킨다. 마치 영화 <에일리언>의 가공할 외계 생명들처럼 안심할 새도 없이 갑자기 튀어나온다. 하지만 영화에서 메뚜기와 거미, 익룡, 빨판 코끼리코를 닮은 괴생명체들보다 소름끼치게 무서운 것은 슈퍼마켓에 갇힌 마을사람들의 광기다.

안개가 미치지 않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유리벽 속 공간인 슈퍼마켓에서 현실을 인정치 않으려는 사람들, 특히 사이비 기독교인의 선동과 갈등은 인간 내면의 괴수성과 집단광기를 어김없이 드러낸다. 괴생명체를 '사신'이라 부르며 <요한계시록> 구절을 외며 '이 모든 게 신을 모욕한 인간의 죄라며 회개하라' 외치며, 희생양을 요구하는 모습은 '마녀사냥' 그 자체를 보는 듯하다.

여기서 영화는 단순한 공포영화가 아니라 인간 본연의 개운치 못한 그것을 끄집어 내기 위한 심리술처럼 느껴진다. 끝내 살아남기 위해 주인공 일행들은 안개 속으로 뛰어들어 탈출을 감행하지만, 그들의 절망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원작 소설에서는 주인공이 차를 몰고 안개 속으로 사라지는 것으로 끝을 맺지만, 영화감독은 너무나 가혹한 선택을 하게 몰아붙인다.

그 가혹함 후에 보이지 않는 상대를 향해 '컴온 컴온'을 외쳐대다 무심한 화염방사기와 함께 밀려온 허무한 생은, 정말 뭐라 설명해야 할지 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흥미 위주의 자극적인 공포영화만 즐겨봐온 관객들은 영화 <미스트>를 '최악'이라 평가절하 했는지 모르겠다.

이는 중국에서 지난 4월 개봉한 영화 <난징 난징>을 일본이 상영금지한 것과 같은 이유일 것이다. '만물의 영장'이라 자만하는 우리들의 무지와 한계, 야만성을 아주 불쾌하게 노골적으로 드러냈기 때문에.

정체모를 안개의 공포 속에서 마을사람들은 살 수 있었다. 하지만.. ⓒ 네이버 영화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뷰와 U포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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