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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듣기 등록 2020.08.11 19:24 수정 2020.08.11 19:24
 

강원도 영월 서강의 한반도지형. 서강변 2.5km지점에 산업폐기물매립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 최병성

 
한반도 지형으로 잘 알려진 강원도 영월 서강에 위기가 닥쳤다. 쌍용양회가 서강변에서 2.5km 떨어진 광산에 산업 폐기물 매립장을 설치하기 위해 영월군에 환경영향평가서를 접수했기 때문이다.
 
영월 서강의 한반도 지형은 삼면이 바다이고, 동고서저 지형이며, 서해와 남해가 갯벌인 한반도의 지형을 쏙 빼닮았다. 그래서 2011년 6월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75호로 지정되었고, 이젠 교과서뿐 아니라 애국가 영상에도 등장할 만큼 유명해졌다.
 
이뿐 아니다. 한반도 지형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의 습지는 천연기념물 수달과 어름치와 원앙, 멸종위기종 돌상어와 꾸구리와 묵납자루, 층층둥굴레 등이 서식하는 뛰어난 생태계로, 2012년 1월 환경부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했고 2015년 5월 13일에는 세계 람사르 습지에 등록됐다. 그만큼 가치를 인정받는 소중한 생태 보고다.
 
산업 쓰레기 매립장이라니
 
이렇게 아름답고 생태적으로 소중한 서강변에 쌍용양회가 강원도, 충청도, 경상북도에서 나온 산업쓰레기를 매립하려고 한다. 쌍용이 1960년대부터 채굴하던 제1광산은 폐광한 지 오래됐다. 현재는 바로 곁에 제2광산과 한반도 지형 인근의 제3광산에서 석회석을 채굴해 시멘트를 만들고 있다.
  

매립장 예정지에서 불과 200m 거리에 쌍용천이 흐르고, 여기서 직선거리 2.5km에 서강이 있다. 서강은 서울과 수도권 시민들이 먹는 한강의 상류다. ⓒ 최병성


쌍용은 폐광산을 복구하지 않고 오랜 시간 방치해 왔다. 폐광산을 복구하려면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그러나 이곳에 쓰레기를 매립하면 복구 비용이 필요 없고, 쓰레기 처리비를 받아 막대한 이익을 남길 수 있다.
 
쌍용양회는 뇌물을 받고 폐광산에 폐기물을 불법 매립했다가 처벌 받은 전력이 있다. 지난 2006년 검찰은 폐광 현장은 물론 쌍용양회 본사를 압수수색 해 폐기물관리법과 배임수재 등으로 처벌했다. 폐광산을 복구하지 않고 방치하다 보니 벌어진 일이었다. 
 

쌍용양회가 2006년 폐광산에 불법 매립한 폐기물 ⓒ 최병성

 
당시 필자도 검찰의 요청으로 서울 검찰청을 방문하여 담당 검사에게 관련 자문을 해주었다. 쌍용양회의 폐기물 불법 매립에 대해 그 당시 입수한 검찰의 수사 결과 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이 범죄사항이 기술돼 있다.
 
시멘트업체 수사결과 2006.12.14. 형사 제2부

■ 수사경과
○ 2006.10.20. 00양회, 00산업 공장 압수수색 실시
- 폐주물사, 폐광재 등 불법투기 여부 확인 목적

■ 수사 결과
○ 피의자별 범죄사실 요지
- 김00(00양회 이사): 00산업 사장 김00과 공모하여 2003.11.-2004.2경 강원도 영월군 서면 후탄리 소재 00양회 석회석 광산에 폐주물사 4,500여톤을 투기하고, 폐기물 납품업체로부터 부정한 청탁과 함께 1000만원 수수(폐기물관리법 위반, 배임수재)
- 김00(00양회 과장) : 00산업 공장장 최00과 공모하여, 2006.8.5.경 강원도 영월군 서면 후탄리 소재 00양회 석회석 광산에 폐광재 350만 톤을 투기 (폐기물관리법 위반)
- 이00(전 00양회 부장) : 2004.3경부터 2006.4.경까지 폐기물 납품업체로부터 총 31회에 걸쳐 부정한 청탁과 함께 7,200만원 수수(배임수재)

(후략)
  

2006년 검찰의 불법 폐기물 수사 결과 보고서 ⓒ 검찰청

 
쌍용은 광산을 개발해 시멘트를 팔아 기업을 운영했다. 비록 지금은 재벌이 해체되었지만 시멘트 공장에서 시작해 자동차까지 거느린 쌍용 재벌이 되었다. 그렇다면 목적이 다한 폐광산을 진작 복구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오래도록 폐광으로 방치하고 폐기물을 불법 매립하더니 이제 와서 산업 쓰레기 매립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석회암 지형인 서강
 
서강변에 쓰레기 매립장을 지으면 안되는 이유가 있다. 지질 때문이다. 이곳은 시멘트를 만들기 위해 석회석을 캐내던 곳이다. 석회암이 물에 녹아서 평지가 만들어지거나 녹다가 남은 암석들을 총칭하여 카르스트 지형이라고 한다. 쌍용의 매립장 예정지를 포함하여 서강의 한반도 지형 인근은 우리나라의 가장 대표적인 카르스트 지형이다. 지질학을 공부하는 이들에게 서강변은 카르스트 지형의 박물관이라고 불린다.
 
특히 석회암이 부분적으로 녹아 둥그런 평지가 만들어지는 것을 돌리네(Doline)라고 하고, 이러한 돌리네가 연속하여 발달하면 우발레(Uvale 혹은 우발라 Uvala)라고 한다. 보통 돌리네와 우발레는 밭으로 이용된다.
 
도로에서는 울창한 산림에 가려 숲속에 있는 밭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좁은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갑자기 드넓은 배추와 옥수수 밭이 펼쳐진다. 물이 조금만 고여도 뿌리가 썩는 배추 농사가 숲속 웅덩이 밭에서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울창한 숲속에 깊이 파인 깔때기 형태인 돌리네와 우발레가 밭으로 이용 가능한 이유가 있다. 지하에 절리와 동공이 많은 석회암 지형의 특징 덕에 우발레에 안에 있는 싱크홀(sinkhole)을 통해 물이 지하로 빠져나간다. 아무리 비가 많이 와도 물이 고이거나 침수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높은 산에 위치한 돌리네와 우발레 밭에 내린 빗물은 경사진 곳으로 흘러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지하의 절리와 동공을 통해 하천과 강으로 흘러간다. 빗물이 석회암 지형의 작은 절리 사이를 흐르며 주위의 암석들을 용식시키다 시간이 흘러 그 틈이 커지면 동굴이 만들어진다. 카르스트 지형의 돌리네와 우발레 지하에는 지금까지 발견되지 못한 수많은 동굴이 있으며 이로 인해 종종 무너져 내리기도 한다.
 

한반도 지형과 매립장 예정지가 있는 서강변은 돌리네와 우발레가 많이 발달되어 있다. 이곳에 내린 빗물은 지하의 절리와 동공으로 스며들어 순식간에 아래에 있는 동굴로 쏟아져 내려와 하천으로 흘러간다. ⓒ 최병성

 
한반도 지형 주변 숲속엔 밭으로 이용되는 돌리네와 우발레가 많다. 물에 약한 배추 농사가 주를 이루고 있다. 큰비가 와도 빗물이 고이지 않고 모두 지하의 동굴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한반도 지형 인근에는 많은 동굴이 발달되어 있다. 평소엔 동굴에 물이 졸졸 흘러내리지만 소나기가 내리면 순식간에 거센 흙탕물이 쏟아져 나온다. 돌리네와 우발레 밭에 내린 빗물이 지하 동굴로 바로 유입되기 때문이다.
 
쌍용양회의 매립장 예정지 주변에도 밭으로 이용되는 돌리네와 우발레가 많이 발달되어 있다. 쌍용양회 환경영향평가서에도 매립장 예정지 안 벽면에 텅 빈 동굴(동공)들이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쌍용'이라는 이름 자체가 동굴과 관련이 있다. '쌍용양회 30년사'에 회사명의 유래를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쌍용이라는 고유명사는 영월광업소와 양회공장 건설부지로 예정되어 있던 강원도 영월군 서면 쌍용리의 지명에서 연유한 것이다. 쌍용리에 현 영월공장 원석 야적장 부근에는 절벽을 이룬 석회석산에 두 개의 수직굴이 있었는데 이곳에는 용과 관련된 여러 전설이 전해져왔다. 쌍용리의 지명도 이 쌍용굴에서 기원한다.
 

두개의 수직 동굴이 있었을 만큼 절리와 동공이 발달한 석회암 지형에 산업 쓰레기 매립장이 타당할까. ⓒ 최병성

 
수직굴이던 쌍용굴이 석회석 채석으로 사라졌고 쌍용굴이 있던 주변은 폐광산이 되었다. 커다란 수직 동굴이 있었을 만큼 절리와 동공이 발달한 카르스트 지형에 들어서는 산업 폐기물 매립장이 과연 안전할까?
 
대구지방환경청은 건설 불가 판단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다.

[사례1] 강원도 삼척 삼표시멘트 폐광산에서 수십 년간 석회석을 채석할 때는 몰랐던 동굴이 2016년 8월 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터 작업 중에 발견되었다. 지름 3m, 길이 600m로 확인되었고 문화재 가치를 두고 지역 주민과 사업자 간에 갈등을 겪고 있다.
 
[사례2] 단양군은 ㈜A사가 단양 매포읍 영천리에 지정 폐기물 매립장 건설을 추진하자 군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불허하였다. 이에 사업자가 지난 2013년 10월 7일 군 관리계획(폐기물처리시설) 입안 제안 수용 거부 처분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1, 2심과 대법원에서 모두 단양군이 승소함으로써 2년의 긴 소송이 끝이 났다.

특히 소송 중이던 2014년 8월에 매립장 예정지 바로 인근에서 매립장 환경영향평가서에 없던 길이 210m에 이르는 국내 최대의 지하 수중동굴이 발견되었다. 이곳에 쓰레기 매립장을 건설할 경우 남한강의 오염 가능성이 지적되었다.

[사례3] 지난 2019년 10월 16일 대구지방환경청은 ㈜B사가 문경시 신기동 매립장 환경영향평가서를 '부동의' 결정해 사업을 백지화했다. 대구지방환경청은 부동의 사유로 '사업지구 지질이 석회암층으로 매립 종료 후 차수막 훼손 및 침출수 유출 시 석회암과 반응해 지반 침하(싱크홀 발생)로 인한 지하수와 하천 오염 가능성'을 지적했다.

  

석회암 지형인 문경시 신기동 폐기물 매립장 건설에 대해 대구지방환경청이 침출수와 지역 주민의 환경을 들어 사업을 백지화 했다. ⓒ 대구지방환경청

 
쌍용양회가 매립장 건설을 추진하는 예정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석회암층이고 주변에 동굴들이 다수 분포하고 있다. 쌍용양회가 아무리 침출수 차수막 시설을 잘한다 할지라도 석회암의 지형적 특징인 지반 붕괴가 일어날 경우 매립된 산업 폐기물 유독물질이 서강을 타고 결국 수도권의 식수인 한강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서강은 영월읍내에서 동강과 만나 남한강이 되고, 남한강은 양평 두물머리에서 북한강과 만나 한강이 되기 때문이다.
 
앞서 사례3에서 대구지방환경청은 '사업지구 영향 예상 대상지역 5㎞ 내에는 다수 주거지역과 신기초교, 점촌고교, 신기노인회관 등 민감 계층 이용시설이 분포해 매립시설 신규 조성 시 유해대기오염물질의 노출 우려를 가중시킨다'며 문경시에 설치하려는 ㈜B사의 폐기물매립장 사업을 백지화했다.
 
그런데 쌍용양회 매립장은 쌍용면사무소와의 거리가 720m, 쌍용4리 마을회관 810m, 쌍용119소방서 930m, 쌍용초등학교 1.4km에 불과하며, 인접 도시인 제천시 입석초등학교는 4km, 입석3리 마을회관은 3.8km에 불과할 만큼 민가와 가까워 산업폐기물 부지로 합당하지 않다. 
 

쌍용리 주민들의 거주지가 매립장으로 부터 불과 1km도 되지 않는다. ⓒ 다음 지도

 
특히 쌍용양회는 전국에서 발생한 산업 폐기물을 소각해 시멘트를 만든다. 이 과정에서 분진과 악취로 지역 주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현실이다. 여기에 쓰레기 매립장까지 더해진다면 이는 주민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이 될 것이다. 

매립장에 매립된 산업 폐기물의 유독성은 수백 년, 수천년 지속되지만 매립장 바닥의 침출수 차수(물이 새는 것을 막음) 기능은 길어야 몇 십 년도 되지 않는다. 여기에 대구지방환경청이 지적한 바와 같이 향후 석회암 지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지반 붕괴로 인한 지하수와 하천 오염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 세상에 완벽한 쓰레기 매립장이란 없다. 매립장은 사고를 대비하여 가장 안전한 곳에 설치해야 한다.
 
서강의 운명, 영월군에 달렸다

서강은 이미 20년 전인 1999년 8월 쓰레기 매립장 건설 문제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당시 영월군은 한반도 지형 상류에 영월군 생활 폐기물 매립장 건설을 추진했으나 석회암 지형의 침출수로 인한 수질 오염 문제로 결국 취소되었다. 이 과정에서 필자가 2000년 12월 20일 한반도 지형을 처음 발견하고 세상에 공개해 오늘 전국민이 찾는 관광지가 된 것이다.
 
20년 전 필자와 주민들이 힘겹게 지켜낸 서강은 국가 명승 제75호요, 세계 람사르 습지에 등록이 될 만큼 영월의 상징이 되었다. 만약 영월군이 한반도 지형을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관광 자원으로 이용하면서도 서강이 산업 폐기물 매립장으로 전락하도록 방치한다면 영월군은 전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는 부끄러운 도시가 될 것이다. 
 

1999년 8월부터 약 2년간에 걸친 주민들의 싸움 끝에 서강은 지금까지 맑게 보존되어 왔다. 영월군은 서강에 두번 다시 아픔을 안기지 마라. ⓒ 최병성

 
쌍용양회의 서강변 매립장 건설이 잘못임은 대구지방환경청이 문경시의 폐기물 매립장을 부동의 한 사유에서 이미 확인했다.

현재 쌍용양회가 영월군에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는 21일까지 공고한다. 이후 28일까지 공청회 요구 등의 주민 의견서를 접수한다. 공고 마감일로부터 14일인 9월 4일까지 사업자에게 영월군의 방침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제 청정 영월을 보전하려는 영월군의 의지에 서강의 운명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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