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남과 옥탑녀, 달인의 비법을 말하다!

김귀현·이유하의 <대한민국 20대, 자취의 달인>

등록 2009.09.08 19:43수정 2009.09.08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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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20대, 자취의 달인>겉표지 ⓒ 에쎄

대한민국 20대 대부분은 누가 뭐라고 하든, '88만원 세대'의 늪에 빠져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더 좋아질 상황이 아니다. 오히려 더 나빠질 뿐이다. 이런 20대가 독립을 한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박민규의 소설처럼 고시원에 들어가 간신히 몸을 눕히고 옆방에서 들려오는 정체불명의 소리를 들으며 잠을 자야 하는 일이 태반이다. 그나마 운이 좋다면 옥탑방과 반지하방을 구하는 것이 아닐까.

드라마의 영향 때문인지 옥탑방이라고 하면 굉장히 낭만적인 곳으로 여겨지지만, 알고 보면 굉장히 위험한 곳이다. 살기도 어렵다. 여름엔 더 덥고, 겨울에는 더 춥다. 반지하방은 어떤가. 햇볕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그곳 또한 살기가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하지만, 독립을 꿈꾸는 20대에게는, 그나마도 감사해야 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말이다.


<대한민국 20대, 자취의 달인>은 그 반지하방과 옥탑방에 살았던 어느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에세이인데, 단순히 사는 이야기만 담은 책이 아니다. 자신들의 의식주 문제를, 독립한 사람들답게 주체적으로 관찰한 1년 동안의 기록이다. 그래서일까. 이 책이 말하는 내용들은 생생하며 또한 실체가 분명하다. 낭만과 로망을 벗어던진, 현실이 담겨 있기에 독립을 꿈꾸는 20대에게 여러 모로 도움이 된다. 반지하방과 옥탑방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게다.

반지하방에 대한 이야기는 수원 토박이 김귀현이 들려준다. 서울에 있는 직장을 얻으면서 독립을 하게 된 그는, 성북구 돈암동에서 반지하방을 얻는다. "햇볕이 잘 든다"는 부동산 관계자의 말과는 상당히 다른 환경이었지만 드디어 독립했다는 생각에 "샤워를 마치면 '올 누드'로 거실과 방을 누"빈다. 남자가 혼자 살면 폐인이 된다는 등식을 과감하게 깨겠다는 그는 '반지하의 제왕'을 꿈꾸기도 한다. 설레는 마음을 한껏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됐을까? 집에서 요리를 해먹겠다고 다짐했던 그였지만,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놓은 카레는 하루 만에 상해버리고 냉장고에 넣어둔 음식들도 연이어 상하고 만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것일까? 문제는 계속해서 생긴다. 음식들을 버리는 것도 문제고, 빨아도 계속 냄새나는 옷도 문제다. 집에 있을 때는 몰랐던 일들이, 독립하자 등장하는 것이다.

추워서 튼 전기장판에서 전기가 흐르는 느낌이 드는 건 또 어떨까? 외로움과 추위에 몸이 시리는 그 상황을 어찌 감당해야 할까? 마트에 가서 1+1이라는 것을 보고 덥석 구입하게 되는 그 심리는 또 어떤가. 혼자 산다는 건 그런 것이었다. 더욱이 반지하방의 특수성과 맞물리면, 그것은 꽤 난감한 일이 되곤 하는데 김귀현은 그것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옥탑방 이야기를 맡은 이유하는 어떤가. 부산에서 방송작가를 하다가 구조조정 당한 그녀는 짐을 택배로 부친 후 서울로 상경한다. 뭐든 되겠거니, 하는 마음이었겠지만, 서울이 그리 만만치는 않을 터, 그녀의 고생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이유하는 신촌-홍대 라인에서 방을 구하려고 한다. 하지만 돈이 없다. 부모님에게 거금 3천만 원을 출자 받아 방을 구하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그래서 구한 것이 영등포에 있는 옥탑방이다. 이유하가 들려주는 옥탑방의 이야기도 김귀현의 그것 못지않게 실감난다. 방을 구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어떤 좌절감을 시작으로 마트에 갔다가 아무것도 몰라 고생한 일화나 주인집의 습격 사건 등은 그녀의 삶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처럼 생생하다.

<대한민국 20대, 자취의 달인>은 재밌다. 젊은이들의 치열하면서도 유쾌한 생존기를 보여주기에 읽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한편으로는 그 내용이 유용하다. 그 생생함이 선배들의 이야기처럼 여겨진다고 할까. 독립하려는 사람, 독립을 꿈꾸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알짜배기 정보들이 곳곳에서 보인다. 실제적인 것이기에, 인터넷의 웬만한 정보들보다 더 알차다.

88만원 세대의 일원이지만, 누구에게도 당당할 수 있는 인생의 어느 순간을 그린 김귀현과 이유하의 <대한민국 20대, 자취의 달인>, 그 달인들의 솜씨가 예사롭지가 않다.

대한민국 20대, 자취의 달인 - 반지하와 옥탑방에서도 잘 살기

김귀현.이유하 지음,
에쎄, 2009


#옥탑방 #반지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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