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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듣기 등록 2020.04.28 19:50 수정 2020.04.28 19:50
중국에는 8대 명주가 있다. 구이저우성의 마오타이주와 동주, 산시성 행화촌의 펀주와 죽엽청주, 쓰촨성의 우량예과 루저우라오자오, 장쑤성의 양하대곡, 안후이성의 고정공주를 꼽는다. 알코올 도수가 40도가 넘고, 약재가 들어갔어도 증류하여 모두가 투명한 바이주(白酒)다. 바이주는 상하지도 변색되지도 않으니 오래 두고 마실 수 있고, 멀리 내다 팔 수 있어 중국 상인들이 다루기 좋은 상품이다.

그 중에서 마오타이주는 특히 국주(國酒)라고 부른다. 술에 국가라는 이름을 서슴없이 붙이다니! 마오타이진에 갔더니, 국주문(國酒門)이 있었다. 옅은 안개 속에서 국주문 주변을 청소하는 이가 있고, 가끔 단체 관광객이 찾아와 기념사진을 찍고 갔다. 바로 옆에 보이는 산 정상에는 마오타이 술병이 우상처럼 거대하게 서 있다.
 

마오타이진의 마오타이주를 기념한 국주문. ⓒ 막걸리학교

 
구이저우성의 협조를 받아 마오타이주를 취재하러 갔지만, 우리 일행은 마오타이주 제조장 안을 들어갈 수가 없었다. 국밀(國密), 국가 비밀이라면서 관청에서 나온 이가 우리를 음식점으로 데려가 풍성한 안주에 마오타이주만 웃으며 대접할 뿐이었다. 그들이 안내한 곳은 개선문처럼 생긴 마오타이주 제조장 입구였다.

1년 주기로 한 번 만드는 마오타이주

경비원도 없고 제조장도 안보이고 마을 사람들이 바삐 지나다니는 길목일 뿐이었다. 공장 안이 3㎢라고 하고, 직원이 1만명이라고도 하고 2만명이라고도 하니 이 마을에 와서 그 크기와 경계를 헤아리는 일이 부질없어 보였다. 그들은 중국주문화성(中國酒文化城)을 따로 마련해두고, 마오타이주를 소개하고 있었다.

중국주문화성에는 여러 동의 건물이 있는데, 본관 앞에는 말을 탄 한무제(기원전156~87년)의 조형물이 있었다. 한무제가 남방 정벌을 위해서 당몽 장군이 이끄는 군대를 파견했고, 당몽 장군이 구이저우를 정벌하고서 이 지역 술에 매료되어 한무제에게 술을 바쳤다고 한다.
 

마오타이진에 있는 중국주문화성, 말탄 이는 한무제다. ⓒ 막걸리학교

 
지금의 마오타이주는 아니겠지만, 마오타이진의 술맛이 좋았다는 것을 알리는 가장 오래된 이야기다. 한무제 형상 뒤쪽으로 건물 벽에는 홍양민족정신 전승국주문화 "弘扬民族精神 传承國酒文化"라고 쓰여 있었다. 마오타이 술 문화를 통해서, 민족 정신을 선양한다는 뜻이다.

문화성 마당에는 술통을 베고 잠든 시인이 있고, 술 취해 흔들리는 이태백의 조형물과 시가 있다. 국공합작 때에 함께 술잔을 들었던 마오쩌둥과 장개석의 조형물이 있고, 대장정 길의 홍군들이 치료제로도 썼던 마오타이주의 형상물도 있다.

술 문화성 안에는 부장품으로 발견된 오래된 술병이나 술잔이 있고, 고대의 술병 속에서 술이 함께 발견되었다고 술잔에 술을 채워두기까지 했다. 두 발로 디딘 큰 누룩들은 담장처럼 쌓아두었고, 마오타이를 빚는 과정을 미니어처 조형물로 만들어두었다. 마오타이주가 국제적 명성을 얻게 된, 파나마 운하 개통을 기념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만국박람회에서 탔다는 메달도 전시되어 있었다.
 

중국주문화성 안의 누룩을 디디는 형상물. ⓒ 막걸리학교

 
마오타이주는 무엇이 특별할까? 마오타이주의 주재료는 수수, 즉 고량(高粱)이다. 술은 그 지역에서 많이 재배되는 곡물로 빚는다. 이제는 술을 빚기 위해 곡물을 재배하지만, 그 처음은 잉여 농산물이 생겨 술을 빚었다. 고체 발효를 한다. 우리는 술항아리에 곡물과 물을 넣어 휘휘 저어 술을 빚는데, 마오타이는 빗자루와 삽으로 빚는다. 마치 건축 현장의 모래와 시멘트가 섞이는 것 같다.

수수의 절반 정도 되는 양의 물을 뿌려 수수를 불린다. 수수와 누룩을 섞어 맨바닥에 두엄처럼 쌓아두었다가, 거대한 움을 파서 그 안에 묻어둔다. 그 위를 진흙으로 발라 공기를 차단하고 푹푹 삭힌다. 두엄처럼 쌓아둔 곳의 온도가 45~50℃가 되니, 움 속의 온도는 더 올라갈 것이다. 재료를 섞을 때에 반드시 앞서 빚었던 술지게미(母糟)를 5~7% 넣고, 마지막에 얻은 도수 낮은 증류주, 미주(尾酒)를 2~3% 넣는다.

재료를 반복해서 넣고, 집요하게 술을 빚는다. 수수 속에 들어있는 전분을 모두 술로 전환하기 위하여 반복하다보니, 수수보다 누룩이 더 많이 들어간다. 그래서 모두 9번 수수를 찌고 8번 움 속에 넣고 7번 증류하여 마오타이주를 얻는다. 술을 빚을 때 가장 힘든 것은 원료를 옮기고 찌고 뒤섞고 퍼담고 퍼내는 과정이다. 마오타이주를 빚는 과정은 인해전술이 아니고서는 돌파할 수 없는 일처럼 보인다.

시간도 많이 걸린다. 마오타이주는 1년의 주기로 한 번 만든다. 음력 5월 5일 단오에 빻은 밀을 디뎌 누룩을 만든다. 술은 음력 9월 9일 중양절 무렵에 빚기 시작한다. 수수를 물에 불리는 데 10시간이 걸리고, 찌는데 2시간이 걸리고 이를 바닥에 흩으려 32℃까지 식힌 다음에 누룩을 섞어 두엄처럼 쌓아두고 4~5일을 삭힌다. 움 속에 넣어 30~33일 동안 삭힌다. 삭힌 재료를 증류솥에 넣고 푹푹 쪄서 알코올을 얻어낸 뒤에, 다시 수수를 쪄서 더하고 두엄처럼 또 쌓고 움에 담기를 반복한다.

7차례 증류한 술의 이름도 다른데, 1차 증류한 술은 생사주(生沙酒), 2차는 회사모주(回沙茅酒), 3차는 대회모주(大回茅酒), 4차는 원조모태(原糟茅台), 5~6차 회조모주(回糟茅酒), 7차 추조주(追糟酒)라고 부른다. 구덩이에서는 한 달씩 삭힌다. 모두 8번 구덩이에서 삭혀져야 하니 그 기간만으로도 8개월이 걸린다.

이렇게 해서 제대로 된 마오타이주 기주(基酒)를 얻는데 1년이 걸린다. 그리고 이 기주를 항아리에 담아 3년간 숙성시킨다. 그 뒤에 마오타이주라는 이름을 얻고 세상을 돌아다닌다.

다음 날까지 향이 잔에서 가시지 않는 술
 

마오타이주를 거래하는 거리의 모습. ⓒ 막걸리학교

 
술문화성 안에는 마오타이주 시음장이 있었다. 시음할 수 있는 술의 종류가 12가지다. 가장 비싼 것은 50년 된 마오타이주 10㎖, 한 숟가락(15㎖)도 안 된 분량이 478위안으로 8만 원을 넘고, 30년 된 마오타이주 10㎖는 4만 원이 넘는다. 잘 알려진 53도 비천 마오타이주는 10㎖ 한 잔에 5천 원 정도 한다.

향은 날카롭고 날렵한데 장 냄새가 돈다. 혀끝에 적신 맛은 달콤한 맛이 있는데 투명한 술이 기름 같다. 쓰고 진한 맛이 돌다가 혀와 입속 피부 속으로 파고들어 따갑다. 빨리 목넘김을 하지 않으면, 입안에서 모두 스며드는 기분이다. 시음을 도와주는 안내인은 빈 술잔을 뒤집어 두면 내일까지도 그 향이 잔에서 가시지 않는다면서, 빈 잔을 내 코끝에 대보인다.

중국인들은 식사를 할 때 술을 마신다. 그 많은 요리를 먹으려면 술이 있어야 할 것 같기도 하다. 중국인들은 서로 거래를 하더라도 합의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신의를 위해서 마신다고 한다. 술자리에 아무리 화려한 요리가 있다하더라도 의리가 없으면 맛없다고 말한다. 사람이 술을 그렇게 만든 것인지, 술이 사람들을 그렇게 가르친 것인지!

마오타이주는 물처럼 투명하다. 잔에 따라두면 아무도 모를 투명한 액체에 불과하다. 땅을 딛고 사는 곡물의 열매와 인간의 노동, 바람 속에 떠다니는 미생물의 조화, 하늘에서 내려온 태양과 비의 기운, 그리고 세월 속에 사라져버린 국가와 그 영웅들의 사연을 담아두었다. 그리고 그 사연 속에 당당하게 가격을 매겨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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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평론가, 여행작가. 술을 통해서 문화와 역사와 사람을 만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술문화연구소 소장이며 막걸리학교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