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초적 본능? 아니면 탐욕?

너 잉어! 날치기하다 딱 걸린 거야

등록 2007.04.13 14:01수정 2007.07.09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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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둥이를 총구멍처럼 벌리고 과자를 향해 달려드는 물고기들의 행동이 생존하기 위한 원초적 본능인지 아니면 탐욕의 행실인지가 궁금하다. ⓒ 임윤수


동그란 주둥이를 총구멍처럼 내밀고 달려드는 그놈들의 처절한 몸부림은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원초적 본능일까 아니면 욕심일까?

치열하다. 봄꽃 놀이를 나왔던 사람들이 장난삼아 던져주는 과자 하나를 서로 먹겠다고 동그란 주둥이를 벙긋거리며 날쌔게 달려드는 잉어 떼들의 몸싸움이 치열하다.

조용하기만했던 호수가 시끄러워진다. 알록달록한 수십 마리의 비단잉어가 부표처럼 떠 있는 과자를 향해 뜀박질이라도 하듯 우르르 몰려든다.

툭 던져지는 과자 몇 조각, 장난삼아 던지는 사람들의 손짓이 물고기들을 희롱하고 있다. 배고픈 물고기들을 불쌍하게 여겨 먹이를 준다는 생각보다는 장난삼아 던지는 과자쪼가리에 몰려들었다 흩어지다를 반복하는 물고기들의 단순함을 보며 인간으로서의 우월감을 느끼는지도 모른다.

잔잔한 물 속에서 따뜻한 봄 햇살을 받으며 한가롭게 헤엄을 즐기던 잉어들이지만 먹을 것 앞에서는 생사결단이라도 낼 듯 몸부림을 치니 잔잔했던 호수에 물결이 인다. 팔뚝만한 수십 마리의 잉어가 한꺼번에 요동을 치니 물결이 이는 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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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장난삼아 던져주는 과자조각에 조용하기만 했던 호수가 시끄러워진다. ⓒ 임윤수

고기들은 그런 행동, 툭 던져지는 과자를 받아먹는 행동에 이미 익숙해진 듯 아무런 경계심도 없이 먼저 먹으려 입질을 하기에 바쁘다. 사람들이 호숫가로 다가가니 심지어 호객행위라도 하듯 무리를 지어 유영을 즐긴다.

아무런 욕심도 없는 듯 정말 한가로운 모습으로 유영을 하던 잉어들이 이렇듯 장난삼아 던지는 몇 개의 과자를 향해 돌진이라도 하듯 몰려드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의문이 생긴다. 과자를 향한 그들의 몸짓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먹이를 차지하려는 원초적 본능인지 아니면 먹을 것이 눈앞에 보이니 무조건 대들고 보자는 탐욕의 몸짓인지가 궁금해진다. 아니면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반사적 행동인지.

너 잉어, '날치기'하다 딱 걸린 거야

먹을 게 없어지면 그들은 다시 무리를 지어 유영을 즐긴다. 커다란 몸놀림이 관능적이라면 하늘거리는 지느러미는 처녀의 머리끝에서 나풀거리는 댕기만큼이나 요염하다. 가슴에 달린 지느러미로는 부채질이라도 하듯 앞뒤로 흔들고, 등에 달린 지느러미는 좌우로 흔들리지만 꼬리에 달린 지느러미는 뭔가를 유혹하려는 교태한 놀림이다.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그놈들의 몸짓에서 촉촉함이 배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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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리의 잉어가 과자를 물고 무리를 벗어난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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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를 독차지한 잉어는 차려진 밥상이라는 듯 여유를 부린다. ⓒ 임윤수

잉어 떼가 유영을 하고, 물결 또한 잔잔한 호수에 또 다른 누군가가 '휙'하고 과자를 던진다. 조용하기만 했던 호수 표면이 순식간에 다시 흔들린다. 시커먼 머리, 벙긋거리는 주둥이를 앞세운 잉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과자를 향해 달려든다. 서로 몸싸움과 출렁이는 물결에 저만치 과자가 밀려난다.

이쯤이 되니 포기할 놈들은 포기를 했는지 한 마리 잉어가 여유 있는 모습으로 단독드라이브를 하듯 과자를 밀고 나간다. 잉어도 그랬겠지만 보는 사람들도 저 과자는 그놈이 먹을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충분하다.

잔인한 이야긴지 모르지만 긴장감이 사라진 구경거리는 재미가 없다. 어느 놈이 먹을지가 불분명하고, 서로 먹겠다는 몸놀림이 후다닥거릴 때 팽팽한 재미가 느껴진다. 그런데 이미 독주를 하듯 경쟁자 없이 먹을 것을 몰고 가는 모습은 눈길을 돌리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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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을 상상하며 여유를 즐기던 물고기 아래서 시커먼 놈이 툭 튀어나오며 먹이를 낚아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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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떨결에 먹이를 빼앗긴 놈이 입을 벙긋거려보지만 소용이 없다. ⓒ 임윤수

볼거리를 찾아 다른 곳으로 눈길을 돌리려는 순간, 정말 두 눈을 의심할 만큼 짧은 시간에 그 잔잔한 호수에서 오줌을 지릴 만큼 긴장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먹을 것을 차지했다는 안도감에 여유롭기까지 했던 그 잉어의 아래쪽에서 시커먼 잉어가 툭 튀어 오르며 과자를 낚아챈다.

정말 순식간이다. 위에서 바라보고 있던 구경꾼들이 놀랄 만큼 그놈의 동작은 은밀하고도 민첩했다. 차려놓은 밥상, 제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얼떨결에 빼앗기니 정신이 없는지 한두 번 반격을 시도하지만 별다른 공격도 하질 않는다. 멍한 몸짓으로 지느러미만을 흔들 뿐 더는 반격을 시도하지 않는다.

먹을 것을 차지하기 위해서라면 그들도 날치기나 새치기쯤은 서슴지 않는가 보다. 깊은 물에 몸을 숨기며 몰래 다가가 먹이를 빼앗은 놈은 주둥일 뻐끔거리며 과자를 집어삼킨다. 몰래 감춰서 먹고, 빼앗아 먹는 게 더 맛나게 마련이니 그놈은 누구보다도 더 맛난 과자를 즐기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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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를 빼앗긴 놈은 벌렸던 입을 다물고 멀뚱 쳐다볼 뿐이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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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놈은 과자를 포기를 하고, 빼앗은 놈은 과자를 먹었다. ⓒ 임윤수

구경꾼들이 사라지니 호수는 다시 조용해진다. 먹이를 차지하려 몸뚱이를 부딪히며 몸싸움을 하던 잉어들도 다시금 유영을 즐긴다. 과자가 떨어진 꼬마가 벚꽃 한 움큼을 호수에 뿌려보지만 잉어들은 주둥이만 삐죽거릴 뿐 몸싸움은 하질 않는다.

호수의 물결은 잔잔해지는데 궁금증의 파고는 높아만 간다. 동그란 주둥이를 총구멍처럼 내밀고 과자를 향해 달려들던 그놈들의 몸부림은 생존하기 위한 원초적 본능일까 아니면 욕심일까 가 점점 궁금해진다.
#잉어 #본능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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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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