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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1 하와이 준우승' 랜디 김, 노력 앞에 연패 없다!

예상 깨고 첫 승 및 지역대회 결승진출 쾌거

08.08.10 19:52최종업데이트08.08.10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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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올림픽' 열풍으로 인해 타 스포츠들이 조용히 묻혀있는(?) 가운데 입식격투무대 K-1에서도 '태극전사'의 투혼이 빛났다. 미국 하와이 스탠 쉐리프센터에서 있었던 K-1 월드그랑프리 2008 하와이대회에서 대한민국의 랜디 김(33·한국명 김재일)이 결승에 진출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비록 결승전에서 고칸 사키(25·터키)에게 기량차를 보이며 무너지고 말았지만 둘 사이의 엄청난 경험 차이 등을 감안하면 상당한 선전을 펼쳤다는 평가다.

리저브경기에 출전했던 랜디 김에 대한 국내 팬들의 기대감은 별다르게 크지 않았던 것이 사실. K-1 무대에서 그동안 단 한차례도 승리를 기록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일부에서는 "투포환 던지기 선수를 왜 입식격투무대에 출전시켜 나라 망신을 시키느냐?"는 노골적인 비아냥거림도 적지 않았다.

실제로 랜디 김은 내세울 것이라고는 포환선수 시절에 기록했던(?) 각종 국내기록들 밖에 없으며 격투기에 대해서는 완전 초보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거기에 적응기간도 없이 워낙 일찍 갑작스럽게 데뷔를 한지라 궤적인 큰 펀치 외에는 별다른 공격무기도 찾아볼 수 없는 등 기본기 자체가 안되어 있는 모습을 보였다. 때문에 리저브매치를 통해 대회에 출전함에도 불구하고 팬들의 별다른 관심을 받지 않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의 랜디 김은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그는 복싱과 무에타이로 무장한 빌리토누 포토칼라피(25·미국)에게 KO승을 거두고 드디어 대망의 첫승을 신고했다. 그리고 이후 행운이 뒤따라왔으니 다름 아닌 8강에 진출했던 마이티 모와 저스티스 스미스가 모두 부상을 당함에 따라 리저버 자격으로 4강에 진출하게 된 것.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랜디 김은 잘 살렸다. 4강에서 격돌한 웨슬리 코레이라(29·미국)는 주로 종합무대에서 뛰어온 상대. 하지만 강한 파워와 맷집으로 유명한 선수로 UFC 등 다양한 헤비급무대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풍부한 경험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상승세를 탄 랜디 김은 펀치는 물론 로우-하이킥 등 다양한 킥공격까지 구사하며 코레이라를 넉 아웃으로 물리쳐버렸다.

결승전에서 만난 고칸 사키는 사실 완성도나 경험 등에서 랜디 김이 넘보기 힘든 선수였다. 고칸은 세계정상급까지는 아니지만 그 언저리를 돌면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릴만한 실력의 소유자다. 현 K-1의 유명스타들도 그와 맞대결을 펼친다면 결코 안심할 수 없는 기량을 갖고 있다.

고칸은 랜디 김과의 난타전을 피한 채 스탭을 살려 거리를 둔 상태에서 로우킥으로 영리하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랜디 김같이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에게 가장 위협적인 공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거듭된 로우킥을 바탕으로 치고 빠지기를 반복하는 고칸에게 랜디 김은 완전히 페이스를 빼앗겨버렸고 2라운드 종료 1분 40초를 남긴 상황에서 왼손 훅을 허용하며 KO로 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앞서 당한 다운에서 근성을 보이며 일어나는 등 투지 등에서도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 국내 팬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기도 했다.

랜디 김이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달라진 모습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크게 휘두르는 펀치 하나 밖에 없던 예전과 달리 로우킥 등 다양한 킥 기술은 물론 백 스핀 블로우 등 공격옵션자체가 크게 늘었다. 거기에 펀치자체도 적중률이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다.

예전에는 헛치는 펀치가 워낙 많아 영양가 없는 체력소모가 심했지만 짧고 길고를 반복하면서 적중도가 높아지다 보니 쓸데없는 부분에서의 마이너스 요소도 상당부분 사라진 모습이었다. 거기에 침착하게 마무리지은 2경기와 결승전에서 보여준 투지 등을 감안했을 때 정신적인 부분에서도 한층 성숙해졌다는 극찬이 따르고 있다.

물론 랜디 김의 준우승으로 자화자찬을 하기에는 이번 대회의 수준은 결코 높지 않았다. 랜디 김 또한 아직까지는 완성형 킥복서 등과의 경기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회에서 거둔 2승의 일면에는 상대 선수들과의 상대성 및 기량의 완성도 등에서 본의 아니게 행운이 따른 부분도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예전과 비교해 한층 발전한 그의 모습에 팬들은 좀더 앞으로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랜디 김, 어쩌면 그가 거둔 하와이대회 최고의 수확은 '준우승'이라는 단순한 성적이 아닌 '노력'하면 된다는 자신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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