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한 켤레 팔면 한 켤레 기부합니다"

[인터뷰] 빈국 아이들 돕는 신발 'TOMS' 사업 뛰어든 강원식·임동준씨

등록 2008.12.07 10:20수정 2008.12.07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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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에 100명이 산다면 40명은 신발이 없다고 합니다. 제3세계의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신발 없이 걸어다니고 있지요. 아이들은 학교에 등하교를 하거나 일을 할 때 먼 거리를 신발 없이 움직이다가 발에 많은 상처를 입는다고 합니다. 학교에 신발을 신고 가야 하는데 신발이 없어서 다닐 수 없는 경우도 있지요.

2006년 5월, 미국의 블레이크 마이코스키는 신발회사 'TOMS'를 차립니다. 아르헨티나를 여행하면서 맨발로 다니는 수많은 아이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지요. 아르헨티나 민속 신발 '알파르가타'를 응용하여 TOMS를 만든 뒤 "신발 하나 팔 때마다 신발 하나를 기부하겠다"고 약속합니다. 그 착용감과 뜻에 공감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여 반 년 만에 10000켤레를 아르헨티나 아이들에게 기부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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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에서 아이들과 같이 있는 블레이크. 한 청년의 따뜻한 마음이 짧은 시간에 놀라운 일을 벌이네요. ⓒ TOMS


1년 뒤, 한국에도 TOMS를 들여오는 회사가 생겨났습니다. 그 취지에 '꽂혀서' TOMS 사업에 뛰어든 것이지요. 2007년 첫해에 6000켤레를 기부하였고 사업이 시작된 지 1년이 지난 2008년 겨울, 약 3만 켤레를 기부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12월 2일, TOMS 사업을 벌이고 있는 젊은 사업가, 강원식(34)씨와 임동준(31)씨를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조금 더 의미 있는 일 하고 싶어 TOMS 시작"

- TOMS사업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임동준(아래 임) : "저는 당시 대기업에서 무역마케팅을 하고 있었는데 큰 보람이 없더라고요. 조금 더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구호 단체일을 하고 싶어서 고민하고 있는데 TOMS 기사를 우연하게 봤어요. 그때 딱 꽂히더라고요. 그러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제 친구의 형이었던 원식이형과 의논하게 되었지요."
 
강원식(아래 강) : "저는 원래 다른 사업을 하고 있었어요. 상황은 어렵고 일은 너무 힘든데다 사양사업이었어요. 제 동생은 신발에 관심이 많았고 저는 패션에 관심이 많았는데, 마침 동준이가 TOMS 얘기를 하더라고요. 무슨 부귀영화를 바라는 것도 아니었기에 재미있고 보람 있을 TOMS 사업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성공하겠느냐며 부정적 전망을 내놓더라고요. 여러 걸림돌이 보였지만 자신 있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는 회사법인체가 있었기에 운영하던 자금으로 시작했어요. 남을 돕고 싶다는 동준이의 취지와 작은 기업을 운영하였던 저의 노하우가 합작이 된 것이죠."

- 의욕을 갖고 시작했지만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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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작할 때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미국 친구들도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생산관리나 품질관리가 떨어지더라고요. 신발 견본을 보내줬는데 신발 상태가 너무 안 좋았어요. 당시 38달러에 팔았으니 한국에서는 3만8000원은 받아야 하는데 그 가격에 팔 만한 게 아니더라고요. 무척 실망했지요. 38달러에 산 미국 사람들이 천사처럼 느껴졌어요.

반품을 시켜서 다시 2200켤레를 받았는데 거의 불량이더라고요. 안 되겠다 싶어 왼발과 오른발을 나누고 쓸 수 있는 것들을 골라낸 뒤 짝을 다시 맞췄어요. 3주가 걸리더라고요. 그렇게 절반을 다시 반품시키고 절반을 시장에 내놓았지요. 2007년 6월에 시작했지만 8월에서야 팔 수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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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크의 편지 한켤레의 신발이 팔릴 때마다 한 켤레를 가난과 질병에 고통받는 맨발의 아이들에게 되돌려주고자 하는 취지. 그저 대놓고 탐욕을 부리는 세태에서 훈훈하게 느껴지네요. ⓒ TOMS


- 여러 브랜드가 시장을 꽉 잡고 있어서 신생 브랜드 진출이 어려웠을 텐데요.
: "처음에는 인터넷으로 10켤레 정도 팔렸어요. 사러오는 분들에게는 어떻게 아셨냐고 물어볼 정도였지요. 기아나 빈민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많이 오더라고요. 그러다가 점차 알려지고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더라고요. 길거리에서 신고 다니는 사람들도 눈에 띄기 시작하고요. 잡지에도 실리기 시작하고요."

"입소문 나니까 주문이 밀려들어"

: "저희는 홍보를 거의 한 게 없습니다. 일 대 일 기부라지만 '한국에서 이러한 기부가 통하겠느냐'는 생각도 들어서 처음에는 패션 쪽에 초점을 맞췄어요. TOMS가 근사하고 앞서 가는 패션브랜드라는 것에 무게를 두었지요. 그러나 사람들은 패션도 패션이지만 취지를 이해하시고 높이 평가해주시더라고요. 신어본 분들이 입소문을 내더니 주문이 몰려들기 시작했지요. 사서 신어본 사람이 마케터가 된 것이죠."

: "매장에서도 팔아야 하는데 아무데서나 마구잡이로 풀 생각은 없었어요. 시장 물건처럼 팔지 않고 TOMS 이야기를 사는 사람들에게 전달할 곳을 찾았지요. 알맞은 곳을 알아봤지만 거절당하고 의외로 마땅히 할 데가 없더라고요. 그러다 명동과 압구정동, 신사동 가로수길, 이러한 패션 1번가에서 취지를 이해하시고 먼저 연락을 주시고 자리를 내주더라고요."

- 어떻게 보면 일 대 일 마케팅이 사람들에게 잘 통한 것 같네요.
: "미국 본사 블레이크가 똑똑하다고 할 수 있지요. 좋은 취지로 사람들 마음을 움직인 것이죠. 신발을 사면 아이들을 도와줄 수 있으니까요. 소비자에게 편지를 받은 적이 있는데 감동 받았어요. 그분이 신발을 신고 나갔는데, 어린이가 똑같은 신발 신고 걷고 있는 느낌이 든다고 하더라고요. 그걸 보고서 저희도 기부가 한국에서도 통하겠구나 믿음이 생겼지요."

: "저희는 가치중심사업을 하고 있지요. TOMS 이름도 Shoes for Tomorrow에서 따왔지요. 늘 사회공헌과 힘든 이웃을 돌아보려고 합니다. 일과 나눔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과 교류하고 영감을 배우려고 하지요. 물론 사업이기에 매출이 안정되고 이익이 나야겠지만 그렇게 도울 수 있도록 기업철학을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 요즘 경제위기로 새로운 어려움이 있을 것 같네요.
: "우선, 환율이 많이 올라서 힘들어요. 매출이 많이 떨어졌어요. 일 때문에 다른 사장님들을 많이 만나 봤어요. 그중 사는 회사가 있고 쓰러지는 회사가 있겠지요. 저희 역시 어려운 건 마찬가지지만 조금 다른 게 있어요. 지난 사업이 힘들었을 때는 희망이 없었는데 지금은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니 어려워도 넘어갈 수 있겠다는 희망이 있어요. 매출이 지난달 급감했지만 해결책이 머릿속에 끊임없이 생겨나요. 어려움이 닥쳤을 때 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마지못해 하는 일은 이렇게 차이가 나더라고요. 어렵지만 저희가 더 하면 더 잘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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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준씨(좌)와 강원식씨(우) 지금 경제 위기로 자기들도 어려움이 있다지만 좋아서 하는 일이기에 헤쳐갈 자신이 있다며 웃고 있는 청년 사업가들 ⓒ 이인


"젊은 친구들 인문학 소양이 필요해"

- 요즘 젊은이들은 안정을 중요시하는 세태인데, 사업가로 도전을 하셨습니다.
: "젊은 친구들은 너무 쉽게 결론을 내리는 경향이 있지요. 경제가 어렵고 앞날이 불안하다보니 어떠한 것을 시도조차 못하더라고요. 직원인 젊은 친구들에게 어떤 의견을 물으면, 할 수 있다보다는 안 된다고 대답을 해요. 그래서 제가 해 봤느냐고 물으면 안 해봤다고 조용히 얘기하지요. 힘든 건 맞아요. 하고 싶은 게 100일 때, 시도를 하면 80까지는 할 수 있는데 시도를 안 하기에 0밖에 될 수 없지요. 하고 싶은 게 있고 꿈이 있으면 공부를 하고 열심히 준비해서 이루려고 해야지요. 사람들이 너무 수동적이 되었어요. 저는 처세술 책을 좋아하는데, 젊은 친구들은 다 똑같은 소리라고 하면서 그 간단한 책 내용을 실천하지 못하더군요."

: "젊은 친구들에게 뭘 하고 싶은지 물으면 많은 경우 답을 회피합니다. 이것은 제 또래, 선후배, 제 주변 얘기이기도 하고요. 현실이라고 자기가 믿고 있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 안에서만 해결하려고 하니 답을 못 찾지요. 자기 분야에 대해 이해와 열정이 있어야 해요. 자신을 잘 알려고 고민하고 젊었을 때 하고 싶은 걸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젊은 친구들이 '스펙'은 화려하지만 인문학 소양이 필요한 듯 싶습니다. TOMS 취지를 설명해도 마음에 확 와닿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덜 와닿는 사람이 있어요. 감동의 차이가 어디서 올까 생각해 봤어요. 세상이 어떻게 되어있으며 자신은 어떠한지 돌아볼 힘이 있어야 해요. 이것은 인문학 바탕에서 나와야 하지요."

-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 "한국에 신발을 안 주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고민 끝에 결론은 그래도 남미와 아프리카에 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보면 처음 취지에 너무 붙들려 있는 것이죠. 미국에서 허리케인으로 큰 피해가 생기자 미국 친구들은 자원봉사를 하고 이벤트를 벌이더라고요. 저희도 그걸 보면서 한국에서도 TOMS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고 있습니다. 올해 1단계는 올라섰다고 봅니다. 이제 굴러가는 단계인데, 다른 걸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여 의미 있는 걸 또 하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기업철학이 있어야 기업이 오래가고 고객과 직원들이 동감할 수 있지요. 의미 있는 회사가 되려고 지금도 고민 중입니다."

: "단순한 해외대리점이 아니라 저희 쪽에서도 생산, 관리를 해서 아시아에 진출하고 싶어요. 일본에서도 TOMS를 들여갔으나 지지부진하거든요. 영국과 한국이 가장 잘하고 있습니다. 전에 캄보디아를 답사했는데 신발이 필요한 곳은 무한대더라고요. 한국과 아시아권 아이들을 돕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전체 TOMS는 20만족 정도 기부했는데 앞으로 더 기부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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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S 홈페이지 당신이 TOMS가 맨발 어린이들에게 전해진다는 문구가 눈에 띄네요. ⓒ 이인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남을 돕는 새로운 흐름

신발 한 켤레를 사면 신발 한 켤레를 기부한다는 취지는 어떻게 보면 간단합니다. 편의점에 가도 1+1 행사하는 수많은 제품들이 있으니까요. 그러나 1+1행사는 자신이 둘 다 갖는 것이지만 TOMS는 하나를 어려운 사람들에게 기부합니다. 이 차이에 사람들이 감동을 하여 짧은 시간에 TOMS가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TOMS는 유행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갓 1년 넘은 회사가 벌써 패션 중심지에 물건을 내놓을 정도로 패션리더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지요. 사람들은 신발에 담긴 이야기와 가치에 흥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거기에 독특하고 미끈한 모양새와 편안한 착용감으로 입소문이 난 것이죠.

누군가를 돕겠다는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도울지 고민하며 실제로 손을 내미는 사람은 드문 게 사실입니다. 젊은 사람들이 좋은 뜻을 품고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경제위기로 어렵다고 말하면서도 희망을 얘기하는 그들은 TOMS의 취지를 믿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기업들의 사회공헌도 예전에 비해 늘어났지요. 또 사람들 인식도 많이 달라져서 TOMS처럼 기부에 뜻을 두고 있는 사업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제는 단순히 좋은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좋은 가치를 사람들에게 심어줘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남을 돕는 강원식, 임동준씨를 보면서 새로운 흐름을 느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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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S #신발기부 #1+1 #청년사업가 #아르헨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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