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농장 딱 우리 이야기 인데

[서평] '동물 농장'을 읽고 현재 한국 사회를 성찰하다.

등록 2009.09.18 14:20수정 2009.09.18 14:20
0
원고료로 응원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은 1945년 8월 17일에 출간이 되었다. 하지만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전후세계가 시작 되는 바로 그 해에 출간된 이 책의 출판은 순탄한 과정이 아니었다.

 

a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동물 농장-조지오웰]최희섭 (옮긴이)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2008.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동물 농장-조지오웰]최희섭 (옮긴이)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2008.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이 책을 쓰기 시작할 무렵, 출간이 매우 어려우리라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당시에는 신간의 양이 적어서 책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팔릴 것이 틀림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했다. 그리고 결국 출판업자 네 명이 이 책의 출판을 거절했다."(조지오웰 서문)

 

"정보부는 이 책을 출판하지 말라고 경고 했거나 최소한 강력히 권고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공식 후원을 받는 책도 아닌데, 그에 대해 일개 정부 부처가 검열권을 행사하는 것은 분명 바람직하지 않다." (조지오웰 서문)

 

1945년 출판 전 [동물 농장]은 어떤 내용이었기에 영국 정부에서는 한 작가의 문학 작품의 출판을 정보부가 나서서 제재하였을까?

 

혁명 그 뜨거운 함성

 

"인간과 대적하여 투쟁할 때 우리 동물들이 인간을 흉내 내서는 안 되오. 인간을 정복했을 때에도 인간의 악덕을 받아들이지 마시오. 어떠한 동물도 집에서 살거나 침대에서 잠을 자거나 옷을 입거나 돈을 만지거나 장사를 해서는 안 되오. 인간의 모든 습관은 사악하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떤 동물도 자신과 같은 동물 위에 군림하여 압제를 행해서는 안 되오. 힘이 약하거나 강하거나, 똑똑하거나 순박하거나 우리는 모두 형제요.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여서는 안 되오. 모든 동물은 평등하오." - 메이저 영감

 

[동물 농장]은 인간 존스의 농장에 살고 있는 동물들의 이야기이다. 동물들은 언제나 인간의 이익을 위해 일을 하고 밥 먹고 살아가는 한갓 노예일 뿐이었다. 그런데 동물들은 저항하기 시작한다. 인간의 이익을 위해 자신들을 노예 취급하는 존스씨를 몰아내 자유롭게 평등한 삶을 살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동물들의 불만은 쌓이고 농장 주인 존스씨는 동물들에게 끊임없이 노예취급을 하며 자신의 이익을 늘려간다. 이때 메이저 영감은 생을 마감하기 전에 동물들에게 인간을 몰아내고 우리 모두 행복하고 평등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 보자고 한다. 동물들은 지금 저항하지 않고 그냥 살아가기보다는 한 번 저항 해보고 죽자며, 마침내 인간 존스씨와 그의 인부들을 몰아낸다.

 

동물들은 혁명을 이루어내며 농장의 이름을 장원 농장에서 동물 농장으로 바꾸어 동물 스스로 농장을 꾸려가는 자유로운 공동체 사회를 형성하게 된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동물은 적이다

 

동물농장은 인간들의 억압과 착취에 벗어나 능력에 따라 일을 하고 필요에 따라 소비 하는 자유로운 공동체가 되었다. 공동체를 꾸려 가는데 아주 헌신적으로 일을 하는 돼지 두 마리가 있는데 그들은 나폴레옹과 스노볼이다. 두 돼지 모두 농장이 조금 더 발전하고 모두가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를 구성하기 위해 자신의 몸 하나를 던져 농장 일에 헌신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농장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해 입장 차이가 있었다. 나폴레옹은 동물들이 해야 할 일은 무기를 확보하고 그 무기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훈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스노볼은 더욱 많은 비둘기를 날려 보내어 다른 농장의 동물들이 혁명을 일으키도록 부추겨야 한다는 것이었다. 두 사람의 입장 차이는 처음에는 서로 다른 생각에서 나온 다양한 생각으로 동물들이 생각을 했지만 이후 중요한 일마다 부딪치며 갈등이 생기게 되었다.

 

스노볼은 농장의 발전을 위해서 풍차를 만들어야 한다며 풍차 설계를 며칠 밤을 새며 만든다. 설계도를 만들어 농장의 동물들이 매주 모이는 집회에서 풍차를 만들자고 제안하려고 한다. 하지만 나폴레옹은 풍차를 만들자는 스노볼의 제안에 반대하여 풍차는 현재 마을의 발전에 필요 없다고 한다. 그리고 풍차 건에 대해 표결이 시작되자 나폴레옹은 자신의 주장이 패배할 것임을 예상하고 사나운 개 9마리를 풀어 스노볼에게 달려들 것을 지시한다. 스노볼은 도망가게 되고 그 이후 농장에서 자취를 감추게 된다.

 

나폴레옹은 이제 매주 집회를 하지 않는다고 선언을 하며 돼지들로 구성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이 위원회가 마을의 모든 일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후 농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나쁜 일은 스노볼의 죄로 간주되었다. 그리고 특별위원회에 잘못을 지적하거나 마을의 불만을 재기하는 동물들을 가차 없이 처벌을 하였다.

 

동물농장은 다시 인간들의 농장인 장원 농장이 되다

 

나폴레옹이 스노볼을 몰아낸 마을의 분위기는 더 이상 동물들의 자유로운 공동체가 아니었다. 그토록 경멸했던 인간들과 교역하기 시작하고, 나폴레옹의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신격화 되어 숭배하게 되며, 네발로 걸어 다니는 특별위원회 돼지들이 두 발로 걸어 다니며 다른 동물과 달리 노동을 하지 않고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등 동물농장은 인간의 장원농장과 다를 바 없는 불평등한 공동체였다.

 

"나폴레옹 자신이 동물농장이라는 이름도 폐지한다는 사실을 지금 처음으로 발표하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이 농장은 '장원 농장'이라고 불러야 한다. 이 이름이 올바른 원래의 이름이라고 믿는다고 나폴레옹은 말했다. 그러고는 다음과 같이 결론을 말했다. 신사 여러분, 내 건배의 말은 이것입니다. 장원 농장의 번영을 위하여!" - 나폴레옹

 

동물농장의 나폴레옹 하면 생각나는 스탈린

 

조지오웰은 당시 20세기 초반 러시아 혁명 이후 사회주의 국가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 동물농장을 썼다. 레닌의 러시아 혁명은 모든 인민들의 행복하며 평등하게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자 일어났던 사건이다.

 

하지만 레닌의 사후 스탈린은 그의 휘하의 당 관료들을 위한 세상으로 러시아 사회를 재편성 했다. 모든 인민의 권력을 인민에게 나누어 주는 대신 당 관료들의 생각과 이익을 위해 사회가 형성이 되어갔던 전체주의 시대였다.

 

오웰은 러시아 사회를 작은 동물 농장으로 옮겨와 나폴레옹을 스탈린, 스노볼을 트로츠키로 비유하여 짧은 우화로 만든 것이다. 이것을 통해 혁명의 열정과 순수함이 한 집단의 이익으로 변한 것에 대해 우화를 통해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20세기 사회주의 국가의 이야기 21세기에 유효한가?

 

[동물농장]의 이야기를 그냥 단편적으로 생각하면 옛날 옛적 이야기로 치부할 수 있다. 한 세기 전 사회주의 혁명이 우후죽순으로 일어났을 때 혁명 이후의 변질된 사회에 대한 비판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동물 농장]은 세계적으로 훌륭한 교양서적으로 분류되어 60여년이 지났지만 아직 출판되고 있다. 그리고 공교육 교과서에는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이 꼭 실려 있다.

 

[동물 농장]의 이야기가 계속 되고 있는 것은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도 전체주의적 문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에 대한 배제에 대한 문제 등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동물 농장의 나폴레옹 vs 한국 대통령 이명박

 

2009년 한구사회는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이명박 정부는 광우병 쇠고기 문제, 용산참사, 쌍용차 투쟁 등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았다. 귀담아 듣기는커녕 집회에 참석하여 함께 목소리를 외쳤던 국민들에게 집시법, 도로교통법 위반의 죄로 범죄인으로 만들어 버렸다.

 

a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를 치른 서울광장에서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한 시민들이 29일 저녁 태평로 일대 차도를 점거한 채 촛불을 들고 청와대 쪽으로 행진하려 하자 경찰이 살수차를 동원해 막고 있다. ⓒ 남소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를 치른 서울광장에서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한 시민들이 29일 저녁 태평로 일대 차도를 점거한 채 촛불을 들고 청와대 쪽으로 행진하려 하자 경찰이 살수차를 동원해 막고 있다. ⓒ 남소연

 

이것뿐만 아니라 정부의 경제 정책과 의견을 달리하며 미래 한국 사회의 경제를 오진했다며 인터넷 경제 누리꾼 미네르바를 구속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그리고 정부에 대한 비판 글을 인터넷에 올리며 정치적인 행동을 한다며 중앙대, 홍익대에서는 진중권씨를 교수 재임용에서 탈락 시키기도 했다.

 

이와 같이 이명박 정부의 대응은 동물농장의 나폴레옹의 대응과 똑같다.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오히려 그 의견을 탄압하고 다시는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없게 만드니 말이다.

 

한 세기가 지났지만 조지오웰의 [동물 농장]은 2009년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우리 사회는 모두가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인가? 그리고 여러 의견이 공존하며 존중받고 있는 사회 인가?

 

이런 질문들에 대한 고민과 논쟁이 현재 한국 사회에서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마지막 볼테르의 짧은 한 마디로 글을 마무리 하겠다.

 

"나는 당신이 말하는 내용에 반대한다. 그러나 나는 당신이 그것을 말할 수 있는 권리를 내 목숨을 걸고 옹호할 것이다." - 볼테르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 뷰,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9.18 14:20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 뷰,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동물농장

조지 오웰 지음, 도정일 옮김,
민음사, 1998


#동물농장 #조지오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사무국장

AD

AD

AD

인기기사

  1. 1 아니, 소파가 왜 강가에... 섬진강 갔다 놀랐습니다
  2. 2 "일본정치가 큰 위험에 빠질 것 우려해..." 역대급 내부고발
  3. 3 시속 370km, 한국형 고속철도... '전국 2시간 생활권' 곧 온다
  4. 4 두 번의 기회 날린 윤 대통령, 독일 총리는 정반대로 했다
  5. 5 '김건희 비선' 의혹, 왜 자꾸 나오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