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다르덴 형제가 전하는 사랑이야기 <로나의 침묵>

연민과 사랑 사이, 사랑의 깨달음

09.06.27 13:19최종업데이트09.06.27 13:19
원고료로 응원
비실비실하게 생긴 청년은 계속해서 로나(아르타 드브로시)를 부른다. 낮에도, 밤에도 로나! 로나! 로나! 마치 애타게 엄마를 부르짖는 어린아이처럼 로나의 가짜남편 클로디(제레미 레니에)는 이렇게 로나의 손길을 원한다. 로나는 클로디의 손을 잡아줄까?

2006년 <더 차일드> 이후 2년만에 돌아온 다르덴 형제. 언제나 그렇듯이 꾸밈없는 영상과 날카로운 내용으로 관객들의 감성을 건드린다. 각박한 현실을 대변함과 동시에 용서와 화해, 희망으로 마치 성자와 같은 메시지를 전달했던 다르덴 형제는 <로나의 침묵>을 통해 그들의 첫 번째 로맨스를 시작한다.

로나의 삶은 그리 즐거워 보이지 않는다. 벨기에 시민권을 따기 위해 마약중독자인 클로디와 위장결혼을 했지만 이 남자, 상태가 좀 심각하다. 마약 끊은 지 이틀만에 반송장이 되어서는 하루종일 로나에게 칭얼대기 바쁘다. 클로디에게 정떨어지게 말을 하다가도 그가 조금만 불쌍하게 매달리면 이내 그의 부탁을 들어주는 로나.

이 두사람의 동거를 보고 있으면 답답증이 치밀어 오른다. 그저 빨리 로나가 벨기에 시민권을 취득하고 그녀가 원하는데로 클로디와 이혼을했으면 좋겠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 비쩍 마른 육체와 구차하기 그지 없는 몸짓으로 로나에게 도움을 갈구하는 클로디에게 연민이 생긴다. 이처럼 클로디는 얄궂게도 정을 줄 수 밖에 없는 인물이다.

인간에게 '정'과 '연민'은 '사랑'에 버금가는 감정이다. 사랑으로 도달하기 까지의 과정이 될 수도 있고 사랑으로 착각하기 쉬운 감정이기도 하다. 로나는 클로디와 나름의 격투씬을 벌이고는 자신의 감정이 이끄는데로 그와 하나가 된다. 갑작스런 시츄에이션에 잠시 카오스를 경험할 수도 있으나 우린 이내 연민과 사랑의 사이에서 로나를 이해할 수 있게된다.

그런데 다시 밝은 얼굴을 찾은 두사람에게 무언가 한참을 건너 뛴 듯한 점프가 발생한다. 클로디는 죽고, 로나는 이내 현실을 받아들이고 계획을 차근차근 달성해나간다. 관객은 대체 어떤 감정으로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따라가야 할지 당혹스러운데 로나는 태연하게 일상을 보내고 있다. 관객들이 로나를 얄미워하기 시작할 무렵 다르덴 형제는 다시금 로나와 클로디의 유대를 만들어내며 관객들의 마음을 돌려놓는다. 

가게를 차리기 위해 돈을 모으는데 여념이 없던 로나에게 지켜야할 것이 생긴 것이다. 그녀는 정말 소중하고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고난 후 전보다 더 강해진다. 사실 로나가 지키고자 하는 그것(클로디의 아이)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임을 관객은 알고 있다. 그러나 로나에게 그것은 클로디를 추억하고 새롭게 사랑을 잉태하는 과정이다. 다르덴 형제의 첫번째 로맨스는 이렇게 마무리된다.

사실 전작들에 비해 그 끝이 명쾌하진 않다. 로나는 결국 달라지지 않을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르덴 형제는 그것을 관객이 판단하도록 열어둔다. 로나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그녀가 어떻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 우린 그저 그녀가 사랑을 깨닫고 그 사랑을 지켜나가는 과정을 묵묵히 지켜보고 응원을 해주는 것이 최선이다.

다소 심각해져가는 결말부분에서 흥미를 끄는 점은 스피루(모르간 스파루)의 부상에 있다.(죽은 것일지도 모른다) 다르덴 형제의 또다른 작품인 <아들>에서 아들을 죽인 소년으로 출연했던 모르간 스파루는 마치 이제서야 죄값을 치르듯 결말부에서 로나에게 돌덩이로 뒷통수를 가격당한다. 그냥 농담삼아 얘기하자면 <아들>에서 용서를 보여줬던 다르덴형제의 뒤끝이 아닌지?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http://www.cyworld.com/whdkwhdk119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로나의 침묵 다르덴 형제 제레미 레니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