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비상 계엄을 선포합니다"

[소설-2011 한일합방 12] 1.작전명 '노란토끼'...비상계엄

등록 2008.12.26 11:03수정 2008.12.2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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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19일 11시. 집회 현장에서는 이미 걷잡을 수 없는 폭력이 난무하고 있었다.

 

경찰의 무차별적 폭행으로 시위대가 격해질 대로 격해진 상황에서 황창우와 그의 조직원들이 끼어든 것이 도화선이 되었다. 쇠파이프로 중무장한 황창우와 그의 조직원들이 사람들을 폭행하던 특수시위진압대를 공격하면서 서로간에 피와 피가 튀는 전투가 벌어졌다.

 

최초 집회현장 남서쪽에서 시작됐던 시위대와 경찰간의 마찰은 불과 30분 남짓한 시간 동안 집회현장 곳곳으로 번져갔다. 여기저기서 경찰들의 방패와 곤봉세례를 받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갔다. 그건 경찰 쪽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황창우가 동원한 조직 폭력배들은 일반 시위대와는 틀렸다. 싸움이라면 이골이 난 이들은 비무장 상태의 대부분의 시위대가 경찰의 폭력에 머뭇거리고 있는 상황에도 수적 열세를 무릅쓰고 경찰들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특히 황창우가 직접 가세한 남서쪽 집회현장에서는 경찰들이 이들에게 밀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백 의장. 사람들을 진정시켜야 합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폭력은 안됩니다. 이봐요. 특수시위진압대장. 경찰이 선량한 시민들을 상대로 이런 식으로 나오면 어쩌자는 거요? 경찰 병력을 뒤로 조금만 물려주시오. 내가 직접 사람들을 진정시켜 보겠소이다."

 

집회장이 폭력으로 물들어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던 윤보일이 다급히 백완수와 경찰 수뇌부를 연달아 돌아보며 말했다.

 

집회 현장 쪽에서 달려온 특수시위진압대 간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특수시위진압대장이 윤보일과 백완수 일행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오늘 집회는 불허합니다. 평화적인 집회라고요? 깡패새끼들 동원하고 쇠파이프까지 들고나와 공권력에 대항하는 놈들이 선량한 시민? 웃기는 소리 마십시오."

"깡패라니?"

"광주 중앙파, 충장로파 깡패 새끼들이 조직적으로 경찰에 폭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또 이 새끼들이 이러는 것은 오늘 집회를 계획한 바로 당신들의 사주에 의한 것이라는 정보가 방금 들어왔습니다. 당신들은 모두 범법자야! 알아?"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요? 우리들이 깡패들을 불러들이다니?"

 

백완수가 당혹스런 표정을 지으며 특수시위진압대장에게 물었다.

 

"차량 동원하고, 후방에 있던 병력들 전방으로 배치해 시위대를 진압한다. 반항하는 놈들은 두들겨 패서라도 무조건 잡아들여."

 

특수시위진압대장은 백완수의 말을 무시한 채 자신의 뒤에 서있던 경찰 간부들에게 큰 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다시 윤보일과 백완수 일행쪽을 가리키며 한마디를 강하게 덧붙였다.

 

“그리고 여기 있는 시위 집행부 모두 체포해. 현장에 있는 놈들도 수단방법 가리지 말고 찾아서 체포하고“

 

"윤보일 전 대통령도 말입니까?"

 

경찰 간부 중 하나가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

 

"그걸 말이라고 하나. 법 집행에는 예외가 있을 수 없다"

 

특수시위진압대장의 말에 뒤에 서있던 사복경찰 십 여명이 윤보일과 백완수 일행 쪽으로 다가왔다. 그러자 윤보일의 경호원 2명이 그들의 앞을 막아 섰다.

 

“이게 무슨 짓이오? 전직 대통령이오. 설사 당신들 기준에서 혐의가 있다 하더라도 현장 체포라니? 윤 전대통령이 무슨 흉악범이라도 된단 말이오?"

 

백완수가 사복경찰들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현장 책임자인 제가 판단합니다. 정중하게 모실 수 있게 협조들 하십시오. 당신들 말대로 혐의가 없다면 바로 풀어드릴 테니. 그리고 경호실 소속 경호원들도 물러나십시오. 국가공무원들이 경찰의 법 집행을 막겠다는 겁니까?"

 

특수시위진압대장이 단호하게 말했다.

 

"됐습니다. 그냥 따라갑시다. 지금 여기서 경찰들하고 우격다짐이라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잖습니까?"

 

윤보일이 자기 앞을 막아서고 있던 경호원들을 뒤로 물리며 백완수에게 말했다.

 

"내가 가지요. 단 특수시위진압대장. 약속 하나는 해주어야겠소이다. 시민들에게 불필요한 폭력이 가해지는 일이 최소화되도록 해주시오. 당신 말대로 깡패들이 끼어 들었다면 그 놈들만 잡아들이면 되는 거 아니겠소."

 

윤보일은 특수시위진압대장에게 말을 마치고 사복형사들을 따라 경찰 지휘부 차량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백완수와 다른 일행들 또한 그런 윤보일의 뒤를 따랐다.

 

‘타.타.타.타…’

 

광장을 에워싸고 있던 진압용 차량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차량들은 광장에 모여있는 시위대를 향해 일제히 최루탄을 쏴대고 물대포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콜록,콜록. 뭔 짓이여. 이 썩을 놈들이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는구먼."

"에러이. 씨벌 놈들아. 그래 죽여라. 죽여. 어짜피 니 놈들 때문에 한끼 먹기도 힘든 형편이되분지 오래다. 차리리 죽는 것이 낫겄다."

 

최루탄 가스에 바닥에 주저 앉는 10대 후반의 여고생, 느닷없이 물대포 세례를 맞고 저만치 땅바닥에 패대기를 당해버린 40대 중년의 남자. 광장은 순시간에 아수라장이 되어 가고 있었다.

 

최루탄과 물대포로 시위대가 혼란에 빠진 사이, 이번에는 특수시위진압대를 위시로 경찰병력이 시위대를 향해 달려들었다. 특수시위진압대는 눈에 보이는 대로 발에 걸리는 대로 무차별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여기 저기서 특수시위진압대의 무차별 폭행에 피를 흘리고 쓰러지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바닥에 쓰러진 사람들은 남.녀.노,소를 무시하고 뒤를 따르던 전투경찰들에 의해 사지를 들려 닭장차로 끌려갔다.

 

"김 선배. 안되겄소. 사람들을 흩어지게 해야 되겄소. 이대로 놔두면 다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질 것 같당께."

 

광장 중앙 연단 주변에 있던 전남대 2학년 차영일이 학생회장인 김찬정에게 다급히 소리쳤다.

 

"그래야 되겠다. 내가 방송을 할 테니, 넌 다른 아이들 데리고 보이는 대로 사람들한테 피하라고 해. 그리고 너도 빨리 피해."

 

김찬정은 집회를 위해 설치된 연단위로 뛰어올라 급하게 마이크를 붙잡았다.

 

"광주시민 여러분, 전남도민 여러분. 모두 돌아가십시오. 경찰과의 불필요한 대처를 피하시고, 집회현장을 빨리 벗어나시기 바랍니다. 우리에겐 기회가 많습니다. 대한민국과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여러분의 충정은 오늘이 아니어도 결국 이 자리에서 실행될 것입니다.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시고 모두 돌아가십시오. 우리는 곧 다시 이 자리에 모일 것이지만, 지금은 저들의 계략에 말리지 말고 피해야 할 때 입니다."

 

김찬정의 방송이 아니었어도 시위대는 사방팔방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그건 광장에 모인 사람들의 의지가 아니었다. 경찰들의 무차별 폭력으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느낀 한 인간으로서의 본능에 따른 행동이었다. 하지만 경찰들은 이미 집회장을 빠져나가고 있는 사람들조차 그대로 고이 보내지 않고 있었다. 집회장을 떠나겠다는 의사를 보였음에도 무자비한 폭력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시위대가 경찰에 의해 강제해산 되고 있는 시간, 사냥개는 광주 외곽의 한 호텔에서 몇몇의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내들과 머리를 맞대고 앉아있었다. 특이하게도 그들이 주고받는 말은 모두 일본어였다.

 

"명심해라. 내일 밤이다. 가능한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에서 행동한다. 한국어가 조금이라도 어색할 경우 짧은 대답 외에는 아무 말도 해서는 안된다. 행동이면 된다. 행동하고 나면 조센징들이 알아서 움직여 줄거다. 우린 도화선만 되어주면 되는 거다."

 

4월20일 오전 7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에는 이근삼 대통령과 최일구 보수당 사무총장, 최요삼 국가정보원장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들 옆에는 녹색 군 정복 차림의 장신의 다부진 몸매를 한 사내 하나도 자리를 함께 하고 있었다. 양쪽 어깨에 달린 별 네 개의 계급장. 육군 참모총장인 정일화 대장이었다.

 

"정 총장. 국정원장이 이미 설명 드렸듯이, 광주가 북한 공산당 놈들한테 놀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만의 하나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니 군은 만전의 태세를 갖춰주시기 바랍니다."

 

이근삼이 정일화에게 굳은 표정을 지어보며 말했다.

 

"네. 대통령님.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께서 내리시는 명령이라면 어떤 것이라도 군은 이를 한치의 빈틈 없이 시행해 나갈 것입니다."

 

정일화가 이근삼의 말에 앉아있는 채로 부동자세를 취하며 대답했다.

 

"허허. 그럼요. 제가 정 총장과 우리 군을 믿지요. 하긴 우리가 어디 남이랍니까? 혹시나 해서 하는 이야기인데, 정 총장의 지휘통제에 방해가 될만한 장군들이 아직도 남아있습니까?"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대통령 각하. 좌파 정권 때의 군인 같지 않은 군인들은 최근 3년간의 숙정작업을 통해 모두 밀려난 상태입니다. 제 1, 제 3 작전사령부의 주요 사단들, 수도 방위 사령부, 특수전 사령부등 군의 핵심이 되는 전력들은 모두 믿을만한 장군들이 맡고 있습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유삼일 중장? 아니 지금 대장인가요? 지금 어디에 있지요?"

"유 장군은 제 3작전 사령부를 맡고 있습니다."

"내가 유 장군이 좀 신경이 쓰이는데. 제3작전사령부라? 그럼 광주도 관할이라는 이야기인데. 진작에 전역시켰어야 했는데, 군부 내에 추종자들이 적지 않아서 손을 못 댔던 것이.쯧쯧."

"상황 발생시 유 장군에 대한 조치는 제가 취하겠습니다. 어찌됐건 군은 지휘 복종을 최우선으로 하는 조직입니다. 유 장군이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과 직속상관인 제 명령을 대놓고 거부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그렇긴 하지요. 전 정 총장만 믿겠습니다."

"넷. 대통령 각하."

 

4월20일 오후 2시.

광주는 조용했다. 불과 하루 전 십여만을 훌쩍 넘는 사람들이 모였던 집회가 시도됐던, 경찰과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 사이에 무력충돌이 빚어져 수 많은 이들이 피를 흘리며 경찰에 끌려 갔던 도시라고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도시 전체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경찰의 무력진압에 계획됐던 집회가 무산됐지만 이상하게도 그 이후론 조그마한 소동조차 일어나지 않았다. 서울에서 파견된 경찰본청 소속 시위 진압 경찰 병력들은 어제의 시위대 해산 이후 광주에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것을 보고 삼분의 일정도의 병력을 제외하고는 모두 서울로 돌아갔다. 광주도 광주였지만, 한일방위조약 체결을 이유로 서울에서도 언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한정 광주에 병력을 잡아둘 수 없는 이유도 작용했다.

 

하지만 광주의 조용함은 겉모습에 불과했다.

 

‘20일 밤 7시. 광주시민들이여. 충장로로…’

 

서울에서 출동한 경찰들이 대부분 철수한 20일 오후에 접어들면서부터 전남대와 조선대등 광주와 전남지역 대학들의 학생회 게시판을 비롯 이 지역 사람들이 즐겨 찾는 주요 인터넷 사이트의 게시판에는 새로운 집회참가를 알리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 사실은 사람들의 입을 통해, 그리고 긴급히 작성된 삐라를 통해 광주 전역에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소식을 전해들은 사람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목포,여수,순천 등 타 지역에서 어제 집회를 참가하기 위해 올라왔던 사람들은 발걸음을 다시 광주로 돌렸다. 직장에서는 집회 참가를 위해 회사를 조퇴하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각 대학은 물론 심지어는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갈수록 집회참여를 위해 학교를 빠져나가는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정상적인 수업이 불가능할 정도가 되어가고 있었다. 광주는 그렇게 또 한번의 싸움을 위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4월20일 오후 4시.

윤보일과 백완수 일행은 광주지방경찰청을 나서고 있었다. 어제 집회현장에서 체포되고 경찰서 조사실에서 꼬박 하루를 세고 난 후였다. 경찰청 앞에서는 윤보일의 경호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제 어떻게 됐습니까? 집회는 해산 됐을 테고, 다친 사람들은 없습니까?"

 

윤보일이 경호원들을 보자마자 다급히 물었다.

 

“네. 충돌이 있긴 했지만 다행히 다친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진압차량이 충돌하고 시위대 대부분이 자발적으로 물러났습니다. 덕분에 사람들은 많이 다치지 않았습니다."

 

경호원 중 한 명이 윤보일을 안심시키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

 

"백 의장님. 전 서울로 올라가봐야겠습니다. 이근삼이든 최일구든 내가 붙잡고 따질 것 한번 제대로 따져 봐야겠습니다."

 

윤보일이 백완수를 돌아보며 말했다.

 

“전 광주에 몇 일 남아서 상황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

“그게 좋겠지요.”

 

윤보일은 경호원들이 가지고 온 자신의 차에 올라타 광주를 떠났다. 그는 자신이 떠난 후에 광주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아니. 이 순간까지 그것을 알 수 있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4월20일 오후 6시.

어둠이 조금씩 스며들기 시작한 오후 6시, 충장로 일대는 하나 둘씩 빠른 속도로 사람들이 불어나고 있었다.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퍼져나간 집회 소식을 듣고 모여들기 시작한 사람들이었다. 불과 5~6시간만의 일이었지만, 사람들은 빠르게 반응했고 행동했다. 어제의 집회에서 경찰 측의 폭력진압에 심한 분노를 느낀 사람들이 그만큼 많았기 때문이었다. 어제와는 달리 중학생 또래의 아주 나이 어린 학생들이나 여자들은 눈에 많이 띄지 않았다. 경찰의 강압적인 폭력에 상대적으로 연약한 이들이 다칠까 우려한 사람들의 자발적 만류 때문 이었다. 어제의 경우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 하나가 집회에 참가했다가 경찰의 방패에 머리를 찍혀 아직까지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충장로에서의 집회 정보를 입수한 경찰측도 서둘러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당분간은 시위대의 움직임이 없을 것이라고 오판한데다, 시위대의 움직임이 너무 빨라 허둥대고만 있는 상황이었다. 특수시위 진압대가 그렇게 멀지 않은 충장로로 이동을 시작했을 때 이미 충장로 일대는 십만여 명의 시위대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군부독재보다 독한 문민독재 정권 물러나라!”

“한일방위조약 당장 철폐하라!”

 

충장로 곳곳에서 사람들의 손에 들린 촛불이 하나씩 타오르면서 구호가 시작됐다.

 

“어떻게 할까요? “

 

시위대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던 특수시위진압대 간부 한 명이 옆에 서 있는 대장에게 당혹스런 표정을 지으며 말을 걸었다. 서울 본청 소속 경찰병력 2/3가 이미 서울로 철수한 마당에 현재 병력만으로 시위대를 막기에는 시위대의 수가 너무 많았다. 또 충장로는 구 도청앞 광장과는 달리 진압차량을 이용해 시위대를 해산시키기에도 마땅치가 않은 장소였다.

 

“기다려. 조금 더 두고 보자. “

 

특수시위진압대장의 생각도 똑같았다. 어제와는 분명히 상황이 달랐다. 병력을 일찍 철수 시킨 것이 큰 실수였다.

 

4월20일 오후 8시.

사냥개는 어제 호텔방에 함께 있었던 사내들 중 7명과 충장로 파출소 앞 구석진 골목에 어둠을 은닉처 삼아 몸을 숨기고 있었다. 사냥개를 비롯한 7명의 사내들은 하나같이 ‘민주수호 광주 청년회’라는 머리띠를 착용하고 있었다.

 

“지금이다. 나간다.”

 

사냥개의 명령에 사내들 모두가 파출소 바로 앞 거리로 튀어 나갔다. 그리고 사내 중 하나가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 파출소 정문을 향해 빠르게 내 던졌다. 파출소 앞 현관에 그 물체가 떨어지며 화염이 순식간에 치솟는 것이 보였다. 화염병이었다.

 

“독재 타도!. 독재 타도!”

 

사냥개의 구호를 신호로 7명의 사내들은 파출소를 향해 빠르게 뛰어들어가기 시작했다. 화염을 보고 급하게 파출소를 튀어나온 순경 한 명이 사냥개를 비롯한 사내들이 파출소로 돌진해 오는 것을 보고 순간적으로 놀라 허리에 차고 있던 가스총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그 순간 그는 사내 중 하나가 던진 무언가를 맞고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순경의 양 미간에는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병력 철수해!”

“넷?”

 

특수 시위진압대장은 갑작스레 상부에서 걸려온 전화가 당황스러웠다.

 

“현장에서 병력 철수하란 말이야!”

“갑자기 왜? 시위대 수가 불어나고 있습니다. 만의 하나를 위해 대기하는 것이 좋을 듯싶습니다만”

“파출소 3곳이 시위대에 의해 습격 당했다. 시위대가 파출소에 보관 중이던 총기까지 탈취해갔다. 일단 철수해라. 시위대의 수가 적지 않은데다, 일부는 총기까지 소유하고 있으니 너희 병력으로 막기는 불가능하다. 일단 철수해 다음 명령을 기다린다..”

“총기 탈취란 말입니까?”

“그래. 그러니 철수해. “

“넷”

 

특수시위진압대장은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대기 중이던 특수시위진압대 병력에 철수를 명령했다.

 

4월20일 오후 11시.

 

“방금 국정원장 보고를 들으셨겠지만, 광주 쪽 상황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파출소 몇 곳이 습격 당해 총기가 탈취됐고, 시위는 빠른 속도로 폭력적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저에 대한 암살 미수, 강대수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등, 이번 광주 일까지 모두가 북한하고 관련이 있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북한의 개입이 거의 확실시 되는 만큼 사태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선제조치로 비상 수단을 쓰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

 

이근삼이 비상 국무회의 소집 연락을 받고 청와대에 모인 국무위원들을 상대로 단호하게 말했다.

 

“난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광주,전남 지역에 익일 0시 부를 기준으로 비상계엄령을 선포합니다. 여러 국무위원들도 반대가 없으리라 믿습니다.”

 

장내가 순간 조용해졌다. 이근삼의 말에 반대를 하는 국무위원은 한 명도 없었다.

2008.12.26 11:03 ⓒ 2008 OhmyNews
#소설 #한일합방 #비상계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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