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동에 서면 '사랑'이 보인다

[관람기] 뮤지컬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 관람기

등록 2007.08.26 11:37수정 2007.08.26 11:38
0
원고료로 응원
a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 포스터 ⓒ 극단 두레

재수생이던 3년전, 학원에 가기 위해 지나다니는 동작대교가 너무 지겨워서 3호선을 타고 동호대교를 통해 한강을 건넜던 적이 몇번 있었다. 그때 우연히도 옥수역에서 연극 '옥수도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아래 옥수동)'의 포스터를 처음 봤다.

당시 극작과 지망생임에도 연극에 무지하던 나는 '옥수동사무소에서 만든 연극인가' 하고 피식 웃어넘겼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3년 뒤인 지난 25일, 대학로 한복판에서 옥수동을 다시 만났다.

드라마 <부활>과 영화 <와일드카드>에서 소름끼치는 연기를 보여줬던 실력있는 배우 이동규(박문호 역), 한눈에 반해버릴 만큼 눈부시게 예쁜 이승민(조미령 역), 연극, 드라마, 영화를 넘나들며 수십년간 눈에 익은 배우 공호석(김만수 역). 이 세 배우들의 조합만으로도 연극이 시작하기도 전에 마음이 한껏 부풀어오른다.

십수년 전 옥수동은 지금처럼 좋은 아파트들이 들어선 모습과 달리 허름한 산비탈 동네였다. 바로 강 건너 우리나라 최고의 번화가인 압구정동을 바라보며 만수가 짧은 시 한편을 읊조리며 이야기는 흘러간다.

옥수동에서 열쇠를 만들어 팔며 살아가는 만수, 직장 하나 변변하게 잡지 못한 채 화투판을 전전하며 살아가는 문호, '채리나'란 예명으로 밤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미령. 각기 다른 인생을 살아온 그들이 티격태격 하다가도 어느새 연인이 되고 가족이 되는 과정을 짜임새 있게 풀어간다.

옥수동은 우리 사회가 하층민, 혹은 서민이라 불리는 이들의 고민과 고통을 잘 설명해준다. 도박으로 인해 가정을 잃고 가족을 그리워하는 노인, 일을 하지 못할 만큼의 정신적 충격으로 노름판만 전전하는 청년, 돌아갈 곳도 없고 마음의 상처로 좋아하는 사람을 형이라고밖에 부를 수없는 아가씨. 보고 있자니 그들과 마찬가지로 불우했던 어린 시절 생각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다. 미령의 슬픈 노래에 가슴이 아려온다.

a

공연중 만수와 문호가 티격태격하는 장면 ⓒ 극단 두레

대화보다는 고성이 앞서고, 배려보다는 벌컥 화부터 내는게 우선인 이들이 점차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는 과정은 자연스러운 감동으로 다가온다. 가족. 그 이름의 소중함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현대인의 삭막한 마음에 따듯한 감정 불어넣는 연극

작가는 '11년 전 쓴 극본을 시대에 맞게 각색하지도 않았고, 변화된 세태를 풍자하고 색채를 묻히지도 않았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십수년 전의 옥수동의 모습도, 90년대에나 볼 수있던 커다란 휴대폰도, 그리고 그들의 삶의 모습도 이 시대와는 조금 다르다.

이 뿐만 아니라 현재의 대학로 연극들이 실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쓰이는 언어로 대사처리를 하는 것과 달리 옥수동은 '~느냐'와 같은 지금은 연극에서만 들을 수 있는 대사를 군데군데 삽입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관객들은 극본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과거를 회상할 수 있었고, 연극의 맛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관객들이 진정으로 감동한 이유는 시대가 어땠건 진정한 행복은 무엇인지, 그리고 사랑이, 기족이 무엇인지 한번쯤 되돌아볼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a

이문호 역의 이동규와 조미령 역의 이승민 ⓒ 극단 두레

영화와 드라마에서 봐왔듯 이동규란 배우는 정말 무서우리만큼 연기를 잘하는 사람이었다. 공연 내내 전혀 흐트러짐이 없었고, 순발력도 뛰어났다. 소극장이 100석밖에 되지 않는 것이 아쉬웠다.

또한 이승민 역시 순간순간 변하는 표정과 눈물연기가 압권이었다. 빠져들 수밖에 없는 배우다. 공호석 역시 베테랑답게 관객을 사로잡는 카리스마가 있었다.

공연장도 객석과 아주 가까워 가장 앞쪽에 앉은 나는 무대와 1m도 채 되지 않는 거리에서 그들의 땀과 눈물을 볼 수 있었다.

현재 우리의 삶 속에 자리하고 있는 소통이 단절된 가족, 그리고 인스턴트식 사랑. 마음이 삭막하게 변해버린 사람들에게 따듯한 감정을 불어넣어주는 봄바람 같은 연극이었다.

덧붙이는 글 |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에 보인다는 
이동규(이문호 역), 이승민(조미령 역),  외에도 
이중성, 김희준(이문호 역), 최영완(조미령 역)의 더블캐스팅으로 공연합니다.
대학로 두레홀 1관에서 9월 30일까지 공연합니다.

덧붙이는 글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에 보인다는 
이동규(이문호 역), 이승민(조미령 역),  외에도 
이중성, 김희준(이문호 역), 최영완(조미령 역)의 더블캐스팅으로 공연합니다.
대학로 두레홀 1관에서 9월 30일까지 공연합니다.
#연극 #옥수동 #이동규 #이승민 #공호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2. 2 천연영양제 벌꿀, 이렇게 먹으면 아무 소용 없어요
  3. 3 버스 앞자리 할머니가 뒤돌아 나에게 건넨 말
  4. 4 "김건희 여사 라인, '박영선·양정철' 검토"...특정 비서관은 누구?
  5. 5 죽어라 택시 운전해서 월 780만원... 엄청난 반전이 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