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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전망] 심리적인 공황 상태에 수급까지 깨져 1000p 위협

등록 2008.10.23 17:43수정 2008.10.23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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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에 불이 나서 폭삭 주저 앉듯이 주가가 연일 폭락세를 보이고 있다. 소방차가 와서 물을 뿌리고 있으나 물은 스며 들지 못하고 겉으로 흘러내려 숭례문이 무너지듯이 정부의 정책은 겉도는 느낌이다. 온통 우울한 소식들만 들릴 뿐이다. 어느 것 하나 희망적인 요소를 찾아 보고 싶어도 찾을 수가 없다. 투자 심리는 이미 지하실을 몇 차례 파고 들어간 상태이다.

 

유가증권시장은 사이드카가 발동되면서 연일 하락세를 보이며 코스피지수 1000P까지 위협하고 있다. 사진은 미국 구제금융안 부결로 증시가 급락한 지난달 30일 D증권 객장. ⓒ 최경준

유가증권시장은 사이드카가 발동되면서 연일 하락세를 보이며 코스피지수 1000P까지 위협하고 있다. 사진은 미국 구제금융안 부결로 증시가 급락한 지난달 30일 D증권 객장. ⓒ 최경준

 

극도의 심리적인 불안과 수급까지 깨진 증시

 

금일(23일) 주가는 경기침체 우려와 기업실적의 부진에 5%가 넘는 하락세를 보여 4% 가까이 내리면서 시작했다. 이것이 장중 고점을 형성하며 각 투자주체들의 매도가 줄기차게 이어지면서 그 하락폭을 더해갔다. 외국인들은 1000억원 매도를 보여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시장의 위기에 대처하는 모습이다. 기관은 환매에 시달리고 있는 투신을 중심으로 매물이 나오면서 시장의 안정판 역할을 하지 못했다. 프로그램 매매는 차익거래에서 2600억원이 넘게 나오면서 비차익에서 1800억원 정도의 매수를 보였지만 결국 821억원의 매도우위를 보이면서 시장을 누르는 요인이 되었다.

 

유가증권 시장은 사이드카가 발동되면서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피시장은 장중 100p 넘게 빠지면서 9%넘게 하락했으나 장후반 연기금의 적극적인 매수로 7.48% 84.88p하락한 1049.71p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지수하락률 -7.48%는 올들어 2번째, 역대 7번째 수준이었으며 하락폭(-84.88p)은 연중 3번째와 역대 5번째를 기록했다. 4% 이상 폭락한 것이 이번 달에만 여섯번째라고 한다. '펀드런'은 아니지만 환매에 대비하기 위한 투신의 매도와 ELS의 매도 물량이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수출이라는 단발엔진에 목숨을 걸고 있는 한국으로써는 대형 수출관련주들이라도 힘이 되어야 하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이 또한 어려워지고 있다. 우리의 대장주 삼성전자는 3년만에 50만원대에서 물러났고 LG전자는 고점대비 반토막이 났다. LG디스플레이, 하이닉스는 신저가를 갱신하면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코스닥 시장은 더욱 암울했다. 7.92% 빠져 308.95P로 마감하면서 2004년 8월 4일 320.54를 뚫고 내려가 사상 최저치다. 오전 9시 48분 선물가격의 급락으로 5분간 유가증권시장의 프로그램 매도호가 효력을 정지하는 사이드카가 11번째로 발동되더니 오후 1시 5분에는 코스닥지수가 10% 이상 하락한 채 1분간 지속됨에 따라 20분간 모든 종목의 거래를 중지시키는 세번째 서킷브레이커가 잇달아 발동됐다. 그러나 서킷브레이커는 하루 한 차례만 발동되고, 장 종료 40분 전인 오후 2시 20분 이후에는 발동되지 않으며 해제이후에는 10분간 동시호가를 받아 거래를 재개하게 된다.

 

이는 전기기구에 누전 등으로 전기가 과도하게 흐르면 자동으로 회로를 끊어 화재를 방지하는 부품인 '서킷브레이커'에서 나온 말이다. 증시에서는 투자자들에게 주가 급락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 시장에 주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고안되었다고 한다.

 

시장은 수급은 물론이고 투자심리의 위축에 따른 매수세의 실종을 보이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장기적인 박스권인 500~1000P의 상단까지 내려와 있는 상태이다. 박스권 상단인 1000P를 돌파하면서 랠리가 시작된 것을 감안하면 이 지지선이 견고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 지지선이 무너질 시에는 이미 펀드멘탈이 무너진 상황에서 기술적인 측면마저 사라지게 돼 기댈 곳이 없어진다. 1000P가 무너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무너진다 하더라도 빠른 시일내에 회복을 해야 현재의 상황을 안정적으로 전환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온통 멍투성이 지구촌

 

정부가 은행의 대외채무에 대한 지급 보증을 하고 은행채를 매입하면서 은행의 자금 경색을 풀어주는 등 각종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시장은 전혀 받아들이지고 있지 않다. 예전 같으면 정부의 정책적인 변수는 시장의 분위기를 반전시켜 다소 회복되는 변곡점을 이루었으나 지금은 단발성 재료로서 그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 만큼 모든 상황에서 신뢰가 무너져 버린 것이다. 병원에 너무 오래 누워 있어 심리적인 측면이 쇠약해진 상태에서 제대로 먹지 못해 체력마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약효도 단순히 진통제 역할을 할 뿐이어서 더 강한 약을 원한다.

 

유럽은행도 위험하다는 IMF 발언과 이미 경기침체에 빠졌다는 영국중앙은행 총재의 얘기까지 나오면서 유럽 증시는 하락세를 이어갔다. 경기 후퇴로 인해 공격적인 금리인하가 시작될 것이라는 우려에 유로화는 엉망인 달러화에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는 동유럽으로 확산되면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동유럽 국가들은 자금 이탈 방지와 자국 통화가치 방어를 위해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신흥경제국들은 경기 둔화 조짐에도 금리를 인상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남미도 우려스럽다. 미국이 경기 침체로 진입하는 것이 기정사실화되면서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남미국가들도 그 영향을 벗어날 수는 없다. 아르헨티나가 민간 연금 펀드를 국유화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하면서 10년만에 디폴트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유가가 60달러대에 진입하는 등 원자재 가격이 폭락하면서 브라질을 비롯한 각국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파키스탄이 IMF 지원을 요청한 상태지만 지원을 받아도 안심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으며 우크라이나도 150억달러의 구체금융을 신청하는 등 그 숫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고 있다. 일본도 엔화의 강세로 인해 수출 부진이 예상되면서 연일 주가가 폭락하고 있으며 중국 또한 경제성장률이 한 자리수로 내려오면서 경제의 경착륙을 걱정하고 있다.

 

어디에도 기댈 곳이 없는 해외 사정을 봤을 때 국내적인 문제만 해결된다고 해서 시장의 안정을 꾀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3년전의 주가로 하락한 상태에서 투자심리의 안정이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투자심리를 안정시킬만한 뾰족한 대책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 약 저 약 다 써보지만 진짜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다.

 

심리적 안정이 먼저지만 약이 없다

 

심리적인 측면이 무너진 상황에서 가치에 비해 저평가되어 있으니 이제 서서히 매수해도 됩니다, 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란 쉽지 않다. 시장은 공포을 먹고 서서히 살아난다고 하지만 나중에 지금이 바닥이라고 확인이 가능할지라도 지금은 객장의 전광판을 바라보기도 싫은 상황이다.

 

어떻게 해야하는지 어떤 처신을 해야하는지 말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너무 서두르지는 말아야 한다. 국내외적인 모든 요인이 불안한 가운데 이러한 현상이 외부적인 것이 아니라 경제적인 요인으로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쉽게 사그러지기는 힘들어 보인다. 긴 호흡으로 시간을 인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고점 대비 50%가 하락했다. 추가적인 하락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바닥이 어디라고 꼭 집어서 말해주기를 원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 말이 맞는지는 시간이 흐른 뒤 알 수 있다. 바닥이다 아니다는 확률이 50%이다. 바닥이라는 말을 할 때 나름대로 근거를 가지고 하겠지만 그것은 개인적인 견해일 뿐이다. 나의 바닥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제성장률이 3%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증시만 상승할 것을 강요할 수는 없다. 다만 안정을 찾아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심리적인 안정은 정신과 의사만 하는 것이 아니다.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도와 주어야 한다. 단순히 연기금이 들어와서 수급을 받쳐주는 것으로 해결은 안된다. 정부의 일관된 정책적인 행보와 투자자들의 인내가 필요하다.

2008.10.23 17:43 ⓒ 2008 OhmyNews
#증시전망 #증시 #사이드카 #서킷브레이크 #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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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회사에 다니고 있으며 PB로써 고객자산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사내 증권방송 앵커 및 증권방송 다수 출연하였으며 주식을 비롯 채권 수익증권 해외금융상품 기업M&A IPO 등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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