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진정성이란게 있을까?

초짜 기자가 본 대한민국 국회

검토 완료

최현정(baltic)등록 2007.04.02 12:31
“하시려면 진작하시지. 너무 늦은 거 아니예요?”

국회 출근 이틀째인 초짜 기자의 무식한 질문에 단식 중인 전 법무부장관은 대답할 필요성을 못 느낀 모양이다. 엉거주춤하게 서 있는 나를 한번 쓰윽 쳐다보고는 시선을 이내 조간신문으로 가져간다.
이른 아침 한가한 국회 본청 앞에서 이틀째 곡기를 끊은 인터뷰이의 냉냉한 반응에 무안해 하고 있으려니, 보좌관인듯한 이가 어깨를 툭툭치며 소속을 묻는다.

3월 마지막 주 월요일부터 난 일시 취재증을 받아 국회에 출근하고 있다.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사건 사고들 중에 내가 선택한 팩트에 의미를 부여해서 호소력있는 논조로 세상에 얘기하는 사람을 기자라고 생각한다. 내가 쓴 기사에 사람들이 공감하고 호응해 준다면 그것은 히트곡을 낸 가수나 대박 영화를 만든 감독의 기쁨과 다르지 않을까 싶다.

기자로서의 미천한 경력과 적지 않은 나이를 생각해서 난 정치팀을 자원했다. 가을에는 부지깽이도 덤빈다고 대선을 앞둔 시점에 일손이 필요한 곳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전여옥 의원은 원고도 없이 저렇게 말을 잘해요..?”
“저기 저, 안경 낀 사람은 뭐하는 분인가요?”

일일이 설명해주는 기자도 답답하겠다 싶을 정도로 국회의 일상들이 내겐 낯설었다. 돌발영상에 자주 나오는 사람들 말고는 누가 누군지 뭐하는 사람인지도 모르는 이가 정치 기사를 쓰겠다는 게 말이 되나 싶어 차라리 사회나 문화 쪽으로 가는게 낫지 않을까 고민이 됐다.

“원희룡 의원님과 인터뷰 좀 하고 싶은데요..”

국회 출근 3일째, 나에게 첫 번째 오더가 떨어졌다. 학력고사 수석의 원의원이 세계 1류 대학을 위해 꼭 폐지해야 한다는 3불 정책 고수의 입장을 밝혔단다. 어려운 인터뷰는 아니다 싶었다. 내가 작가로 일했던 라디오 프로에서 원희룡 의원은 참 착한 인터뷰이였다. 부탁해서 거절당했던 기억이 없다. 가끔 방송 10분전 급전화에도 적극 협조해주셨던 분이셨는데, 입장이 바뀌니 상황도 바뀌어버렸다. 소속을 물어봐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라고 했더니 전화를 주겠단다. 하루 종일 기다리다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하니 의원님 일정이 바빠서 안되겠단다. 예상외의 답변에 나는 무기력하게 수화기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내 첫 기사가 펑크 난 이유다.

겨우 일주일이다. 무엇을 알고 깨닫기엔 턱없이 짧은 시간이지만 난 정치인들이 모여 있는 이 곳 국회에서 ‘진정성’ 이란 단어를 자꾸 떠올렸다.

FTA 관련 책과 방명록과 구호가 적혀진 단식 현장에서 내가 보고 싶었던 것은 바로 진정성이었다. 제 1당의 최고의원회의에서도 그들이 진정 이 나라를 걱정하고 있다는 진정성을 읽고 싶었고 소장 개혁이라는 이름이 단순히 차별화로 포지셔닝된 것이 아니길 바란다.

앞으로 내가 쓸 기사들은 그 진정성을 전해줄 수 있는 얘기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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