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현재-미래가 숨쉬는 '통영 1번지 길'

[통영의 '길' ②] 통영의 이정표, 강구안 문화마당

등록 2009.11.08 14:44수정 2009.11.08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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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간의 특이점'이라는 말이 있다. 천체물리학의 독특한 개념인 이것은, 기본적인 물리법칙들이 붕괴되고 전도되는 우주의 특정 시점 혹은 지점을 지칭하는 것으로, 우주의 탄생을 역추적하고 미래를 예측해보는 연구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개념이다.

 

통영의 강구안, 그리고 문화마당은 '통영의 특이점'이다. 어떻게 특이하다는 말이 아니라, 통영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교차하고, 외지인과 통영인이 교차하는 지점이라는 말이다. 시간과 사람이 교차하는 교차로이면서, 통영의 이정표가 되는 공간이 문화마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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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의 얼굴, 강구안 '문화마당' ⓒ 정용재

통영의 얼굴, 강구안 '문화마당' ⓒ 정용재

 

통영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집약된 '포인트'

 

통영이라는 이름을 생각해보면, 강구안 문화마당에서 어떻게 통영의 과거를 말할 수 있는지 답할 수 있다. '통영'이라는 이름이, '수군통제영'에서 나왔다는 것을 모르는 통영인은 없을 것이다. 수군의 전함이 머무르고, 사열식을 행하기도 한 강구안과 '병선마당'은 현재 '통영'이라는 이름의 기원과 밀접한 관련을 지닌 공간이다. 문화마당은 통영 역사 연구의 중요한 지점이다.

 

'병선마당'은 지금 '문화마당'이 되어 통영시민들의 소통공간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광장'이다. 이것이 '병선마당-문화마당'의 현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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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당은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 정용재

문화마당은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 정용재

 

광장에서는, 사람들이 쉬어가기도 하고, 사람들이 모여 노래하고 춤추며 놀기도 하고, 때로는 누군가를 기념하기 위해 모이기도 한다.

 

또한, 문화마당은 통영을 방문한 외지 손님들이 한번쯤은 발을 딛는, 여행길의 이정표이다. 리조트 등 숙박시설과 미륵산 케이블카를 이용한 관광객이 해저터널을 지나, 문화마당으로 나와서 거북선을 관람하고 중앙시장을 방문하거나, 남망산 공원과 이순신 공원으로 향하는 코스의 중간지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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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구안 문화마당 앞에 정박중인 거북선 ⓒ 정용재

강구안 문화마당 앞에 정박중인 거북선 ⓒ 정용재

 

통영여행길의 이정표인 문화마당은, 통영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문화마당은, 2011년까지 병선마당으로 복원될 예정이다. "그때야말로 문화마당은 케이블카와 더불어 관광 통영의 얼굴이 될 것입니다." 시청 문화예술과 이재옥 계장의 말이다. 이와 관련, 경남도의 '이순신 프로젝트' 사업의 일환으로 조선 수군의 판옥선이 복원되어, 빠르면 올해 안에 강구안으로 들어와 거북선과 나란히 전시될 예정이다. 이재옥 계장은 "통제영이 복원되면 문화마당이 병선마당이 되고, 이순신공원과 연계되는 코스가 될 것"이라고 전한다.

 

조선시대 군사시설로서의 병선마당이었다가, 현재 광장이며 관광코스인 문화마당이 되었고, 다시 병선마당이 될 예정이지만 이제는 관광통영의 랜드마크가 된다는 것이다. 통영시가 제시한 해상케이블카 사업과 함께, 판옥선 거북선 등 조선 수군의 병선이 복원되어 자리잡은 강구안을 상상해 보는 것은, 통영의 미래상 중의 하나를 그려보는 것일지도 모른다.

 

문화마당에서 이순신공원까지

 

경남도의 '이순신 프로젝트'와 통영시의 청사진에 의하면 강구안 병선마당과 이순신 공원은 연계되는 코스가 된다. 하지만 문화마당과 이순신공원은 아직은 별개의 공간이다.

 

경기도 평택에서 통영을 찾아온 여행객 박성철씨는 "이순신공원을 찾아 차를 몰고 가면서도, 과연 이리로 가면 공원이 나오기는 하는건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라며, 문화마당과 이순신공원 사이의 거리를 말했다. 물리적인 거리 이상으로 심리적인 거리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조선소 등 각종 공장시설로 인한 탁한 공기도 지적했다.

 

관광객의 시선뿐만 아니라, '관광통영'을 이야기하는 시민들 사이에서도 동호만 조선소가 화두가 되고 있다. 한편, 문화관광해설사 김영국씨는 "과거에는 동호만 조선소가 통영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지적하며, 현재의 통영의 모습만을 보고 조선소 이전을 간단하게 말해서는 안된다는 견해도 나타냈다.

 

  '문화' 마당의 자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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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선과 노젓기 체험장 앞의 통영거북선 선장 이정남씨 ⓒ 정용재

거북선과 노젓기 체험장 앞의 통영거북선 선장 이정남씨 ⓒ 정용재

 

통영 거북선 선장 이정남씨는, "문화마당이 지금과 같이 깔끔하게 정리가 된 것은 거북선이 정박하게 된 이후부터라고 봐야 한다"라며, 거북선에 자부심을 갖고 있음을 드러냈다. 그의 말대로 문화마당 앞에 거북선이 자리잡고, 상설 전시공간이 마련되기 전에는 지금과 같이 깨끗한 모습만은 아니었다고 말할 수 있다. 

 

지금 문화마당은, 시민의 문화공간이자 관광의 얼굴로 만들려는 당국의 시도와, 인근 주민들의 자정 노력으로 많이 정화된 상태이지만, 취객 등에 의한 슬럼화의 위험은 항상 경계해야 한다. 통영시 관광과 임숙영 과장은 "행정력에 한계가 있을뿐더러 자칫 문화마당 분위기가 딱딱해질 수 있다"라며, 시민들의 문화마당에 대한 애정을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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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당은 통영을 찾은 관광객이 꼭 한번쯤 지나치는 지점이다 ⓒ 정용재

문화마당은 통영을 찾은 관광객이 꼭 한번쯤 지나치는 지점이다 ⓒ 정용재

문화마당에서, 혹은 근처에서 일하고 생활하는 시민들은 문화마당이 '통영시 1번지길'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강구안 문화마당의 역사성뿐만 아니라, 현재의 입지와 위상을 봐도 틀린 말은 아니다. 문화마당은 그냥 문화마당이 된 것이 아니다. 애초에 문화마당이 조성될 당시에는, 이 공간이 주차장이 될 수도 있었다고 한다. 조성 당시, 지금과 같은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공간이 될 것을 누가 예상했을까. 지금 문화마당은, 늦은밤 취객을 제지하는 인근 시민의 노고가 정말로 '문화'라는 이름에 걸맞게 하는 것이 아닐까. 시민들의 자발성이 문화다운 문화를 가꾸어내는 근본적인 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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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통영의 1번지 문화마당이지만, '관광통영'도 결국 통영시민을 위한 주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 정용재

관광통영의 1번지 문화마당이지만, '관광통영'도 결국 통영시민을 위한 주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 정용재

 

덧붙이는 글 | <한려투데이>에도 실렸습니다.

2009.11.08 14:44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한려투데이>에도 실렸습니다.
#통영 #문화마당 #강구안 #통영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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