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2 기본소득반대

"기본소득과 보편적 복지 병행이 가능하다? 그건 허구다"

[기본소득 논쟁 ② 반대] 진보 진영 기본소득반대론 선봉장 이상이 제주대 교수

20.06.22 07:20최종 업데이트 20.06.22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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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단체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상이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가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정치권에 화두과 되고 있는 기본소득에 대해선별적 사회복지체계가 무너지고 실질적이 혜택이 축소된다며 반대 입장을 강조했다. ⓒ 유성호


 
"좌파-우파의 기본소득보다 더 무섭고 두려운 게 '가짜 기본소득'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낮으면서도 단호했다.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른 기본소득에 대해 그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여러 수단을 통해 적극적으로 반대 입장을 설파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상이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난 16일 <오마이뉴스>와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만난 이 교수는 특히 세금 10조원으로 모든 국민들에게 한 달에 1만6000원씩 나눠주는 방식으로 기본소득제를 시작하자는 이재명 경지도지사의 기본소득안에 대해 "절대 안 된다"고 수차례 목소리를 높였다.

30여 년 세월 동안 보편적 복지국가 실현을 위해 애써온 그가 이토록 강하게 기본소득에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좌파-우파 기본소득은 정책적으로 불가능하지만, '가짜 기본소득'은 10조 원만 있으면 시행할 수 있다"며 "10조원을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는 데 투입하면 큰 효과를 낼 수 있는데,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안되는 월 1만6000원을 나눠주는 데 10조원을 모두 써버리는 것은 낭비"라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증세 여력을 감안하면 기본소득과 기존 복지제도 모두를 병행할 수는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재명 기본소득은 가짜... 좌파-우파 기본소득보다 더 무서운 게 가짜 기본소득"
 
이 교수는 "100조원을 추가로 투입할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의 복지 수준을 완성할 수 있는데 100조원을 똑같이 나눠주면 월 15만원 정도 줄 수 있다"라며 "중산층에게까지 월 15만원을 주느라 복지 사각지대를 방치하는 게 맞나, 누구나 어려움이 닥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보편적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게 맞나"라고 반문했다.
 
이 교수는 특히 "기본소득론자들은 기본소득과 보편적 복지 구축, 둘 다 가능하다고 자꾸 거짓말을 하는데 정직해져야 한다"라며 "기본소득도 지급하면서 기존 복지도 강화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건 허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교수는 그 근거로 OECD 평균 조세부담율과 비교해 우리나라의 증세 여력이 100조원 정도라는 점을 들었다.
 
그는 "기본소득론자들은 단계적 접근전략으로 국내총생산의 10~15%를 '부분 기본소득'으로 먼저 주자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200조원 규모"라며 "정부 재정규모가 500조원인 나라에서 200조원을 확보하려면 100조원을 증세하더라도 나머지 100조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기존 복지정책을 상당 부분 허물고 구조조정 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보편적 복지국가로 갈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북유럽의 복지국가 모델을 예로 들기도 했다. 그는 "보편적 복지국가를 상당부분 완성해 놓은 북유럽 국가에서 어떤 책임 있는 정치 세력도 기본소득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지 않다"라며 "지금의 보편적 사회보장체계가 복지효과·경제효과·소득재분배 효과가 기본소득보다 훨씬 더 우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본소득은 생산력이 고도로 발전한 미래에 후세대들이 논의하도록 남겨둬야 한다, 정치인들이 포퓰리즘으로 기본소득 담론을 낭비하면 안된다"라며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포용적 복지국가가 북유럽 모델인데 여기에 매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상이 교수 “기본소득과 복지 강화가 병행 가능? 이재명 기본소득은 가짜” ⓒ 유성호


  
"기본소득, 뜬금없이 등장해 보편적 복지국가로 가는 길 방해"

- 지난달부터 모든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되면서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코로나19로 인해 유럽 복지국가들의 경제 상황은 우리보다 훨씬 더 어려워졌다. 우리나라 1분기 경제성장률은 -1%대를 기록했지만, 유럽은 -7%대다. 그런데도 우리처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 나라들은 재난 상황에서 경제가 어려워지고 가난한 사람들이 많아지면 사회보험인 실업보험과 공공부조제도가 작동해 자동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에게 돈이 가도록 돼 있다. 이게 바로 보편적 사회안전망이다.
 
우리는 현재 복지 사각지대가 많아 어쩔 수 없이 재난지원금을 선택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우리도 보편적 사회보장체계를 확립할 것인지, 아니면 계속 사각지대를 방치하고 재난지원금이나 나눠줄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저는 아주 빠른 속도로 사각지대를 없애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뜬금없이 기본소득이 등장해 이 길을 방해하고 있다."
 
- 이재명 경기지사는 적은 돈을 지급하더라도 기본소득제를 시작하자고 한다.
"이 지사가 10조원으로 모든 국민에게 월 1만6000원씩 나눠주자고 하지 않았나. 굉장히 곤란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복지 사각지대가 너무 넓고, 보장 수준이 너무 낮아 많은 문제들이 나타난다. 실질적인 보편복지를 완성하려면 꾸준히 재원을 투입해야하는 상황인데,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안되는 월 1만6000원을 나눠주는 데 10조원을 모두 써버리는 것은 낭비다. 10조원을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는 데 투입하면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 지사의 주장은 가짜 기본소득이다. 저는 가장 무서운 게 가짜 기본소득이다. 좌파-우파가 주장하는 기본소득은 정책적으로 쉽지 않다. 하지만 가짜 기본소득은 집권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 10조원만 마련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당장 10조원어치 보편적 복지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일은 포기해야 한다. 그래서 가짜 기본소득은 절대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가짜 기본소득이 횡행하게 되면 기본소득이 아닌 것을 국민들이 기본소득이라고 믿고 지지해 버리는 우를 범할 수 있다. 그러면 나중에 수습하는 데 정치적으로 큰 비용을 치러야 한다."
 
- 기본소득보다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게 우선이라는 이야기인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평균 수준의 복지국가로 나아가려면 OECD 평균 수준으로 조세부담률을 달성해 복지 수준을 높여야 한다. OECD 평균 조세부담률이 25%인데, 우리나라 평균은 20%이니 5%포인트 가량 여력이 있다. 이게 100조 원이다. 이 만큼을 더 투입하면 OECD 평균 수준의 보편적 복지 수준을 완성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100조원을 똑같이 나눠주면 1인당 월 15만원 정도다. 중산층에게까지 월 15만월 주느라 복지 사각지대를 방치하는 게 맞나, 아니면 누구나 어려움이 닥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보편적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게 맞나. 답은 자명하다."
 
우리나라 조세부담률 상승 여력 약 100조... 이 돈을 어디에 쓸 것인가
 
- 기본소득과 사회안전망 강화가 서로 보완 관계가 될 수는 없나.
"기본소득론자들이 정직해져야 한다. 그들은 기본소득과 보편적 복지 구축, 둘 다 가능하다고 자꾸 거짓말을 한다. 기본소득의 핵심은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무조건적으로 생계가 가능할 정도의 충분한 현금을 매달 지원하자는 것이다. 돈만 있으면 할 수 있다. 부자에게 좀 더 적게 주고, 가난한 사람에게 더 많이 주고 이런 것을 따질 필요가 없다. 정말 간단하다. 하지만 재원 마련은 간단하지 않다. 기본소득론자들은 증세 여력이 충분해 기본소득도 지급하면서 기존 복지도 강화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건 허구다. 기존 정부 재정지출에서 100조원을 구조조정해 빼오면 보편적 복지국가로 갈 수 없다."

- 왜 그런가.
"기본소득은 모든 사람들에게 물질적 자유를 줌으로써 실질적 자유의 세계를 구현하기 위한 디딤돌을 마련하는 거다. 그렇다면 한 달에 얼마를 지급하면 그러한 자유가 구현되나. 기본소득론자들은 GDP(국내총생산)의 25%를 주자고 합의했다. 한 번에 실행이 어려우니 단계적 접근전략으로 25%의 절반인 10~15%를 부분 기본소득으로 먼저 주자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GDP가 2000조원 정도니 그 10%면 200조원 규모다. 정부의 재정규모가 500조 원인 나라에서 200조원을 마련해야 하는 셈이다. 그런데 OECD 평균 조세부담율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의 증세 여력은 최대 100조 원을 넘지 못한다. 때문에 부분 기본소득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200조원 중 나머지 100조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기존 복지정책을 상당 부분 허물고 구조조정할 수밖에 없다."
 

시민사회단체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상이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 유성호


  
- 기본소득 진영에서는 기존의 복지 구조조정 없이 새로운 세금을 만들어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공동의 자산인 토지에 국토보유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는데.
"국토보유세를 걷는 것에 반대하진 않는다. 다만 국토보유세로 20조원을 거둬들였다고 해보자. 1인당 월 3만원씩 나눠줄 수 있는 수준이다. 20조원이면 우리 아이들의 보육과 교육 환경을 개선하는 데 유용하게 쓸 수 있다. 3만원씩 나눠주는 것보다 이게 더 시급한 일 아닌가."
 
- 탄소세는 어떤가.
"탄소세도 마찬가지다. 탄소세는 기업들이 탄소 배출을 줄이는 쪽으로 유인하기 위해 거두는 것이다. 그러면 탄소세는 국민들에게 나눠주는 대신 그린 뉴딜에 써야 한다. 국민들은 푼돈을 나눠주는 것보다 그린 뉴딜에 투자해 부가가치를 더 많이 만들어내고 청년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것을 선호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 로봇세를 부과하자는 이야기도 있다.
"로봇에 세금을 매기면 기업가들이 로봇을 도입하려 하겠나. 정부가 기업의 생산력 향상을 위한 기술혁명을 촉진하기 위해서 도와줘야 하는데 로봇세는 되려 R&D(연구개발) 촉진을 막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로봇 등 인공지능을 이용해 돈을 더 많이 벌어들인 기업자들이 추가적으로 세금을 더 내는 메커니즘을 만드는 데에는 찬성한다. 하지만 세금 더 거뒀다고 해도 마찬가지로 그 돈은 복지를 더 강화하는 쪽으로, 젊은이들이 환경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과 훈련에 써야 한다."
 
- 그렇다면 기초연금처럼 특정 계층, 예를 들어 청년들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은 어떤가?
"특정 계층 대상으로 사회수당을 지급하는 것도 가짜 기본소득이다. 기본소득의 기본 원리는 첫 번째가 보편성, 두 번째가 무조건성인데, 어긋난다. 게다가 청년은 사회적 약자라고 볼 수 없다. 다만 청년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많은데 도울 수 있는 방법이 무조건적인 수당 지급만 있는 것은 아니다. 취업하기 전까지 정부가 생활을 보장해주면 된다. 지금도 하고는 있는데 한 달에 50만원씩 6개월만 지원하기 때문에 굉장히 미흡하다. 이걸 강화하면 된다. 청년들이 취업 준비에만 신경 쓸 수 있도록 한 달에 100만원씩 1년 정도 지원하자. 독일에서는 이런 식으로 취업 컨설팅과 직업 교육까지 제공한다. 그러면 대부분 1년 안에 취업한다. 그래서 정부 돈이 얼마 안들어 간다. 취업하고 나면 고용보험을 통해 고용안전망이 작동하고, 능력이 부족해 취업이 힘든 이들에게는 실업 부조를 통해 지원하는 체계를 촘촘히 짜야 한다. 가짜 청년 기본소득 대신 여기에 돈을 써야 하는 것 아닌가."
 
"기본소득은 생산력이 고도로 발전한 미래로 남겨둬야"
 
- 그렇다면 기본소득과 보편적 복지는 서로 양립할 수 없다고 보나.
"그렇다. 기본소득 국가는 복지 국가를 대체하는 개념이다. 보편적 복지국가는 사회적 위험과 복지의 필요가 발생했을 때 위험의 크기에 비례해서 도와주는 것이다. 그런데 기본소득 국가는 사회적 위험의 크기나 복지의 필요도의 크기에 상관없이 사회구성원 모두에 똑같은 금액을 기계적으로 평등하게 나눠주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접근 방법이 다르고, 철학이 다르다. 기본소득론자들은 앞으로 4차 산업혁명으로 노동시장에 큰 변화가 오면 지금의 사회보장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 날이 올 수 있다고 본다. 언젠가 그런 날이 올 수도 있다. 그때는 기본소득 국가가 대안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저는 그 믿음이 허구에 기반한 것으로 본다."
 
-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기본소득이 필요할 정도의 일자리 감소는 없을 것이라고 보나.
"지금 존재하는 일자리 중 일부가 없어질 수는 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인공지능, 로봇, 빅데이터 등 새로운 분야의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날 것이다. 일자리가 대체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새로운 기술이 단기에 특정 일자리를 없앤 적은 있지만 전체 일자리 수를 줄인 적은 없다. 항상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산업을 일으켰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왔다. 물론 중간 숙련도를 가진 사람들의 일자리는 없어지고 고숙련·고임금 일자리, 저숙련·저임금 일자리로 양극화할 가능성은 있다.
 
그래서 4차 산업혁명을 제대로 준비하기 위해서는 현금을 나눠주는 기본소득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사회서비스 활성화가 필요하다. 그동안 시장에서 저숙련·저임금 일자리였던 돌봄 등 사회서비스 일자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꼭 필요한 일자리다. 앞으로 정부가 개입해 제대로 된 일자리로 만들어 내야 한다. 기본소득을 통장에 꽂아주기보다 사회서비스를 활성화하는 쪽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제대로 준비하는 방법이다."
 
- 보편적 복지국가를 완성하면 충분하다고 보는 건가.
"북유럽 국가들을 보면 된다. 북유럽은 보편적 복지국가를 상당부분 완성해 놓았다. 이들 국가에서 어떤 책임 있는 정치 세력도 기본소득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지 않다. 왜냐하면 지금의 보편적 사회보장체계가 복지효과·경제효과·소득재분배 효과가 기본소득보다 훨씬 더 우월하기 때문이다. 국민부담률이 45%까지 올라가 있는 상황에서 기본소득을 하려면 부담을 더 늘리거나 기존 복지를 줄여야 하는데, 복지효과도 떨어지고 경제효과는 거의 없고 소득재분배 효과도 훨씬 뒤떨어지는 기본소득을 위해 기존 복지를 허물겠다는 정치 세력은 지지를 받기 힘들다.

기본소득은 생산력이 고도로 발전한 미래에 후세대들이 논의하도록 남겨둬야 한다. 정치인들이 포퓰리즘으로 기본소득 담론을 낭비하면 안된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포용적 복지국가가 북유럽 모델인데,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일은 여기에 매진해야 하는 것이다."
 
"보수의 기본소득이 차라리 정직하다, 왜냐면"
 

시민사회단체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상이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 유성호


 
- 보수 쪽에서도 기본소득에 찬성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편적 복지를 거부하는 보수 입장에서 기본소득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기존의 복지 체계를 완전히 허물고 기본소득만 지급하게 되면 국가의 역할은 작아지고 시장이 활성화 된다. 보수가 주장하는 작은 정부가 실현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교육의 경우 기본소득을 지급하게 되면 추가로 사교육을 이용할 여력이 커져 사교육 시장이 활성화 될 수 있다. 교육은 물론 필수적인 사회서비스인 의료, 보육도 마찬가지다. 현금을 나눠주는 국가로 가게 되면 정부는 필수 사회서비스 정도에만 개입하게 돼 시장의 역할이 커지게 된다.
 
특히 기본소득은 저소득층보다 중산층 이상이 선호할 수밖에 없다. 중산층들은 사실 복지 혜택을 입을 가능성이 작다. 그들 입장에서는 세금으로 자기와는 무관한 복지를 강화하는 것보다 현금으로 돌려받는 게 이익이다. 이게 보수가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이유다. 그런 측면에서 차라리 보수가 더 정직하다. 그런데 진보 기본소득론자들은 기본소득을 진보로 포장을 하려고 기존의 복지와 기본소득을 같이 하자고 하는데, 진정성이 없다."

- 현재 추진되고 있는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는 어떻게 설계해야 하나.
"코로나19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부실한 고용안전망에 대한 국민들의 문제의식이 형성됐다. 야당에서도 반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문제는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제대로 만들려면 20조원 정도 들 것으로 보이지만 10조원 정도로도 시작할 수 있다. 추가로 고용보험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실업에 처할 위험이 높고 보험료는 적게 낼 수밖에 없다. 올해 고용보험 재정이 10조원인데 추가로 10조원이 들어와도 버티기 어려울 수 있다. 그렇게 해도 사각지대가 생긴다. 저소득자나 불완전 취업자의 경우 고용보험료를 매달 납입하기 어려울 수 있다. 5% 정도가 해당할 텐데 실업부조를 통해 껴안아야 한다. 기본소득에 쓸 돈이 있다면 여기에 써야 한다."