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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듣기 등록 2020.08.05 13:15 수정 2020.08.05 13:16
4대강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을 제작한 오마이뉴스는 마창진환경운동연합, 대전충남녹색연합, 대전환경운동연합과 함께 문재인 정부의 4대강재자연화 공약 이행을 점검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녹색 바이러스의 경고 '4대강은 안녕한가'>를 공동기획했습니다.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회원(http://omn.kr/1hsfh)으로 가입해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편집자말]

최근 ‘공주보 해체 반대 투쟁위원회’가 공주보를 비롯해 공주 시내에 내건 현수막이다. ⓒ 김종술

 
- 국가 물관리위원회는 공주보 해체 시도를 중단하라!
- 공주보 장마 때 열고! 가뭄 때 닫고! 그냥 쓰게 놔둬라!
- 멀쩡한 공주보 해체 절대 반대

 
조용하던 공주보가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지난 2일부터 공주 시내를 비롯해 공주보 주변과 강변도로에 '해체 반대'라고 적힌 붉은 현수막을 내건 단체는 '공주보 해체반대 투쟁위원회'(이하 투쟁위)다. 기자가 직접 육안으로 확인한 현수막만도 수십 장에 이른다.
 
이 단체는 지난해 2월 4대강조사평가기획위원회(이하 4대강 기획위)의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 발표를 앞두고 발족해 3월~5월에는 공주보 부분 해체(공도교 기능은 존치) 제안을 한 4대강 기획위를 압박하려고 공주시에 현수막을 도배했다.  
 
투쟁위는 이번에는 이 제안을 최종 결정할 국가물관리위원회를 겨냥해 현수막을 걸고 있다. 국가물관리위원회의 보 처리방안 발표가 임박했다는 뜻이다.

지난해 봄과 올해 여름 사이 여론전을 펼친 이들의 전략적 '꼼수'를 복기했다.
 
[물량 공세-현수막 도배] 물 부족하지 않았는데 농사 지을 물도 없다?
 

지난해 환경부 4대강조사평가위 발표를 앞두고 자유한국당 나경원, 황교안 의원이 공주보를 방문한 자리에서 지역구 정진석 의원이 공주보 개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 김종술

 
문재인 대통령의 업무 지시에 따라 4대강 16개 보 중에 녹조 발생이 심하고 수자원 이용 측면에서 영향이 적은 공주보는 2017년 6월 1일 첫 수문개방에 들어갔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20cm 가량의 수위만 낮추면서 보를 개방했다고 생색을 냈다. 결국 여론의 몰매를 맞았고 2018년 3월부터 공주보 가동보 3개를 물 위까지 올려 완전 개방에 들어갔다.
 
3월은 농번기를 앞두고 물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시기다. 수문이 개방됨에 따라 강물을 농경지로 공급하는 상류 취수원들은 취수구를 낮춰 안정적인 물 공급에 들어갔다. 수문이 개방되고 강의 수위가 낮아졌지만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당시 한국농어촌공사 담당자도 "물 공급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물 부족에 대한 민원도 발생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1년이 지난 2019년 2월 환경부 4대강 기획위의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 제안 발표를 앞두고 공주보 지역이 뒤늦게 들썩이기 시작했다. 공주보를 비롯해 시내까지 수백 장의 현수막으로 도배됐다. 몇몇 사람들이 방송 차를 타고 도심을 휘젓고 다니면서 공주보 철거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심도 출렁였다. 
    
이들이 내건 현수막 글귀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 공주~우성간 주요교통로인 공주보 철거를 반대한다
- 유네스코 방문객 교통 요충지 공주보 철거를 반대한다
- 평목리 주요 교통로 공주보 철거를 반대한다
- 농사 지을 물도 없고, 가축 먹일 물도 없다
- 물부족 대책없는 공주보 철거는 우리 농민 다 죽인다

  

지난해 공주관변단체를 비롯해 공주시 이장단이 면단위까지 수백장의 붉은 현수막을 걸었다. ⓒ 김종술

 
[조직 장악-여론전] 이통장협의회, 새마을, 모범운전자회, 재향군인회
 
이내 투쟁위가 결성되고 공주 이·통장협의회와 관변 단체가 하나로 뭉치기 시작했다. 이·통장협의회는 공주시 이장들을 통해 여론몰이를 했다. 인구 11만의 소도시인 공주시를 발칵 뒤집기 위해 이들은 조직을 장악했다.
 
당시 투쟁위는 최창석 공주문화원장, 이국현 ㈔이·통장협의회 공주지회장, 윤경태 공주시 시민단체연합회장, 백승근 ㈔새마을 공주시 지회장, 김명환 공주시 주민자치협의회장, 이계주 공주시 쌀전업농연합회장, 송재철 ㈔한국농업경영인 공주시연합회장, 방성만 공주시 농촌지도자회장 등이 공동대표를 맡았다.
 
이 단체들만 참여한 것은 아니었다. 지역구인 정진석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도 '공주보 해체철거 결사반대'라는 붉은 현수막을 도심에 내걸었다. 공주시모범운전자회를 비롯해 우후죽순 단체가 결성되고 생겨났다. 공주시재향군인회와 공주시는 '공주보 해체하려는 환경단체부터 폭파하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투쟁위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4대강 사업을 밀어붙였던 주역인 이재오 전 의원을 비롯해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대표적인 4대강사업 부역자로 꼽히는 이화여대 박석순 교수를 초청해 여론전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투쟁위가 지역 주민을 강제로 동원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당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해 국회의원들이 몰려들었고 취재진까지 합세해 공주는 연일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명박 정권 시절, 4대강사업을 찬양했던 일부 보수 언론들도 여론전에 합세했다.
 
[마타도어] 관변단체-부역 정치인-부역 언론 총궐기
 

지난해 정부의 4대강조사평가단의 발표를 앞두고 자유한국당 정치인들과 지역민들이 대규모 집회를 했다. ⓒ 김종술

 
이들은 공주시민들을 향해서는 다리 철거로 인한 불편함을 자극했다. 공주 농민들을 향해서는 '가축 먹일 물도 없다'며 공포심을 조장했다. 보수언론들은 수문개방 이전과 이후의 수질 수치를 악의적으로 편집한 박석순 교수 등의 주장을 퍼나르면서 대국민 여론전을 벌였다. 민심을 왜곡하는 데 이들이 사용한 전략은 자극적인 '가짜뉴스' 유포였다.
 
하지만 공주보 다리 철거는 사실이 아니었다. 4대강 기획위의 발표문만 봐도 들통날 거짓말이었다.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주보의 공도교 기능을 살린 채 수문만 해체하자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공주~우성간 주요교통로인 공주보 철거를 반대한다'는 현수막 글귀는 시민들이 먼 거리를 돌아가야 한다는 불편함을 자극하기 위한 거짓 문구였다.
 
공주보를 부분 해체하면 농업용수가 부족하다는 주장도 거짓이었다. 2018년 공주보 수문은 열린 상태로 있었고 그해 물이 부족해 농사를 짓지 못한 농가나 물이 부족해 가축이 폐사한 사례는 없었다. 하지만 이들은 그로부터도 한동안 현수막을 내리지 않았고, 침묵했다.
 
[팩트 체크 1] 한 노인의 애절한 호소, 그 뒤 충격적인 장면
 

MBC PD수첩 임채원 피디가 지난해 공주보 개방으로 지하수가 나오지 않아 파 농사를 망쳤다는 농가를 방문하여 인터뷰하고 있다. ⓒ 김종술

 
지난해 물 부족 논란이 불거졌을 때 기자는 MBC PD수첩과 함께 지역을 누비며 팩트체크를 했다. 당시 찾아갔던 곳 중의 하나는 공주보 상류 쌍신동 파밭이었다. 일흔이 넘었다는 할아버지는 파를 다듬고 있다가 우리를 맞아줬다. 당시 할아버지는 방송 취재진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파 농사를 지어 손자들 과자도 사주고 용돈도 쓰는데, 공주보 수문을 열고부터는 지하수로 쓰는 물이 나오지 않아서 농사를 망쳤다. 문재인 대통령이 잘살게 해준다고 하더니 나처럼 가난한 사람까지 못살게 굴고 있다.

그 뒤 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은 쌍신동에 중형 관정을 파줬다. 당시 기자는 노인의 애절한 눈빛이 떠올라서 환경부 직원에게 "파농사 짓는 할아버지 관정도 살펴봐야 한다"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 뒤 환경부가 관정을 파줬다는 소식을 접했고 확인 차 그 노인의 파밭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새 지하수의 관정은 굳게 닫혀 있었고, 그 노인은 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던 녹슨 관정에서 물을 뽑아 밭에 뿌리고 있었다.
 
환경부 직원에게도 확인을 해보니 그도 그 장면을 목격했다면서 어이없어했다. 관정에서 물이 나오지 않는 게 아니라, 이번 기회에 수백만 원을 들여야만 팔 수 있는 관정 하나를 추가로 확보하려고 관변 단체들의 '물 부족' 주장에 편승했던 것이다. 관변 단체들은 이런 욕구를 가진 일부 농민들의 틈새를 파고들어 자기 주장을 확대재생산했던 것이다.
 
[팩트체크 2] 물 부족? 물 풍년에 농사 풍년
 

지난해 공주보를 개방하여 물이 부족해 농사지을 물도 없다고 해서 찾아간 공주시 쌍신동은 물의 나라였다. 지난해 이곳에서 농사를 짓는 농가 중 물이 부족해 농사를 짓지 못한 농가는 없다. ⓒ 김종술

 
이뿐만이 아니었다. 공주보 철거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공주보 우성면과 탄천면 사람들이다. 하지만 우성면은 공주보 하류에 있다. 공주보 상류나 하류에서 이곳으로 물을 공급하는 취수장은 없다. 우성면은 유구천으로부터 농업용수를 공급받고 있다. 탄천면은 백제보 상류에 위치해 있기에 공주보의 물을 끌어다 쓸 수 없는 지역이다.
 
2년째 수문을 전면 개방했던 지난해 농번기 때에도 물이 부족하다고 외쳤던 곳의 농수로에는 물이 넘쳐 흘렀다. 지난해 농사도 풍년이 들었다. 오히려 일부 농산물이 과잉 생산되어 값이 크게 떨어지기도 했을 정도였다.
 
<오마이뉴스>의 탐사기획 보도와 PD수첩 등의 팩트체크 보도로 물 부족 사태의 진실이 드러나자 이들은 침묵했다. 오랫동안 불법 현수막을 방치했던 공주시는 뒤늦게 현수막을 철거했고, 한동안 가짜뉴스 현수막은 등장하지 않았다.

최근 다시 신호탄을 쏘아올린 건 이명박 정권 시절에 4대강사업을 추진했던 한나라당의 후신인 미래통합당이었다.
 
[1년 만에 달라진 구호] 이번엔 '98% 반대' 들고 나와 
 

지난해 정진석 의원이 공주 도심에 내건 현수막. ⓒ 김종술

 
정진석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 6월에 제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4대강 보(洑) 파괴 저지법'을 대표 발의했다. 그는 지난해 2월에도 자유한국당이 발족한 '4대강 보 해체 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돼 4대강 기획위의 제안 내용을 비판하는 데 앞장섰다. 정 의원은 4대강 보 파괴저지법을 발의할 때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국가물관리위원회를 겨냥했다.
 
최근 '국가물관리위원회' 산하 '금강유역물관리위원회'는 4대강 보 처리방안과 관련해 공주시·부여군·세종시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진행했고 이달 중 최종의견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후 '국가물관리위원회'는 4대강 보 처리방안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공주보 등 해체에 대해 농민과 주민들은 강력하게 반대 의사를 밝혀 왔음에도, 현 정부는 보 해체·철거를 위한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공주시에 새롭게 도배되기 시작한 현수막 글귀에서처럼 정 의원실에서 낸 보도자료에는 지난해 쏟아 부었던 '물 부족'과 '교통 불편'에 대한 주장은 빠져있었다. 대신 등장한 건 공주 주민들의 의견 조사다. 정 의원은 보도자료에 다음과 같은 조사 결과를 적시했다.
 
공주 주민 98%  보 철거 반대
('공주보 관련 사전의견서' 조사. 2019.6.3.~6.11 공주시)

이 보도자료를 보고 일부 언론은 공주주민 98%가 공주보 부분 해체에 반대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오마이뉴스>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98%라는 수치를 제공한 의견서 용지는 아래와 같다.
  

공주시가 지난해 6월 4대강사업 때 건설한 공주보의 처리 방안과 관련한 시민대토론회에 활용하기 위해 만든 의견서. ⓒ 공주시

 
공주시가 지난해 6월 4대강사업 때 건설한 공주보의 처리 방안과 관련한 시민대토론회에 활용하기 위해 만든 의견서였다. 농번기이기 때문에 공주시가 주최하는 시민대토론회에 참여하지 못하는 농민들의 의견을 사전에 물어서 참고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었다. 당시 읍면동에서 수거된 700여 장의 의견서는 사실상 폐기처분됐다. 공주시에서 이 업무를 담당했던 한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이유를 밝혔다.
 
17개 읍면동사무소에 비치해서 의견을 받았는데 2~3군데에서만 의견서가 들어왔습니다. 우선 전체 공주시민의 의견으로 볼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글씨체를 보면 알 수 있잖아요. 한 사람이 열 장을 쓴 것도 있더라고요. 이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분석을 하는 것도 의미가 없죠. 의견서 묶음 다발은 어딘가에 있을 겁니다.
 
지난해에는 '가짜 뉴스'로 4대강 기획위의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을 흔들었고, 이게 무력화 되자 올해에는 가짜 여론조사 결과로 국가물관리위원회를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금강의 재자연화를 막고 98%의 반대 여론을 조장하려는 이들의 '꼼수'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이번 취재 중에 만난 공주 신관동의 한 주민은 새롭게 도배되는 현수막을 보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장마철 강물이 넘쳐나는 데 갑자기 현수막이 다시 등장해서 놀랐습니다. 지난해 물이 부족하다고 거짓선동을 하더니 이제는 어떤 이유도 없이 공주보 철거를 반대한다는 문구가 적혔습니다. 공주보는 차량이 다니는 공도교를 유지하고 수문만 부분해체 하는 것으로 아는데 여전히 공주보 철거라는 말로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있습니다. 강을 강답게 보지 않고 강을 정치로만 보기 때문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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