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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7.03 08:28수정 2019.07.03 08:28
일본 구마모토 아마쿠사의 닭껍질구이.

일본 구마모토 아마쿠사의 닭껍질구이. ⓒ 이한기


토종닭은 질기지 않다는 글을 썼었다. 내가 틀렸다. 토종닭은 질긴 게 맞다. 한 달 남짓 키우는 육계랑 비교하면 말이다. '토종닭은 질기다'라고 쓴 댓글을 보고 일본 나고야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은 우리보다 토종닭을 먼저 복원하고 미식을 시작했기에 토종닭을 대하는 그들의 식문화가 궁금했다.

일본은 우동, 튀김, 덮밥, 구이 등 일상에서 먹는 방식으로 토종닭을 즐겼다. 나고야역이나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사카에 지역에서는 토종닭 음식점을 찾는 게 어렵지 않다. 일상에서 즐기는 일본과는 달리 우리는 날을 잡고, 거하게 한 상 차려 여럿이 나눠 먹는다. 한 마리로 요리하는 우리네 토종닭 문화와는 달리 일본은 한 그릇 요리 중심이었다.

나고야를 다녀온 후 일본의 다른 지역 토종닭의 맛이 궁금했다. 일본 정부에서 인정한 토종닭은 약 38종. 토종닭을 조금 개량한 닭까지 합하면 100종이 넘는다. 나고야 코친과 더불어 전국적인 명성이 자자한 가고시마의 사츠마 토종닭, 한 마리가 7~9kg 정도로 대형 토종닭인 구마모토의 아마쿠사 다이호, 그리고 미야자키의 지토콧을 맛보기 위해 규슈로 향했다.

일본, 개량한 것까지 합하면 토종닭이 100여 종
  
일본 규슈의 닭회.

일본 규슈의 닭회. ⓒ 김진영


가고시마 사츠마 토종닭은 관상이나 투계용 닭이었다. 사츠마 품종에 다른 종을 교배해 사츠마 지도리, 사츠마 블랙, 사츠마 샤모 세 가지를 만들었다. 가고시마에서는 사츠마 블랙을 회와 구이로 맛봤다. 

우리나라는 닭회를 일부 지역에서, 가슴살 부위만 먹는다. 일본은 닭의 모든 부위를 회로 내고 있었다. 가슴살은 기본 중에 기본이고, 닭 모래집, 간과 미성숙한 알마저도 회로 낸다. 알도 독특했지만 그보다 특이한 것은 긴 목에서 살을 발라낸 회였다. 일본식 쯔유에 찍어 먹기에 간을 제외하고는 부위별 맛은 비슷했다. 다만 씹는 맛이 부위별로 달라 나름 먹는 재미가 있었다.

가고시마나 미야자키에서는 똑같이 토종닭을 숯불에 굽는다. 일본의 토종닭이나 우리나라 토종닭이나 롱다리다. 주로 먹는 육계 다리는 어른 손바닥 반만한 길이지만 토종닭 다리는 두 배 정도 길다. 

다리 하나를 통으로 굽거나 잘게 잘라 굽는 두 가지 방식이지만, 둘 다 검게 그을린듯 굽는 방식은 같다. 시각적으로도 통다리 구이가 보기 좋거니와 자른 다음 취향에 맞게 달군 쇠판 위에서 취향껏 구울 수 있어 처음부터 자른 것보다 훨씬 낫다. 일본에서 토종닭이라 할 수 있는 닭들은 150일 이상 키우기 때문에 씹는 맛이 있다. 

구마모토의 아마쿠사 다이호는 작은 온천마을 근처에서 2년 전에 맛본 적이 있다. 구마모토의 다른 토종닭과 같이 먹었다. 다른 토종닭이 싱겁다고 느껴질 정도로 진한 맛이 일품이었다. '토종닭은 구워 먹어도 참 맛있구나'라는 걸 느끼게 해줬다. 구마모토 시청 근처에서 2년 만에 다시 아마쿠사 다이호와 재회했다. 

가슴살, 안심, 간, 다리, 어깨, 다리, 모래집, 껍질을 부위별로 주문할 수 있었다. 껍질, 다리살, 가슴살을 주문했다. 1인용 숯불에 부위별로, 굽기 정도는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점이 좋았다. 맛은 일본에서 먹어본 닭 가운데 가장 맛있었다. 닭의 크기만큼 맛도 대형급이다. 닭의 맛이 열 냥이면 껍질 맛이 아홉 냥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다른 부위는 몰라도 껍질 추가는 필수다. 

일본 토종닭 요리는 1인분 문화
 
일본 규슈에서 먹은 토종닭 요리 가운데 가슴뼈 끝에 있는 연골구이가 가장 독특했다.

일본 규슈에서 먹은 토종닭 요리 가운데 가슴뼈 끝에 있는 연골구이가 가장 독특했다. ⓒ 김진영


일본에서 토종닭을 부위별로 세세하게 나눈다는 것이 놀라웠다. 요리가 회든 구이든 상관없이 구분짓고 있었다. 가장 놀라운 부위는 미성숙 알이 아니었다. 가슴뼈 끝 연골에 살을 붙인 부위가 가장 독특했다. 백숙을 하면 살만 발라내고 버리던 부위지만 살을 조금 붙여 굽는 순간 최고의 부위로 환골탈태한다. 연골구이의 아삭한 맛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일본의 토종닭 요리는 우리나라와 다르게 한 그릇 또는 1인분 문화다. 또 다른 점은 지역별로 토종닭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도 토종닭이 있지만 지역 이름, 지역 맛을 대표하는 토종닭은 없다. 제주 재래닭이 있지만 일본처럼 다양하지는 않다. 

횡성 한우가 있다. 횡성 한우 이전에는 지역과 한우를 결부시킨 적이 없다. 토종닭이 있다. 토종닭을 지역명과 결부시킨 곳은 현재까지는 없다. 어떤 지자체가 먼저 하게 되면 한발 늦은 지자체는 아마도 닭 쫓던 개처럼 지붕만 쳐다보고 있지 않을까 싶다. 닭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지역의 맛을 품고 있는 닭을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면 누가 먼저 하든 상관 없다. 

그리고 또 끝으로, 일본 토종닭도 우리네와 매한가지로 육계보다 질겼다.
 
닭다리구이.

닭다리구이. ⓒ 김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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